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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08 22:04:20
Name 꿈을 꾼 후에
Subject [일반] 뜻을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원래 개인 블로그에 취미로 올렸던 글이라 반말체입니다. 이해 부탁합니다. (부탁드립니다는 틀린 맞춤법이라고 가르쳐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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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쓰가 일본 천하(천하라고 하기에도 좀 부끄러운 크기지만)를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었을까? 이에야쓰의 장점은 물론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으로는 과묵함, 너구리 같은 지혜, 연기력, 그리고 천운이 따랐던 요소로는 애초에 다이묘의 자식이었다는 점, 그리고 강병으로 유명한 미카와의 다이묘였다는 점, 바로 옆의 영지의 주인이 마왕 오다 노부나가였고, 미카와는 그의 동맹국이었다는 점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그의 수명이었다.

일본 센고쿠 시대에 내가 아는 한 가장 유명한 다이묘들의 수명은 다음과 같았다.

오다 노부나가 1534년생, 1582년 아케치 미쓰히데의 모반의 의해 49세에 사망.
도요토미 히데요시 1537년생, 1598년 노환으로 62세에 사망.
도쿠가와 이에야쓰 1543년생, 1616년 위암(추정)으로 77세에 사망.
다케다 신겐 1521년생, 1573년 총성에 놀라 풍(대망의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상상력이기에 틀릴 수도 있음)으로 53세에 사망.
우에스기 겐신 1530년생, 1578년 간암(술과 짠 것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추정)으로 49세에 사망.

이들의 기량은 다른 방식으로 발달되어 있긴 했지만, 그 크기라는 점에서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한 명을 일단 탈락시키라고 한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고를 수밖에 없다. 일본을 꿀꺽 날로 먹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쓰 에도 막부 개설.

일본의 수백년을 결정하는 일전이었던 세키가하라 전투는 1600년이었고, 그 때에 위에 언급했던 다이묘들은 이미 다 죽은 상태였다. 그동안 이에야쓰는 꾹 참고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의 명에 따라 자신의 아들에게 할복을 명하기도 하고, 일본 최강이라는 다케다 신겐의 군대를 상대로 원군 없이 싸우다가 말 위에서 똥오줌을 지리고 도망치기도 했었다. 노부나가의 거대한 공포에 눌려서 막다른 길로 들어가버린 쥐 미쓰히데가 고양이 노부나가의 목을 물어버린 후에,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건만 (혼노지의 변, 1582년 6월 2일), 빛의 속도로 회군하여 미쓰히데를 광탈시켜버린 히데요시에게 다시금 몸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꾹 참았다. 언제까지? 히데요시가 뒤질 때까지... 히데요시가 사망하고 단 2년이 걸렸다. 그리고 큰 전투는 단 한번. 3시간만에 결판난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 천하의 패권을 잡아버렸다.

요즘에 건강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삼일동안 배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오늘은 결국 내과에 갔다왔고, 여자친구는 나에게 수면내시경을 한번 받아보라고 한다. 정신이 무너져서 육체도 무기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육체가 다 망가져서 정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에야쓰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77세까지 살아남았다. 그가 천하의 패권을 잡은 것은 그가 58세일 때였다. 2010년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은퇴하지 않으면 욕을 얻어먹을 나이에 그는 타고난 참을성과 건강으로 천하를 제압했다.

몸이 약하다는 점에서는 사실 나는 로마의 옥타비아누스에게서 배워야 할 지도 모른다. 타고난 약골이어서 해를 그대로 받는 것도 힘겨워 했다는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의 유일한 천재인 양아버지 카이사르가 하지 못한 일을 모조리 완수하였다. 그는 기원전 63년에 태어나 서기 14년에 죽었다. 즉 76세까지 살아 남았다. 나는 반대로 76세까지 살아 남았기에 유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히데요시 쪽이 먼저 죽는 것이다.
이에야스는 내심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승부는 결국 수명이야'

- 시바 료타로, 세키가하라 전투.

* 제가 틀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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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8 22:11
수정 아이콘
우린 결국 살았잖아? 그럼 그놈도 진거야 -다이하드3
11/08/08 22:16
수정 아이콘
수명도 수명이지만, 그에 앞서 기다림이 있었기에 그 수명이 있는 것 아닐까요? 일을 섵부르게 저질렀다면 과거에는 목이 달아났을 경우가 많았죠.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의 대결에서도 기다림 끝에 결국 그가 자멸하게 만들었고,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도 온갖 술수를 부려가며 끝까지 기다렸고 결국 황제가 되었구요.
도쿠가와도 정말 끈질기게 기다렸죠. 히데요시가 죽을 때까지 철저하게 몸을 낮추면서요.
최근에 삼국지 봐서 생각나는 건데, 사마의도 참 열심히 기다렸네요. 중용받지 못하던 시기도 길었고, 중용받은 후에도 한때 위기가 있었고, 제갈량과의 대결에서도 끝까지 기다렸구요, 조상이 방심할 때까지 칭병해 기다려 결국 권력을 손에 잡았죠.
꿈을 꾼 후에
11/08/08 22:22
수정 아이콘
사실 건강한 게 최고다라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글이 산으로 갔네요.
레지엔
11/08/08 23:36
수정 아이콘
만일 이에야스가 먼저 죽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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