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을 여러번 들추어 보는 일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후회는 낙천성 아래에 왔었다. 그래서 많이 웃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쉽게 웃으며 넘어갔다. 혹자는 바보같다고, 혹자는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자꾸 지난 일년을 들춰보고는 한다.
꿈 같은 사람, 그 사람은 그랬다. 불쑥 찾아온 것 처럼이나 언제 있었냐는 듯이 슥 하고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흔적들만을 남긴 채로.
마음에 내리는 비에 처음으로 햇빛바른 양지를 만들어 준 사람, 젖어있던 마음에 우산을 씌워 준 사람. 그래서 자꾸 그 사람이 남아있던 일년을 살핀다.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날 보아달라는 짝사랑에대해 너무나 친절했던 그 사람의 남겨진 몇 마디를 계속 되새긴다. 꿈 같던사람이라 꿈 처럼 사라져 버린, 그래서 이렇게 자꾸 뒤돌아봐야만 진짜 있었구나 싶었던 그 사람이.
큰 힘이었다. 아무도 날 위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날들에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털어주던 그 사람이,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것들에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나날들에. 어쩌면 어렴풋이 알았을지도 모른다. 봄이 다시 찾아오면 나에게 너무나 황홀했던 그 사람은 떠나버릴 거란 불안감을.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마음이 불안했다. 떨어지는 싸락눈이 녹아내리는 것 처럼, 금세 나는 녹아내렸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사랑받지 않아도 좋으니까, 멀리서라도 바라봐 주세요 라며 겨우 스스로에게 센 척을 했다. 그렇게 그 사람의 작은 것들에 기운을 얻었다. 힘들고 지쳐서 무너질 것 같을 때, 더 이상 웃으며 넘기지 못 할것 같을 때, 하루의 어디에도 그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버텼다.
이런 날들은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고, 모든게 진짜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세상에 진짜 내 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했던 바보같은 일들,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충동적인 움직임. 그렇게 열심히 바라보았던 단 한사람. 꿈 같던 그 사람은 이제 없다. 이제는 내 스스로에게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거기서 바라봐 달라고 하고 싶어졌다. 그저 같은 달 아래에, 같은 땅 위에서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달라고. 그저 단 한마디를 전해지 못했다. 그냥, 지금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늦은 저녁에 걸었던 거리들, 함께 마주 앉았던 책상,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나누었던 이야기, 덜컹거리며 놀라던 영화관의 옆자리, 함께 걷고 싶었던 벚꽃 핀 언덕길. 겨울바다가 좋다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데, 결국 하나는 되지 못한 채 사랑은 갔는데 봄은 와버렸다. 꿈은 꿈인채로 그대로, 그렇게 사라졌다.
그렇게 화가 나다가, 곧 슬퍼지고, 다시 억울해지고, 그러다 겨우겨우 이제 바람에 슬며시 말한다. 계속 행복하라고. 지난 일년동안 서로 그렇게 힘들게 버텼던 만큼이나 이제는 행복만 찾아다니라고. 이제 만나지 못할지라도, 계절은 계속해서 변해가겠지만, 어딘가에서 계속 그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언젠가 우연처럼 마주쳤을때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사랑은 그대로 사랑인채로, 꿈은 꿈처럼 사라지고.
나는 조용히 혼자서 잘 한다고 잘난체하던 감정죽이기에 열심이다. 이게 쎈 척이었다는걸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아직도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그대가 좋아서.
라고 조용히 노래를 따라 중얼거려본다.
다음에 어딘가에서 마주친다면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잘 있었냐는 인사따위는 무색할 만큼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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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으로 깔고 싶은 음악이 있는데 용량문제로 업로드가 안되네요.
깔끔하게 포기.
오늘은 평소의 세배쯤 오글거리게 써봤습니다.
요새 자유게시판에 글 참 자주쓰게되네요.
일본 안가게되고 잠깐 틈이 생긴 시간동안
잉여스럽게 글을 쑴풍쑴풍 쌉니다.
한 12살 시절의 제게 이 글을 보여주면
엄청난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사랑이란 단어를 쓰게 될 줄이야.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네요. 금방 여름이 그 자릴 뺏겠지만.
오그라든 손발은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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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에 못가시니 시간이 남으시는 군요^^
asky 이 몇 자를 아름답게 써놓으셨네요!
현재의 저는 있기때문에 글이 약간 오글거리지만 짝사랑하던 시절에 이 글을 보았더라면 진심 공감했을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공감가는 한 줄이 있네요.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충동적인 움직임^^.(없던 용기가 불끈불끈 솟지요 크~)
만약 그 분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동안 이렇게 구구절절 써왔던 그 분에 대한 글들을 모아서 보여주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