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5/17 13:13:40
Name Neo
Subject [일반] 찌질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남자의 사정
안녕하세요. PGR 눈팅족 Neo입니다.

어장관리에 관한 글을 읽어보니 참 재미가 있었고, ‘나는 어떤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다가 과거의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씁니다.

저의 20대 초반을 떠올려보면 참 찌질하고 못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살 때 같은 분반이자 같은 동아리였던 여학생이 저를 보면 자주 웃어줬는데, 그것을 보고 혼자 착각을 하여 속앓이를 했었죠. 그러다가 몇 번 얘기도 하다가(별로 심각한 얘기도 아니었어요.) ‘얘가 나를 좋아하는 게야 ’라고 스스로 착각을 하여 야밤에 술먹고 전화로 대쉬!(가장 최악의 경우이지요)했다가 폭풍 차임 당하고 그 다음 주에 친구랑 밤새도록 술먹고 울면서 그 여학생 욕을 했었습니다.

말 그대로 찌질의 결정체였죠.

다른 남자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남자는 외모가 수려하거나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여학생들과 너무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것이었어요. 참 부럽기도 해서 헤어스타일도 그 친구처럼 따라해보기도 했고, 말투도 따라해보기도 했죠. 그래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죠. 특히 그 남자애가 거의 모든 여자애랑 친했는데, 특히 제가 대쉬했던 그 여학생하고도 친해서 참 질투도 많이 느꼈습니다.

정말 찌질한거죠.

그 때는 몰랐습니다. 내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히 나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저는 남자 중학교와 남자 고등학교를 다녔죠. 이 6년 이란 기간 동안 여자라는 사람과 말을 나눈 것 자체가 열 번도 안되었습니다.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십대 때 피부에 여드름이 무지 많아서 도저히 여자를 만날 자신감도 생기지가 않았죠. 그리고 고등학교 3년 동안은 only 공부 밖에 안했습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오로지 공부 밖에 몰랐던 고등학교 기간이었습니다.

이런 불쌍한 남자(?)가 대학교를 가서 처음으로 여자 사람과 말을 섞어본 것입니다. 오호라 불쌍한 이 남자에게 사춘기를 대학교 가서 겪게 해주시는 신의 뜻도 있었네요. 십대 때 전혀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경험은 전무!!!
에라 모르겠다 일단 부딪히자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의 현재 모습은 전혀 살피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자에게 들이댄 것이죠.(패션도 구질구질, 마인드도 구질구질)

반면 모든 여자와 친했던 그 남자 친구는 중학교도 남녀공학, 고등학교도 과학고니 남녀공학을 다녀서 여자를 하나의 특별한 성이 아니라 자신과 동등한 하나의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6년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교를 못가는 것처럼, 6년간 여자와 말도 제대로 안나눠 본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었겠어요.

찌질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찌질해지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남을 비난하는 것은 스스로 더 비참해지는 것이죠. 쥐뿔도 없는 사람에게 자신감이 생기기는 만무합니다. 스스로 돌보고 가꾸고 자신감 충전 후 여자가 먼저 다가오게 만들어야죠.

저는 살을 뺏고,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던 패션에도 관심을 뒀지요.(예전에는 돈만 생기면 전자 제품 사는 데 다 썼는데,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절대 비싼 전자제품에 돈을 안씁니다. 그 돈으로 옷과 신발을 사지요.) 안경도 벗고, 운동도 하고, 잘 웃습니다. 헤어스타일도 바꿨구요. 피부도 좋아졌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저를 못알아보는 친구들이 꽤 많더군요. 나중에는 ‘아 당신이 XX입니까? 죄송해요. 못알아봤네요’이렇게 존대말 쓰면서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나중에 십년 뒤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 역시 좀 못났다는 생각이 들기야 하겠죠. 미래의 나는 더 멋져있을테니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라이크
11/05/17 13:35
수정 아이콘
사실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타도 사귈 사람은 다 사귀더군요. 보통 내성적인 분들이 연애에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마바라
11/05/17 13:41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이 좋은건지.. 아님 그냥 연애라는걸 해보고 싶은건지..
이걸 구분해야 합니다.

제 친구가 금사빠인데..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_=;;

A라는 여자분이 조금 호감을 보이면 이쪽으로 휙~.. B라는 여자분에게 잘될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저쪽으로 휙~
C라는 여자분이 자기한테 웃어줬다고 그쪽으로 휙~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가 이런 경우가 많을것 같습니다.
연애에 목마른 경우요.. 상대는 누구라도 괜찮다..
칼잡이질럿
11/05/17 13:48
수정 아이콘
성격도 영향 있지만 저런 환경도 분명 영향있죠

그냥 다 남녀공학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애경험도 경험이지만 어릴 때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봐야 하는건데...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남녀 편가르기, 된장, 보슬 이런 것들도 줄어들 것 같고요

성적 떨어질까봐 이성교제 막는거 말곤 뭐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Zakk WyldE
11/05/17 13:54
수정 아이콘
중고 모두 합반에 여자 짝꿍이었는데요.
저나 친구들을 봐서는 합반 테크 탔다고 득이 되지는 않는 것 같네요. [m]
홍마루
11/05/17 14:01
수정 아이콘
저나 친구들도 계속 합반이었지만 별 차이 없는거같아요 크크
개인성격이 더 크다고 봅니다 [m]
11/05/17 14:01
수정 아이콘
10년전 친구들이 저보면 좋아졌다는 얘기보다는 사람됐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지니쏠
11/05/17 14:04
수정 아이콘
오늘의 교훈은 남중고생은 교회를 다니자.......
Angel Di Maria
11/05/17 14:0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올빼미
11/05/17 14:09
수정 아이콘
전 십년전친구만나면 넌어제만나고 오늘만난거 같다라고 하더군요. 욕이였군요
11/05/17 14:28
수정 아이콘
올빼미 님// 십년전에도 간지나고 지금도 간지날수 있죠. 한결같은 동안이라거나
Darwin4078
11/05/17 15:30
수정 아이콘
다 찌질했던 한때가 있는거 아닌가요? 흐..

