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연세대 고려대간 정기전을 앞두고 연세대 쪽에서 내건 응원 플랭카드입니다.
전 경상남도 사람이고 고려대하고도 인연 없는 사람인데, 이거 보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합성인가 싶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합성이 아니로군요.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전라도 사투리 등을 통한 지역비하성 표현에 대해 애교 정도로 봐줄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 경우에 따라서 정말 애교 정도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애교로 볼 수가 없군요. 명백하게 비하성 의도를 가지고 쓰는 게 분명하니.

사투리 쓰는 게 뭐가 문제냐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있어서 첨언합니다.
전 경상도 사람이고 말할 때는 사투리가 입에 배어 있는 사람입니다. 싫든 좋든 저를 이루는 요수중 하나가 경상도 사투리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이런 사투리를 누가 상대를 비하하는 용도로 쓴다면 그건 제 정체성 자체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을 모욕하는 의미로 이상한 한국어 만들어서 쓰고, 그런 표현이 퍼져나간 끝에 이상한 한국어를 쓰는 거 자체가 상대에 대한 비하 표현이 되었을 때,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이 실제 연원이 어딘지 몰라도 한국어 쓰는 거 자체를 상대에 대한 욕처럼 쓸 때, 그게 기분 안 나쁠 한국인이 과연 있는지. 그 나라 사람들이 몰라서 쓰는 거라고 넘어갈 수 있는 한국인이 과연 있을까요.  
지역색에서 비롯된 문제니까 서울 태생인 분들 입장에선 별 거 아니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연세대의 고연전 문구에서 쓰는 식의 사투리 사용은 외국인이 상대를 욕할 때 비하성 용도로 한국어 쓰는 거나 매한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