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무 애같이 걱정이 많아. 려 언니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407번 버스가 떠올랐다.
그날의 407번 버스는 지나치게 덜컹거렸다. 내 속도 덩달아 덜컹거렸다. 버스가 코엑스에 정차했을 때 우리는 같이 내렸다. 멀미가 나. 승이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내 등을 가만히 두드려줬다. 등을 두드리면 속이 더 헤집어질 뿐이므로, 그만 두드려줘도 된다고 승이에게 말했다. 승이의 살짝 주먹 쥔 손이 내 등 위에서 멎었다.
속이 더 안 좋아져서 그래.
승이가 괜히 마음 상해할까봐 한 변명이었다.
버스가 너무 덜컹덜컹했어.
이건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 변명이었다.
네가 두드려주는 게 싫은 건 아냐.
이건 확실히 불필요한 변명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으므로 나는 날씨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때 승이가 내 손을 잡았다.
앞으로 407번 버스 같은 건 타지 않을 거예요. 술에 취해서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나는 려 언니에게 말했다.
407번 버스는 잘못이 없는걸.
승이랑 관련된 건 이제 쳐다보기도 싫어요.
바이올린도?
바이올린도.
동아리에서 신입생을 환영하는 날 술자리에서 구석에 세워진 내 바이올린을 보고 승이는 이렇게 말했다.
저게 네 바이올린이야?
응.
네 것치곤 큰데.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며 성인용 바이올린은 원래 4/4사이즈 하나뿐이야 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손 한번 대봐.
그의 손바닥에 가만히 손을 대면서 이렇게 큰 손도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는 헤어질 수 없어. 려 언니가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헤어지나요?
헤어지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헤어지는 게 방법이야.
나는 려 언니의 방법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를 기억할 거야. 떠나면서 승이는 이렇게 말했던 것도 같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려 언니가 내 손을 붙잡아 끌며 말했다.
언니, 속이 안 좋아.
그러길래 적당히 좀 마시지......
등 두드려 주세요.
려 언니의 따뜻한 손이 내 등에 닿았다.
나는, 이제, 그만,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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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픽션입니다. 헤헤. 시리즈로 쓰고 싶었는데 재미없는 글 읽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짧게 썼어요. ^^
스타 한 판 이겼다고 저를 4차원이라고 부르는 사람 때문에 최대한 정상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다시 보니 내용이 또 4차원이네요!
제 등은 꽤 찰진데 요새는 두드려줄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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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썼네요. 나도 이렇게 간질간질 하게 써보고싶은데 따라갈 수가 없네요. 질투나요.
스타에서 한 판 이겨서 4차원이라고 하는것 보다는 대부분의 말들이 4차원에 속해있어서에요. 참고로 츄츄님은 스타에서 진 주제에 내기수행도 안하고 징징대서 내기 없던일로 만들어 버렸죠. 뭐, 전 대인배니까 그정도는 넘어가 드리겠어요, 생고기와 경쟁이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