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반년 좀 넘은거 같네요.
체력 증진겸 구부정한 어깨를 납땜해서 펴볼겸 시작했는데 제법 솔찬히 재밌습니다.
물에만 뜰 줄 알면 그 다음은 알아서 다 자동으로 되는건 줄 알았는데 세상에 공짜란 없더군요.
그래도 새벽수영을 다녀서 그런지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큰 수영장이 아니라 동네복지회관에 딸린 아담한 수영장인데...
강습을 받으러 다니는 주 이용객층이 대게 젊은분들보다는 어르신,주부님들에 집중되서 그런지
강사님들의 미장원 대화 스킬이 상당합니다.
그야 말로 아줌마 아줌마의 아줌마들을 위한 개그!
아침마다 수영은 뒷전이고 요상한 아저씨 개그 하나씩 배워오는 느낌입니다.
차마 어디가서 써먹을데는 없지만 뭔가 점점 적응되가는거 같아서 두렵습니다.
2.
수영장을 다닌 다음에 친구들에게 그렇게 (눈)건강에 좋다더라.
제 말에 혹한 친구 두놈이 수영복과 물안경과 수모를 구입하였습니다.
한녀석은 여자친구에게도 수영복을 강매해서[?] 같이 손잡고 배우러 다니더군요.
친구집과 우리동네 수영장이 좀 멀다는게 참 천만다행이더군요.
서울에 사는 친구 하나는 지난 겨울부터 주말마다 수영복을 들고 찾아옵니다.
저도 완전 초보라 누굴 가르쳐줄 실력은 못되는데 눈 앞에 살아있는 맥주병을 보니 무한한 자신감이 솟더군요.
주말마다 서울 상압월드컵경기장 88체육관 올림픽공원 인천도원수영장등 서울,수도권을 돌며...
맛집탐방...아니 수영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웬지 수영만으로는 좀 아쉬운 감이 있는거 같아서 친구에게 캐치볼 메뉴를 추가하자고 운을 띄우자...
당장 이마트로 달려가서 글러브를 사오더군요.
작년에 딱 세번하고 동면에 들어갔던 제 야구 글러브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또 수영과 캐치볼을 하니깐...또 뭔가 모자른거 같아요.
야 배드민턴도 쳐볼까? 그거 좋네? 좋아 치자!
음 뭔가 그래도 좀 아쉬운데?
지난주 일요일에 친구 차 트렁크를 열어보았습니다.
수영복,수영킥판,야구글러브,배드민턴라켓,농구공,럭비공.등산셋트..
음...그리고 친구가 말하길...
'야 아무래도 야구방망이도 하나 사야겠다?
다음달에 검도 승단시험있는데 트렁크에 죽도 넣어갖고 다닐까? 근데 너무 차가 비좁아서...'
'음 그래 난 탁구라켓을 셋트로 준비할게...'
내년 이맘떄쯤이면 이동식 체육사를 하나 차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집 앞에 바로 책방(대여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래요. 그게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책꽂이에 들어있는 책들을 막 보고 있으면 웬지 배가 불러오는 느낌입니다.
책 읽는것도 좋아하지만 책구경하는것만으로 도서관이나 서점 대여점을 많이 다녔던거 같습니다.
대여점 주인은 놀랍게도 중학교 같은반 동창이였던 여자애더군요.
오오 이건 기회야! 라고 하기엔 같은반인건 알겠는데 추억이 없어요.
뭔가 서로 살짝 알아보는거 같긴 한데 그냥 평범한 책방주인과 손님입니다.
바로 집앞에 붙어 있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두세번정도 책구경하러 들립니다.
으레 대여점 하면 소년만화/순정만화 그리고 판타지소설 무협소설 대게 이런것들만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동네 조그만한 대여점에서 일반 교양서나 베스트셀러도 갖다놓는게 재밌더라구요.
오랜만에 가니깐 책 꽃혀있던 위치가 보기좋게 바뀌어있었습니다.
근데 한눈에 딱 들어오는곳에 뭔가 핑크빛 표지로 딱 봐도 단편같아보이는 요상한 제목들의 책들이 어마어마하게 꽃여있더군요.
한권을 꺼내봤습니다.
한 10등신 아니 12등신쯤 되는 남자 둘이서...
한명은 머리에 토끼 귀를 달고 한명은 고양이 귀를 달고...
합체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아 정말...오랜만에 봐도 그 쪽은 참 적응할 수 없더군요.
얼른 덮었습니다.
그냥 가기도 뭣해서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책을 빼들었습니다.
불륜이야기를 이렇게 자극없이 잔잔하게 수채화처럼 그려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배드신이 매우 매우 소프트합니다.
책 읽으실분들은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동생이 삼재가 겹쳤는지 올해만 벌써 병원에 두번이나 수술을 했습니다.