저도 지금 마눌님하고 아웅다웅하기 전까지는 정말 찌질했던거 같습니다.
그 이전에 일본병+중2병에 걸렸을 때는 더 심했던거 같구요.

물론 지금도 안찌질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 못하지요.
누군가가 찌질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비웃고 놀리기보다는 이러다 철들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능..
그 누군가가 저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다능..ㅠㅠ
카이레스
11/05/17 21:10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 때 참 찌질했었던 듯; 지금은...음 모르겠네요 더 나은 사람이 되야죠 흐
라울리스타
11/05/18 00:40
수정 아이콘
지극히 평범한 남자라면 찌질함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닌가 싶어요^^ 다만 그 정도만 다를 뿐!

전설의 카사노바라도 안밝혀지고, 화려한 전적(?)에 뭍혀서 그렇지 결국엔 출발은 모두 찌질한 연애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자도 똑같은 사람이고, 애정에 목말랐으며, 상처도 받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만 유독 남자에게 대범함 내지는 넓은 이해심을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반면에 여성들에겐 외모를.....안타까운 현실이여~).

어차피 찌질함이 남자들의 속성임을 인정한다면, 자신이 찌질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찌질함을 감추기 위해 허세 부리는 것 보다는 훨씬 '덜 찌질한' 것이라 봐요. 물론 여자들은 이런 두 차이를 귀신같이 눈치채기도 한다고 보구요~
11/05/18 09:11
수정 아이콘
서울상경 지방촌놈으로 많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대학 1,2학년 때에 실수한 일들이 뭐그리 많은지... 그래도 그렇게 찌질하게 지내봤기에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생기네요.ㅠㅠ
켈로그김
11/05/18 09:36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보면.. 20대 초반의 무수했던 삽질들이 생각나요..
오늘도 잠결에 하이킥을 쏘겠네요. 아오.. 내 손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189 [일반] 췌장염 무섭네요. ㅠ [21] 눈시BB6024 11/05/18 6024 0
29188 [일반] 몇일 전 2억이란 돈이 생겨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글 올렸던 사람입니다.(추가질문) [219] 자네스타좀해14820 11/05/18 14820 2
29187 [일반] 잡담하기 좋은 날 [18] fd테란5653 11/05/18 5653 0
29186 [일반] 그저 일년중에 하루.. [31] 여자동대장5747 11/05/18 5747 3
29185 [일반] 저의 이성 대하는 방법. [24] 엘푸아빠6715 11/05/18 6715 1
29183 [일반] 페르소나4 애니화에 대한 새로운 소식. [5] 애송이3890 11/05/18 3890 0
29182 [일반] 불행한 한국, 몰락하도록 놔둘 건가 [70] 코뿔소러쉬9576 11/05/17 9576 0
29181 [일반] [야구] 5월 17일 프로야구 중계불판 (2) [415] KillerCrossOver4730 11/05/17 4730 0
29180 [일반]  [야구] 5월 17일 프로야구 중계불판 [313] KillerCrossOver3679 11/05/17 3679 0
29179 [일반] 비스트와 JOO와 AZIATIX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3] 세우실4088 11/05/17 4088 0
29178 [일반] 북한, 중부전선 방사포 4문 남쪽 겨냥(수정) [18] 스반힐트6017 11/05/17 6017 0
29177 [일반] 주말야구 2시 VS 5시.......2시에 야구가 보고싶어요 [43] WraPPin5544 11/05/17 5544 0
29175 [일반] 아.. 스팸문자.. [15] 너는나의빛^^5851 11/05/17 5851 0
29174 [일반] 찌질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남자의 사정 [15] Neo6703 11/05/17 6703 0
29172 [일반] 이렇게 생각하면 제가 너무 찌질하고 못난건가요? [77] 허삼전8378 11/05/17 8378 0
29171 [일반] 아... [110] 제크5045 11/05/17 5045 1
29169 [일반] [NBA] 로즈의 질주는 계속된다! EAST Final Bulls vs Heat 1차전 Bulls 승리 [4] Restory4860 11/05/17 4860 0
29168 [일반] [K리그] 10R. 포항 3-2 전북. 클래식 매치의 탄생. (하이라이트) [11] LowTemplar3941 11/05/17 3941 0
29167 [일반] 원거리 연애? 남자들은 자꾸 왜? 어장관리? 소소한 연애이야기-_- 등등 [38] 누렁아빠7223 11/05/17 7223 0
29166 [일반] 엔씨소프트, 제 9구단 이름 '다이노스'로 확정 [53] The xian7721 11/05/16 7721 0
29165 [일반] [K리그] 굴레를 벗어난 라이언 킹, 세차게 포효하다 [19] 라울리스타6001 11/05/16 6001 1
29164 [일반] 임재범씨 급성 맹장으로 실려가셨다는데... [28] 파일롯토7971 11/05/16 7971 0
29163 [일반] K리그, 미국지역에 동시 생중계 확정!!! [21] EndLEss_MAy4780 11/05/16 47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