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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26 06:39:20
Name DE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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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대전, '브로콜리 너마저'&'장기하와 얼굴들' 콘서트 후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한국 인디 음악의 아이콘. 인디밴드에게 아이콘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과연 적절할 것인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지만,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 는 그렇게 불리워도 나쁘지는 않을 그룹입니다. 그룹 ‘브로콜리 너마저’ 는 인디음악의 텔미(Tell me) 라고 농담섞인 별명을 가진 <앵콜요청금지> 로 대중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노래와 활동으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청춘 세대의 마음을 달래주는 노랫말은, 편안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솔직하고 아픈 말들을 합니다. 가르치지 않고, 차분하고 나지막한 조곤조곤한 일상의 노래가 ‘브로콜리 너마저’ 의 노래입니다. 한편 ‘장기하와 얼굴들’ 의 행보는 좀 더 파격적이고 강렬합니다. 재미있는 가사와 뛰어난 묘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이미 홍대 무대에서 화려하게 그 인기를 검증받았던 그들은 인터넷 및 방송 매체를 통해서 빠르게 대중에게 이름과 음악을 알렸고, 현재는 대중에게 가장 인지도 있는 인디 밴드가 되었습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두 그룹의 공통점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에는 가수가 연기를 하고, 개그맨이 가수를 하는 시대. 목소리보다는 짧은 핫팬츠가 노래를 하는 시대에서, 인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날 실력 출중한 두 팀의 밴드가 하나의 무대에 차례로 올랐습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그 가능성이란 것은 공연 시작 7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던 젊은이들에게서 벌써 찾을 수 있었지만요.
  
이 미친 세상에, 별일없이 산다

  먼저 무대에 오른 ‘브로콜리 너마저’는 담담했습니다. 보컬이자 리더인 덕원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노래로 이야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오히려 무엇인가를 너무도, 무척이나 말하고 싶다는 뜻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위에서 일어났던 아픈 일들로 인해 메마르게 갈라져 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 틈새로, <울지마>, <환절기>, <졸업>, <잔인한 사월> 과 같은 노래들이 스며들었습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노랫말은,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그 슬픔으로 인해 무척이나 많은 말들이 생각났지만, 그 또한 그 노래가 차분히 다독여주자 잠잠히 사그라들었습니다. 정말로 세상은 미친 것 같았지만, 또한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짧아서 아쉬웠던 무대를 마치고,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가 하나씩 무대에 서자 객석은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여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로 인해 스탭들은 장내 질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무대에 등장한 장기하는 첫 곡 ‘나와!’ 의 일갈 하나로 그 모든 노력을 유쾌하게도 무안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제히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 카이스트 대강당이 홍대 소극장처럼 바뀌어버린 진풍경 속에서,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우리 지금 만나> 와 같은 대표곡들이 이어졌습니다. 터져버릴 듯 가슴 벅차고 열정 넘치는 공연 속에서, 그 열기를 견디지 못했는지 <별일없이 산다> 에서는 정말로 음향 시스템이 나가버리는 해프닝도 일어났습니다. 그마저 아무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공연장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다행히 시스템은 금방 복구되었고, 장기하와 얼굴들은 더욱 신나는 공연으로 앵콜곡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이 날의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젊은이들의 목소리, 마음
  
  이미 언급했지만, 이날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몇 시간씩이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 대한 기다림은, 단지 유명한 연예인을 기다리는 호기심이나 기대감 그 이상의 것이 있었습니다. 얼굴이나 옷차림보다 노랫말과 멜로디로 더 잘 알려진 가수들. 젊은이들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지금 내 이야기를 노래해주는 가수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렇게나 많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젊은이들의 목소리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노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로가 되었고, 감동이 있었으며, 미칠 듯이 뛰노는 즐거움 속에 맺히는 눈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노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서글펐지만, 분명 존재하는데 잊고 있었던 것들도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참 고마웠습니다.

끝으로, 리뷰를 마치며 브로콜리 너마저의 ‘울지마’ 의 가사를 옮겨봅니다.

ThEnd.




울지마 - 브로콜리 너마저

울지마.
니가 울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작은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세상이 원래 그런거란 말은 할 수가 없고.
아니라고 하면 왜 거짓말 같지?

울지마.
니가 울면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
뭐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말해주고 싶은데.

모두다 잘 될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그래도,
울지마.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아파 하는지.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왜 내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상관해야 하는지.
약한 사람은,
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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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6 07:30
수정 아이콘
와 가고싶네요..
꿀호떡a
11/04/26 07:54
수정 아이콘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요 구절 듣고 정말 울 뻔했어요. 왠일인지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던 건..
물론 이어진 장기하의 무대는 정말 최고였어요. 아흑..
정문에서
11/04/26 08:16
수정 아이콘
저도 다녀왔습니다. 2층이라 아쉬웠어요.
다다다닥
11/04/26 20:17
수정 아이콘
너무 잘봤습니다.

저도 브콜너 공연 너무너무 가고 싶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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