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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4/18 09:39:27 |
Name |
탈퇴한 회원 |
Subject |
[일반] 별 다를 것 없는 하루 |
오늘도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다.
평소처럼 해가 지고도 한참 후가 돼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무언가 어제와는 다른 이상한 기분에, 잠시 멍해지지만,
곧 오늘도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라는 것을 깨닫고, 습관처럼 담배를 집어 현관 밖으로 나간다.
쏟아지는 달빛이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왜일까. 하고 하늘을 보지만, 밤새 먼지가 쌓여 뿌얘진 내 안경알이 하늘을 가린다.
거리를 가득 채운 어둠이, 오늘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마음이 좋질 않다.
안경을 잠시 벗어, 하늘을 보지만, 여전히 하늘은 뿌옇다.
쓸데없는 짓임을 깨닫고, 피던 담배를 마저 핀다.
오늘따라 담배는 왜 이리도 짧은지, 다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인데, 왜이리 기분이 이상할까.
기억을 되짚어 보면, 일년 전 오늘도 무언가 이상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 내 미니홈피를 확인한다.
"생일 축하해 친구!"
"오빠 생일 축하해요."
"선배! 생일 재미있게 보내세요."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다.'
되뇌인다.
그러다 장롱 옆에 걸려있는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친다.
너무도 낯선 내 모습에 놀란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인데, 왜이리 눈물이 날까.
다시 아무일 없다는 듯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메신져로 들어간다.
'괜한 짓이겠지. 그냥 그만두자.'
이메일 확인을 포기한 채 컴퓨터를 끄려 한다.
지난 수년간 나의 오늘은 매번 이렇게 이상했다.
오늘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메일을 확인한다.
밤새 온 스팸메일들을 정리하다, 무언가를 발견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클릭한다.
"아들아. 생일 축하한다."
그제서야 나는 수년간 인정할 수 없었던 사실 하나를 인정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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