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제목을 "아, 빡치게 좀 하지마"로 하고 싶었는데, 비속어 때문에 너무 자극적인데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이야기해보고 싶은 점보다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질 것 같아서, 그리고 덧하자면 자유게시판의 물을 흐리는 것 같아 자제했습니다.
검열삭제된 제목은 말하자면 부제라던가, 글을 쓰게 된 의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래 개인 블로그에 올리려다가 조금 수정하여 피지알에 올립니다.
질문게시판에도 올렸었는데 며칠 전 술자리에서 사소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던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장난끼 넘치는 다른 친구 하나가 너스레를 떨었어요. 근데 그게 제대로 된 역린을 건드린 셈이 되어 의도치 않은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바가 있어 각색해서 올려보아요.
#2
"넌 꼭 그렇게 남을 놀려먹어야 인생이 재밌고 그래야 니가 우월하다고 느끼지? 벌레만도 못한 새끼야"
"야. 너 무슨 말을 그따위로 하냐? 아따 그래 야 기분 나쁘냐? 미안하다 그래. 근데 이게 이렇게까지 짜증낼 일이냐?"
"넌 니 기분만 중요하지? 어? 너만 재밌으면 되지?"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너도 너 기분 안좋아서 그거 풀려고 지금 애들 표정 다 썩도록 패악 부리는거 아니야."
"애초에 니가 빡치게 하질 말았어야지."
"하이고, 이런 사소한 장난에 빡칠거였으면 이런 자리에 나오지도 말았어야지. 재밌자고 모였지, 이런 쓰레기같은 분위기 만들려고 모였냐?"
"그래서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 니 잘못은 없다고?"
"아 좀 빡치게 좀 하지마. 왜 말이 그렇게 되는데"
"됐다. 나 가련다. 그딴 소리 할거면 앞으로 나 부르지 마라."
"야. 어딜가, 야! 하 나 이새끼 어이가 없어가지고. 야!"
#3
빈번히 일어나는 싸움들 중 하납니다. 가운데 끼여서 봉변을 당했던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 기분이 안풀려 집에 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소한 일에 화나기도 쉽고, 그런 일로 화를 내는 건 더 쉬운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들 그렇게 가벼운 편이고, 화, 많이들 내잖아요. 누군가가 낸 화에 하릴없이 당하기도 하구요.
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은 참 잘 발견하거든요. 그렇게 당한 일들 결코 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잘못 화를 내는 건 콕 집어내서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보니,
내가 화가 나면, 그러는게 잘못된거 알면서도 죄책감 없이 그러게 되고, 한 번이 어렵지. 자꾸 그러다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를 내게 되요.
말을 조금 더 애둘러 표현해볼까 싶네요. 비단 이번 일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껴왔던건
올바른 때에 화가 나고, 그래서 그렇게 잔뜩 나있는 화를 올바른 때에 올바르게 싸지르는건 정말 어렵다는거에요.
화를 낸다는게 마음속에 응어리진 못마땅함과 언짢음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화를 냈다고 할 수 있는건데
내키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하고, 그걸 표현하고. 그러다보면 물질 정신적으로 폭력적인 방법을 수반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거든요.
짜증나고 화가 나지만 꾹 참고서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거.
누구나 다 알고는 있지만 사소한 일에까지 그렇게 질서정연할 수 있을만큼 스스로에게 공명정대한 사람은 잘 없는 듯 싶기도 하구요.
갈등을 해결하는데에 꼭 화를 낼 필요는 없지만, 화를 내려고 마음 먹었다면 어느정도의 생채기는 감안해야 하는 듯 싶습니다.
진실한 마음은 폭력조차 고통으로 만들고, 그릇된 마음은 고통조차 폭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가 진솔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서로에게 냈던 상처는 조금만 이쁘게 아물면 때때로 삶의 그루터기가 되어줄 거름이 될 듯 싶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서로에게 주었던 그것들은 무엇이 되어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까요. 어떤 싹을 피웠을까요.
우리가 받았던 것들과, 우리가 주었던 것들이요.
그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아주 어렸을적부터 친구였던 우리도 아주 어렸을적부터 이리도 자주 싸워왔는데,
점점 우리가 서로의 짜증과 "빡침"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스스로의 처신에 대해서 한번 더 고려해보게 되고,
그렇게 다툼의 빈도가 줄어들고. 다툼의 고통값 또한 줄어들고.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주변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가, 아니 내가. 이런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것들 천천히 배워나가면, 나를 다독거리면 그래서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면
그건 그러면 내가 어른이 되는걸까요?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조금은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는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게 아니면 그냥 조금 더 얄팍해지고 요령을 부릴 수 있게 되는걸까요?
그렇게 점점 사회랄까, 세상에 찌들게 되는걸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와닿지 않을만큼 어려운 이야기들이라 결론을 내려고하니까 더더욱 어려운 생각이 듭니다.
음, 표현을 너무 많이 애둘러했네요.
한가지 확실한 건 사람은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그렇기에 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깨우침과 그를 통한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옹졸하게 설렁탕집 주인에게 욕을 했던 시인, 그러고나서 스스로를 뉘우치며 썼던 시마냥
저 또한 누군가에게 올바르지 못했을 듯 싶어 조금은 적적한 기분이 듭니다.
화, 많이들 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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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 화를 유발하는 유형이래요, 주위 사람들이..
저 자신은 '화내면 지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서 어지간하면 화를 내지 않는데... 사실 성인군자가 아닌데 마음 속에 화 나는 일이 왜 없겠습니까.. 그래서 화 나는 일 있다 싶으면 피하고, 안 보고, 귀 막고... 아예 예방을 하면서 사는데, 그게 주위 사람들 입장에선 오히려 화가 나나봐요. 예를 들어.. 화가 난 아내 놔두고 옆 방에서 게임하기..이런 거 하면 아내는 초사이언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