평소 병원 밥 먹을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일은 참 모르는거더군요.
다행스럽게도 오마니께서 동생이름으로 보험을 두개나 들어놨습니다.
이런식으로 본전을 뽑게 될 줄이야?
생각보다 동생은 병원체질인지 요래조래 뺀질뺀질 잘 지내는거 같습니다.
특히 간호사들과 너무너무 잘 지냅니다.
아직 만으로 이십대 초반에 걸쳐있는 동생은 실습나온 간호사들이나 혹은 한두살 어린 간호사들에게 이렇게 부릅니다.
'애기야'
'애기야 이것좀 먹고해'
'애기야 언제 퇴근해?''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지가 뭐 박신양도 아니고 한두살 차이 날랑가 싶은 간호사님들께 애기야라니...
간호사는 모름지기 누나! 누나 아닙니까!?
아무튼 동생이 간호사 누나[?]들이랑 노닥노닥 거리는거 보니 참 재밌더군요.
그런데 건너병실에서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좀 꼬장고장하고 성질드럽고 히스테릭한 50대 할아버지 환자가 있었는데...
어린 간호사 한명이 링겔을 놓기위해 주사를 찌르다가 한번에 바늘을 못찌른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거기서 그 못되쳐먹으신 할배가 간호사 뺨을 그냥 딱!
이연 저연 온갖 연을 날리며 욕을 딱! 부모 욕을 딱!
생전 듣도보도 못한 귀가 더러워지는 온갖 잡스러운 욕을 딱!
근데 할배가 하도 지렁지렁을 하면서 온갖 잡욕을 입에 물고 성을 내니깐...
엉엉 우는 간호사를 앞에두고 다들 어째야하나 싶었던 찰나에...
옆 병실에 동생이 출동 번개같이 날아와서 할배 어깨를 팍 치며 욕을 딱!
울던 간호사를 밖으로 내보내며 또 할아버지 어깨를 딱!
독사눈깔을 뜨고 한판뜰 기세로 욕을 딱!
상대는 자기보다 두배는 더 많이 살았지만 그딴거 없고 아주 된통 버럭버럭을 했나 보더군요.
그렇게 뜬금없이 3자가 끼어들면 '어디 어린노무새키가 껴들어가지고' 드립을 쳤을텐데...
용문신을 딱 꺼내서 보여줄리는 없고 아무튼 좀 과하게 동생이 썽을 냈는데...
대꾸한번 못하고 깨갱하며 물러섰다 합니다.
좀 있다 원장이랑 의사한명이 와서 블랙환자니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필요는 없고...
아무튼 고맙다고 인사하러 오더군요.
동생왈...
'아오 진짜 그 애기 강원도에서 올라와서 근처에서 월세방 하나 잡아서 친구셋이렁 되게 힘들게 사는 앤데..
저 xx xx가 안그래도 열심히 사는 애를 가지고 아오 xxx 한번 더 걸려봐. 아오 xx '
'잘했다 잘했어 좀 너도 막나간 감이 있긴 해도...
그 정도 안했으면 저런 똥같은 인간이 제대로 들어먹을 리도 없고 암튼 욕봤다.
근데 그 간호사가 강원도에서 올라와서 월세방에서 친구셋이서 사는건 어찌 알어?'
'응? 그냥 아는데?'
뭐지...
5.
오늘 동생이 잠깐 외출해서 집으로 오더군요.
'형 나 중학생한테 2만원 줬어'
'뭐 중학생 삥뜯었다고? 너 미쳤냐? 가서 당장 안돌려줘?'
'아니 내가 2만원 줬다고...
들어봐. 아까 친구가 문병와서 병원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우리 옛날에 다니던 중학교 교복입은 남자애가 우리 먹는걸 계속 쳐다 보고 있는거야.
웬지 기분나쁘기도 하고 찝찝해서 눈으로 한번 째렸는데 애가 눈 안피하고...
우리 먹는걸 너무 애처롭게 쳐다보는거야.'
'뭐야 신종 앵벌이냐? 병원에도 그런 애들이 있어?'
'아니 진짜 딱 자세히보니깐 팔이랑 얼굴에 막 꼬질꼬질한 때가 묻어있고...
얼굴이 완전 삐쩍 꼴아서 그래 형보다 훨신 더 빼짝 꼴아가지고 막 되게 안쓰러워보이는거야.'
크크크. 수영배우러 다니시는군요. 저도 수영하는 걸 꽤 좋아하는데 남자친구랑 같이 수영강습을 한 달정도 들었지만 남자친구는 아직 물에 뜨지도 못해요. 엉엉. 여름에 같이 수영하러 다니면 참 좋을텐데. 이분에게 물에 뜨는 법을 좀 전수해주싶셒습..
3번에 대해선, 왜이러세요 대마왕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