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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3 19:56:58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어느 나라 호텔입니까?
이미 온라인, 오프라인상으로 일파만파 퍼진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어제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대학 동창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신라호텔 레스토랑 파크뷰를 찾았다가 식당 직원에게 드레스코드 문제로 제지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복과 츄리닝은 드레스코드상 안된다".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을 훼방할 수 있다" 등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는 일들이 더 발생했지요. 마치 츄리닝과 한복이 동등한(사실은 배척당하는 의도가 같은 게 아니라 배척당하는 결과가 동등한 것이지만) 취급을 받는 굴욕적 상황이 벌어지자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도 들끓었습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신라호텔측은 언론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물론 총지배인이 전화상으로 사과한 데에 이어 이부진 사장까지 직접 찾아와 사과를 전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여러 기사를 통해 언론에 발표된 사과문을 보니 - 이게 사과문 전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분들께,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 하는 뷔페의 특성으로 인해 식당 내 고객들 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분들께 일일이 안내를 해주는 상황이다. 고객 간의 불편함 및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식당 입장 전에 한복을 입은 고객분들께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드리도록 했으나 식당 근무 직원의 착오로 미숙하게 고객에게 안내됐다" 등으로 나와 있더군요.


그러나 저는 - 사과문의 공개된 내용만을 판단한다면 - 그들의 사과문을 볼 때 이게 진정으로 사태 수습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면피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대단히 의문이 듭니다. 그들은 정말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원인을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고도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덮어지고 장사 잘 되니 쉬쉬하고 덮겠다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신라호텔이 면피에 급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그들의 말처럼 착오나 특수사례라면 이렇게까지 단시간 내에 파문이 커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고유의 의복인 한복을 착용하고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곳이 하필 천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옛 나라 이름인 '신라'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초일류 호텔이라는 것. 이 두 가지 일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간 교육을 받으며 교과서에서, 방송에서, 그리고 언론을 통해 배운 대한민국의 정체성대로라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문제는 특수사례나 일시적 착오가 아닙니다. 물론, 이에 더해 '신라호텔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혜순씨의 말에 "'신라'라는 정체성이 있다" 따위의 헛소리로 답변한 것 역시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요.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대한민국 고유의 의상을 배척하는 정체성을 가진 주제에 '신라'의 정체성이 있다고 답변한 자는 제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한복 손님에 대해 그동안 그런 불이익을 자행한 진정한 의도가 그들의 말처럼 고객들간의 접촉 때문에 일어나는 고객간의 불편함 및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의 말처럼 충분한 사전 안내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이혜순씨에게 신라호텔측에서 한 행동은 '충분한 사전 안내'가 아니라 '한복 착용 손님의 출입 금지' 였습니다. 게다가 한복을 위험한 옷이라고까지 말했고, 드레스 코드를 예로 들면서 한복과 츄리닝을 같은 선상에 오르내리게 만드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이 진의라고 불리는 것과 완전히 동떨어진 행동을 해 놓고 착오니 미숙이니 이야기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고 면피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인터넷상에서는 지난 번 신라호텔에서 있었던 이건희씨 칠순잔치 때에 홍라희씨(이건희씨 부인)가 한복을 입은 점을 들어 신라호텔의 한복 출입은 홍라희씨만 가능하냐는 비아냥이 올라오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가족관계까지 문제삼지 않더라도 이번에 신라호텔이 한 행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한복의 위상을 폄하한 행동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음식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미한 충돌 및 손님간의 분쟁을 우려한다면, 그 내용을 고객이 숙지할 수 있게 하도록 하면 되는 것임에도 한복을 '위험한 옷'이라 말하고 아예 출입까지 금지시키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간과하고 면피만 할 요량이라면 저는 신라호텔에 붙은 '신라'라는 이름이 왜 있는지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호텔이 왜 대한민국에서 장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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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13 20:06
수정 아이콘
사과문이라고 올라온 글에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죠
그네들입장에서는 사정이 있었다 치고 앞으로 그럴일이 없고
이 사태가 그네들이나 관련 업종에 타산지석이 되면 좋겠다, 정도로 끝내는게 어떨까합니다
11/04/13 20:07
수정 아이콘
또 어떤 곳에서는 기모노 입은 일본 여성분이 신라호텔에 있는 스샷도 있더라구요.
