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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29 22:39:50
Name 티티
Subject [일반] [ZM] 밀란 0 : 0 바르셀로나. 여러가지 작은 대결들.



양 팀 모두 몇 번의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알레그리는 기용할 수 없는 선수가 많았다. 특히 티아고 실바의 결장은 여파가 컸다. 그러나 호비뉴는 선발로 출전했다.

과르디올라는 푸욜을 왼쪽 풀백으로 두고, 케이타를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파브레가스는 벤치에 머물렀다.

간단하게 정리하자. 밀란이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잘 막아내긴 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좀 더 넓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었다. 전술적으로 큰 싸움은 없었지만, 흥미로운 작은 대결이 여럿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전형


과르디올라는 지난 밀란전에서 3-4-3을 사용했다. 지난 경기에서 이 전술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바르셀로나가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는 이 포메이션이 적절한 선택이다. 밀란은 투톱에 처진 스트라이커를 두는 전술을 사용하고 따라서 바르셀로나가 3백을 사용하면 수비에서 3:2의 숫적 우위와 미드필더에서 4:3의 숫적 우위를 가질 수 있고, 이는 과르디올라가 정말 좋아하는 자유로운 선수를 만들어주는 형태이다.

하지만 이번에 과르디올라는 그 동안 주 전술로 사용해오던 4-3-3을 꺼내들었다. 물론 3-4-3 역시 혼용되었다. 다니 알베스가 오른쪽 풀백처럼 보였지만, 푸욜이 왼쪽에서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최대한 센터백을 돕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이 둘이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르셀로나는 수비시에는 4-3-3을, 공격시에는 3-4-3을 사용했다. 알베스는 유일하게 윙어처럼 플레이했으며 케이타와 이니에스타가 기습적으로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선발 라인업을 봤을 때는 분명 4백이었지만, 푸욜을 센터백처럼 활용하면서 바르셀로나는 후방에서 계속 숫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호비뉴


최악의 선수는 호비뉴였다. 전술적으로 보나 개인적인 경기력으로 보나 그랬다. 그의 역할은 정말 중요했다. 호비뉴는 수비시에 제대로 알베스를 견제하지도 못했고, 알베스 뒤의 공간을 제대로 노리지도 못했다. 호비뉴는 수비에 도움을 주기보다, 주로 전방에 위치했지만 알베스의 뒷공간이 아니라 중앙에서 역습을 노렸다. 덕분에 중앙에서 마스체라노는 손쉽게 호비뉴를 마크했고, 푸욜과 피케는 이브라히모비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누캄프에서 있었던 조별 예선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당시에는 카사노가 호비뉴의 역할을 맡았는데 당시에 ZM은 "카사노의 역할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없다. 처진 스트라이커는 분명했지만, 밀란이 수세에 몰렸을 때 카사노는 무엇을 하고자 한 것인가? 깊게 내려와서 마스체라노를 끌어내 역습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엠마누엘손이 선발로 나왔다면 측면을 통한 빠른 공격이 더 용이할 수도 있었다. (이탈리아 언론은 엠마누엘손을 선발로 예상했다.) 바르셀로나를 더 곤란하게 할 수도 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엠마누엘손은 이번 경기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알베스를 견제할 수도 있었고, 그의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릴 수도 있었다. 알레그리는 다음 누캄프 원정에서 그의 선발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호비뉴가 첫번째로 교체되긴 했지만, 대신 나온 선수는 엘 샤라위였다.


압박과 수비


알레그리는 경기 전 밀란이 당하고 있지만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소리가 되었다. 밀란은 한 때 바르셀로나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특히 바르셀로나가 골킥을 수비에게 연결시키는 상황에서의 압박은 돋보였다. 셰도르프가 가로챈 공을 호비뉴가 날려버린 것은 밀란의 모든 선수들이 바르셀로나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했을 때 나온 찬스였다. 암브로시니가 샤비의 공을 뺏어내 만들어 준 이브라히모비치의 찬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가 후방에서 공을 뺏겼을 때, 굉장히 위험한 찬스를 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전혀 다른 전형을 구성하고, 이 전환 과정에서 공을 빼앗기는 것은 치명적이다.  

