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4/18 23:18:49
Name 츄츄호랑이
Subject [일반] 헤어지는 방법
너는 너무 애같이 걱정이 많아. 려 언니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407번 버스가 떠올랐다.

그날의 407번 버스는 지나치게 덜컹거렸다. 내 속도 덩달아 덜컹거렸다. 버스가 코엑스에 정차했을 때 우리는 같이 내렸다. 멀미가 나. 승이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내 등을 가만히 두드려줬다. 등을 두드리면 속이 더 헤집어질 뿐이므로, 그만 두드려줘도 된다고 승이에게 말했다. 승이의 살짝 주먹 쥔 손이 내 등 위에서 멎었다.

속이 더 안 좋아져서 그래.
승이가 괜히 마음 상해할까봐 한 변명이었다.
버스가 너무 덜컹덜컹했어.
이건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 변명이었다.
네가 두드려주는 게 싫은 건 아냐.
이건 확실히 불필요한 변명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으므로 나는 날씨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때 승이가 내 손을 잡았다.

앞으로 407번 버스 같은 건 타지 않을 거예요. 술에 취해서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나는 려 언니에게 말했다.
407번 버스는 잘못이 없는걸.
승이랑 관련된 건 이제 쳐다보기도 싫어요.
바이올린도?
바이올린도.

동아리에서 신입생을 환영하는 날 술자리에서 구석에 세워진 내 바이올린을 보고 승이는 이렇게 말했다.
저게 네 바이올린이야?
응.
네 것치곤 큰데.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며 성인용 바이올린은 원래 4/4사이즈 하나뿐이야 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손 한번 대봐.
그의 손바닥에 가만히 손을 대면서 이렇게 큰 손도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는 헤어질 수 없어. 려 언니가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헤어지나요?
헤어지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헤어지는 게 방법이야.
나는 려 언니의 방법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를 기억할 거야. 떠나면서 승이는 이렇게 말했던 것도 같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려 언니가 내 손을 붙잡아 끌며 말했다.
언니, 속이 안 좋아.
그러길래 적당히 좀 마시지......
등 두드려 주세요.
려 언니의 따뜻한 손이 내 등에 닿았다.
나는, 이제, 그만,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냥 픽션입니다. 헤헤. 시리즈로 쓰고 싶었는데 재미없는 글 읽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짧게 썼어요. ^^
스타 한 판 이겼다고 저를 4차원이라고 부르는 사람 때문에 최대한 정상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다시 보니 내용이 또 4차원이네요!
제 등은 꽤 찰진데 요새는 두드려줄 사람이 없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화이트푸
11/04/18 23:2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어요. 찰진 츄츄호랑이님의 등을 두둘려 줄 누군가가 조만간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리고 시리즈로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기대할께요 ^_^ 화잇팅!!
애패는 엄마
11/04/18 23:44
수정 아이콘
찰진건..엉...

언젠간 407번 버스를 보면 이 글이 떠오를 거 같습니다.
Zakk WyldE
11/04/18 23:58
수정 아이콘
남자 주인공(?)이 전 줄 알고 감정이입 했네요. 승이라니... 승이라니... [m]
Zakk WyldE
11/04/19 00:19
수정 아이콘
푸파이터....가
아니라 화이트푸님은 알고 계실것 같아요. 승이란 이름에 대해서. [m]
11/04/19 01:34
수정 아이콘
잘 썼네요. 나도 이렇게 간질간질 하게 써보고싶은데 따라갈 수가 없네요. 질투나요.
스타에서 한 판 이겨서 4차원이라고 하는것 보다는 대부분의 말들이 4차원에 속해있어서에요. 참고로 츄츄님은 스타에서 진 주제에 내기수행도 안하고 징징대서 내기 없던일로 만들어 버렸죠. 뭐, 전 대인배니까 그정도는 넘어가 드리겠어요, 생고기와 경쟁이 안되니까요.
11/04/19 07:37
수정 아이콘
찰지구나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530 [일반] 어제 강원도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엄기영씨가 무너지데요. [49] 팔랑스9729 11/04/19 9729 0
28529 [일반] 애플, 삼성을 아이폰 아이패드 카피로 고소 [76] 단 하나8845 11/04/19 8845 0
28528 [일반]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만들겠습니다. [28] 엄마,아빠 사랑해요6208 11/04/19 6208 1
28527 [일반] 최소 비용으로 치즈 케익 만들기 [7] epic20237 11/04/19 20237 1
28526 [일반] 한국 축구 대표팀 세르비아, 가나와 붙는다 [10] 케이윌5547 11/04/19 5547 0
28525 [일반] 헤어지는 방법 [17] 츄츄호랑이6911 11/04/18 6911 3
28520 [일반] 양승호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 본 신뢰구축의 문제점 [58] 논두렁질럿7481 11/04/18 7481 0
28519 [일반] 나는 비가 오는 날이 좋다 [2] kapH4035 11/04/18 4035 0
28518 [일반] f(x), 에이핑크의 뮤직비디오와 애프터스쿨,김완선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3] 세우실6161 11/04/18 6161 0
28517 [일반] (스포주의) 나는 가수다 합류된 3인 [90] 타나토노트10433 11/04/18 10433 0
28515 [일반]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 한분이 가셨군요. [14] swordfish6638 11/04/18 6638 0
28514 [일반] 누구나 다 겪는 그 흔한 첫사랑 [12] 여노4908 11/04/18 4908 0
28513 [일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폭탄 터지면 집값 좀 내려갈까? [55] 나이로비블랙라벨6659 11/04/18 6659 0
28512 [일반] 내가 아닌 나 [10] 글곰4470 11/04/18 4470 0
28511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5. 적의 소굴을 쳤으나... [31] 눈시BB7549 11/04/18 7549 4
28510 [일반] YG가 또 다시 2NE1으로 파격행보를 개시하네요. [36] 타테이시아8317 11/04/18 8317 0
28509 [일반] 별 다를 것 없는 하루 [4] 탈퇴한 회원4778 11/04/18 4778 0
28506 [일반]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83] 엄마,아빠 사랑해요10613 11/04/18 10613 0
28505 [일반] 여러분들은 어떤 타자를 기용하시겠습니까? [159] 강한구6890 11/04/18 6890 0
28503 [일반] pgr의 학생분들...모두 시험 잘보세요~ [11] 라울리스타4489 11/04/18 4489 0
28502 [일반] [중계글] 이청용 선발 FA컵 4강 볼튼 : 스토크 [123] Bikini4730 11/04/17 4730 0
28501 [일반] [EPL] 아스날 Vs 리버풀 라인업 [398] 반니스텔루이5227 11/04/17 5227 0
28499 [일반] 농협 사태가 대체 어디까지 갈까요? [23] ArcanumToss7049 11/04/17 704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