이번 신라호텔 사건은 어디서 허세만 늘어서 쎈척 하는 철 없는 중고딩의 느낌이 나는 수준 이하의 행동입니다. 한복이 뭐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훼방을 놓고 위험한 옷인지.. 한국 전통 옷인 한복을 디자인 하는 분들이 입었을 정신적 충격을 생각하면.. 휴..
젓가락MY神
11/04/13 20:09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어느곳,어떤곳도 "한복"을 입고 출입못할 곳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롤링스타
11/04/13 20:22
수정 아이콘
한복 출입을 막았는데 하필이명 상대가 한복 디자이너였다니...
신라호텔이 잘못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습니다.
뭐 알력이야 당연히 신라호텔측이 쎄겠지만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건드리는 꼴이 됐으니...
스캔들, 쌍화점 등의 의상을 제작할 정도로 능력있는 분이었으니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까요.
버디홀리
11/04/13 20:27
수정 아이콘
유명 한복 디자이너였기에 이렇게 문제가 됐을 수도 있죠.
어쩌면 그동안 다른 분들도 계속 이런 황당한 상황을 당하셨을 수도 있죠.
알려지지만 않았을뿐.....
처음 기사를 보고 어찌나 황당하던지.....
파일롯토
11/04/13 22:10
수정 아이콘
미친거야 이나라가미쳐돌아가는거야 [m]
화성거주민
11/04/13 22:18
수정 아이콘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열렸을 때 기모노 출입은 제한이 없었다는 사진과 기사를 보니 화가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건 뭐.....
11/04/14 00:06
수정 아이콘
오늘 다른 특급호텔에서 근무하는지인과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는데
단한가지를 말씀하시더군요
그 디자이너분이 개량한복을 입고 있으니 그냥 돈이없는 동네 아주머니처럼 보였을거라고 만약 돈 있어보이고 힘있어보이는 분이셨으면 절대 그런 부당대우를 받지 않았을것이라고요
그 디자이너분의 실책은 그자리에서 컴플레인을 걸지 않은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하시네요
그 지인분은 츄리링 바람으로 파크뷰에서 얼마전에 식사하셨다고 하시더군요
호텔이 숙박없소인데 츄리닝을 입고 온 트숙객일경우도 있는것인데...
일단 당직지배인과 총지배인을 불러서 컴플레인을 걸어서 그 상황을 처리하는게 최우선이네요
이 이후에 공론화 시켜도 충분히 공론화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m]
11/04/14 00:37
수정 아이콘
이미 공론화는 된 상황인것 같네요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하는걸 보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여러님들의 말에 많이 동감합니다
어떤 서비스직이든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사람의 외관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 질이죠ㅡㅡ 항상 그 점 조심해야함을 느낍니다 [m]
11/04/14 02:15
수정 아이콘
저도 기사를 읽어봤는데 문제가 좀 부풀려진 감이 없잖아 있는거 같습니다. 츄리닝과 한복은 둘다 금지라는걸 보면서 한복을 츄리닝과 같은 레벨로 격하시켰다고 해석하는 건 좀 오바인듯 싶습니다. 제가 볼때는 직원이 불충분한 설명이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도 기사가 부풀려져 그렇게 보일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아마도 츄리닝은 장소에 걸맞지 않은 차림이라 입장불가고 한복은 드레스처럼 부피가 크니 다른 사람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치마자락을 밟히거나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장이 거부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식당도 아니고 부페였다는걸 생각해보면 호텔측 입장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다. 호텔입장에서는 그러한 사고가 몇번 있었으니 그런 드레스코드를 세웠겠지요. 정작 제일 중요한건 그 한복 디자이너라는 분이 얼마나 부피가 큰 옷을 입고있었냐는건데 정작 신문기사는 그에 대한 설명이 없지요.

일단 책임은 "부피가 큰 옷은 위험할 수 있다" 라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호텔측에 분명히 있습니다. 이는 직원이 하필 한복 디자이너에게 "부피가 큰 옷" 이 아니라 "한복" 이라서 되지 않는 다고 설명을 한 탓일 수도 있고 직원이 드레스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텔측에게 그 이상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되고 따라서 위의 사과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사의 뉘앙스처럼 신라호텔이 한복을 츄리닝과 같은 레벨로 격하시켰다는건 말이 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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