한편 바르셀로나가 미드필드에서 자신들의 리듬을 되찾았을 때 밀란은 뒤로 물러서 수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보아텡까지 다이아몬드 전형을 깨면서 미드필드 싸움에 가담했다. 밀란의 수비는 좋았다. 가끔 너무 좁게 플레이하는 바람에 알베스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기도 했지만 이는 호비뉴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압박은 평소같지 않았다. 그들은 압박해야 할 때, 압박하지 않아야할 때를 혼동하는 것 같았고, 밀란 선수들의 움직임에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페드로의 폼이 어떻건 페드로가 전방에 위치해있을 때 그들의 압박은 훨씬 강해진다. 페드로는 압박을 해야할 시기를 잘 알고, 그의 움직임과 맞춰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 역시 압박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피지컬 그리고 미드필드 대결


경기의 승부처 중 하나는 피지컬이었다. 이는 파울 숫자를 볼 때 명확한 사실이다. 밀란은 자기 진영에서 상대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네스타의 플레이는 특히 돋보였다. 바르셀로나는 주로 전방에서 많은 파울을 범했다.

물론 밀란이 바르셀로나와 비교했을 때 중앙에 더 힘을 주는 팀은 맞지만, 과르디올라는 이를 너무 의식했다. 케이타의 기용은 중앙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그의 강력한 의지의 표시였으며, 왼쪽에서 넓게 벌려서 뛸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니에스타를 중앙에서 활용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니에스타는 3톱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그가 3톱을 형성할 때 그의 중앙지향적 플레이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단조롭게 만든다. 공격이 왼쪽은 생략한 채, 중앙과 오른쪽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샤비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그 역시 미드필더들 중 가장 앞에서보다는 두번째에서 플레이하는 것에 능숙하다.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 샤비가 미드필더를 구성했을 때,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의 사이 위치에서 샤비는 가장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샤비는 이번 경기에서 상대를 등진 채 공을 받아야했던 횟수가 너무 많아 전방의 공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케이타는 딱히 못한 점은 없었다.

양 팀 모두 중앙에서 숫적 열세를 면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르셀로나는 그들의 장기인 볼 소유를 이용해 미드필드를 장악하려했고, 밀란은 숫적 우위를 이용해 미드필드를 장악하려 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을 중앙에 우겨넣다시피했고, 측면 공격의 부재 덕분에 경기 중 코너킥은 단 두번뿐이었다.

멕세와 마스체라노가 전진해서 미드필드까지 내려간 공격수들을 마크했던 것도 흥미로웠다.


최소한의 변화


교체는 물론 있었지만, 단 1개만이 전술적으로 의미있는 교체였다. 바로 텔로가 이니에스타 대신 들어간 교체가 그것이었다. 이는 과르디올라의 좋은 선택이었다. 이니에스타는 경기 내내 별 활약이 없었고, 바르셀로나는 넓게 벌려서 플레이해줄 선수가 필요했고, 테요는 이 역할을 잘 수행했다. 테요는 측면 공격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고, 이번엔 주로 전방에서 역습을 노렸다. 이니에스타가 숏패스를 주로 발로 받은 것에 반해, 테요는 좀더 긴 패스를 주로 받았고, 이는 곧 그가 넓게 벌려서 플레이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테요는 경기 종반 몇번의 찬스를 잡기도 했다.





결론


0 : 0은 챔피언스리그 1차전 결과로는 언제나 흥미로운 스코어다. 2차전을 홈에서 치르게 되는 팀이 유리할까? 아니면 2차전을 원정에서 치르게 되어 원정골이 그들에게 엄청난 이점을 안겨줄 수 있는 팀이 유리할까?

양 감독 모두 이 경기에서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여러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넓게 벌려서 플레이할 필요가 있고, 밀란은 이브라히모비치가 아닌 다른 스트라이커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쨌건, 여전히 바르셀로나의 진출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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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_Slayer
12/03/29 22:52
수정 아이콘
이전에 밀란과 2:2 3:2의 빅매치를 기대하고 봤던 저로서는 하품의 연속이었어요 ㅜㅜ 왜하필 내가볼땐 0:0인거니..
어제 기억나던것은 원정이라 그런지 메시한테 레이저 공격..
비온것도아닌데 잔디가 미끄러워서 밀란선수 바르샤선수 메시 전부다 미끄덩..
후반전에 메시가 기회잡아서 초스피드로 달릴려고하는데 밀란 수비수 네스타가 이단옆차기로 방어.. 본인도 옐로우 카드 먹고 인정 보는 나도 인정..
뭐 그정도..ㅜ 아 그리고 어제의 사비 패스 실패율..
12/03/29 22:55
수정 아이콘
네스타옹은 아직도 팔팔한가 보네요
12/03/29 22:58
수정 아이콘
낌새가 인터밀란이 바르샤를 이겼을 때랑 비슷하네요. 9명이 촘촘히 수비진영을 잡고 몇 번의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들어 내는것으로 승리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사티레브
12/03/29 23:02
수정 아이콘
음 테요가 원발음일거에요
답답했던건 잔디
아키아빠윌셔
12/03/30 00:27
수정 아이콘
경기보면서 '시돌이형이 한 5살만 젊었다면...'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후덜덜한 장면도 보여줬는데 아무래도 체력이ㅜㅜ
Langrriser
12/03/30 00:58
수정 아이콘
02-03 밀란이 왜 사기였는지를 보여주는 네스타의 위엄 + 도대체 리버풀은 어떻게...의 생각이 지나갑니다 크크
갈치더맥스
12/03/30 01:08
수정 아이콘
호두가 바르샤 뛰던 시절부터 꾸레지만, 예전에 제가 응원하던 팀이 아닌거 같아요
제가 좋아했던 바르샤는 뉴욕메츠 처럼 돈쓰고 스타도 많지만 성적은 안나오고 인기가 많은 팀이었는데
어느순간 부터 SK와이번스 전성기처럼 너무 잘하고 성적도 좋지만 안티는 늘어버린 ㅜ.ㅜ.
이렇든 저렇든 응원하지만, 끝판왕 이미지가 되어버린 바르샤가 너무 어색해요 ..
라울리스타
12/03/30 01:15
수정 아이콘
아스널 vs 밀란 전을 봤을 때 1차전은 밀란의 경기력이 후덜덜하긴 했으나 산 시로 잔디 버프가 어느정도 있었지요.

2차전 결과는 정반대 였구요. 올 시즌 밀란의 원정 성적, 바르셀로나의 홈 성적을 생각해보았을 때 2차전은 어느정도 싱거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고윤하
12/03/30 03:56
수정 아이콘
솔직히 진짜 산시로 잔디 상태가 너무 했어요 김연아 선수 불러서 트리플악셀을 시켜도 될 정도였습니다;
Batistuta
12/03/30 10:15
수정 아이콘
경기전에 바르셀로나측에서 딴딴하고 미끄러운 잔디상태에 태클을 걸었고 밀란측에서도 물을 뿌리기로 합의를 봤는데 경기 당일에 가보니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더군요. 약속한 물은 뿌리지않았고 경기장은 최악, 결국은 밀란 선수들도 미끌어넘어지기도 하고..... 역시 정교한 패스플레이를 구사하는 바르셀로나 상대로 잔디는 중요하죠. 무리뉴도 엘클때 베르나베우의 잔디를 깍지않고 길게 자라게 하기도 했구요. 유머 포인트는 불판글에서 같이 토론하던 모든이들이 (저 포함) 잔디에 물을 많이 뿌려서 미끄러운거라고 착각한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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