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찌질이 nickyo입니다.
어머니의 담석이 3cm이상 커져서 쓸개 제거수술이라고 하나요. 그 비슷한 것을 받으셨습니다.
서울에 이번에 건물이 번드르르 하게 신축으로 올라간 유서깊은 종합대학병원에서요.
새삼 느끼는 것이었지만, 3시간정도 되는 수술치고는 준비할게 참 많더군요. 검사, 검사, 검사.. 수술받기전에 검사하다 병나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라는걸 느끼게 하더군요. 그래도 필요한 것이니 열심히 받았습니다만 다행히 다른 수치가 다 정상이라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동에 입원하시는 동안 간병을 하는데 이게 또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새삼스래 간호사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직업입니다. 엄마는 그 와중에 이제 자신이 헛소리하시면 쓸개없는 년이라고 놀리지 말라고 하시네요. 왓핫핫.
여러 의사분들도 봤는데, 다들 표정에 피로감이 있고 머리는 떡지고 바지는 구겨진 분들이 대부분.. 여의사 분들도 화장은 커녕 머리 묶은것도 급히 묶은 티가 나더군요. 중년에 가까워 질 수록 조금 더 깔끔해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역시 의사도 3D업종이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하루종일 아픈사람들 보면서 과중한 업무와 공부, 연구를 이겨내야 한다는게 참.. 대단해보였어요. 병원은 신기하게 아프지 않은 사람도 종일 있다보면 아무리 쾌적해도 좀 지치는 기분이 들더군요. 신축건물에 시설도 굉장히 좋은 병원인데도 마치 디지즈 클라우드 오라같은게 퍼져있는 것 처럼 체력을 앗아가는...
어쨌거나 어머니께서 순조롭게 회복되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피지알에도 의료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환자의 입장, 환자의 보호자 입장이 되어보니 사소한 친절과, 조금 더 빠른 대응, 신중한 모습들이 고맙더군요.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결국 신참 간호사, 신참 의사들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성장한다는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저와 어머니도 신참 간호사의 실수때문에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다들 고생하는거 아니까 별 말 안하게 되더군요. 저 사람들이 노느라 그러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 옆에서 혼나는거 보면 좀 안쓰럽기도하고.. 그렇게 다들 프로가 되는 거겠죠. 생사를 두고 수많은 화학물을 사용해야하는 의사, 간호사는 그런 엄격함을 버티지 못하면 안되기도 하겠지만요.
요 근래에는 피지알에 다시 청승을 떨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연락 두절인 상태로 소식을 들어보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도 없이, 원인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날 밀쳐내버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산다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울컥하고 화도 올라오고, 억울한 마음도 들고, 나중에는 내 자신에 대한 비하도 하게되고, 그러다가 다시 상대의 나쁜 점을 잡아내서 욕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전화기를 들어보는 그런 일의 반복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건강하게 자기 할 일 잘하고 있으면 된 거겠지.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드네요. 오글거리는 청승을 좋게 받아주신 피지알 여러분에게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 두어번의 글로 더 청승 떨게되면 완전히 멀어질 수 있을지 하는 기대감도 약간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가수의 리메이크가 한국 가수들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좋네요. 일본 뮤지션 중에서 가장 인정하는 싱어송 라이터인데요, 개인적으로 사랑이나 이별, 혹은 여러 감정에 대한 솔직함과 언어적인 담백함, 그 안의 로맨스를 그려내는 가사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한 최고점을 주게되는.. 목소리도 굉장히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조만간 리메이크 버전과 원곡을 비교해가며 소개할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만, 스티큐브가 서비스종료가 되어서 귀찮음을 이기고 언제 할지는..
일본에 못 가게 된 대신 동네에서 꽤 이름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로스터리 카페라 커피맛이 까다로운데,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라떼 아트, 스팀 밀크등 옆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어렵고 민감한 것이더군요. 일본에 못 가게 된 대신 열심히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토익과 일본어 시험 준비도하고, 카페에서 일하며 바리스타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좀 더 충실한 한해를 맞이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이제 지는건 신물이 나서, 본격적으로 현대사회의 투쟁에 참여할 각오를 다져보고 있습니다. 나만 좋으면 됐지- 했었는데, 좀 잘나져야지 이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승질이 뻗쳐서 안되겠더라고요.
어제는 간병하면서 어머니께서 주무시는 동안 읽을 책 두어권을 샀습니다. 덕분에 일주일 재정인 3만원이 하늘로 승천했네요. 가 아니고 영풍문고의 금고로 들어갔네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설인 꿈의 도시와, 처음 보는 작가의 '복스'라는 청춘 열혈 복싱소설-라고 쓰고 그냥 만화 더파이팅의 표절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다-을 샀습니다. 둘 다 15000원쯤 했는데, 페이지가 500P를 넘나드는 (두 소설 합치면 1200P정도 될듯) 수준이라 가격에 대해 어느정도 납득하고 있습니다. 꿈의 도시는 오늘 읽어야 겠어요. 다음에 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신작을 노리고 있습니다. 나는 언제쯤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기분과, 언젠가는 니들보다 훨씬 재밌는걸 쓸거야 하는 열정이 함께 생기네요. 안타까운건 그 커다란 대형문고에서, 소설 베스트셀러안에 우리나라 소설은 다 학교 권장소설만... 대부분이 고전 아니면 김진명씨 같은 장르가 확고한 소설..이더군요. 장르소설에비해 일반소설이 너무 심하게 죽어있는 모습에 좀 슬펐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아무리 잘 쓰고 재밌게 써도 아무도 내주지 않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소설을 영어랑 일본어로 쓰는 연습을 해야하는건가 하는 압박을 느끼기도 했지요.
여차저차해서 또 주말입니다, 일주일의 피로를 푹 푸시며 즐거움과 설레임이 가득하시길 바래요. 다행히 진짜 봄 같은 날이네요. 3월의 마지막 주말, 설레임도 조금 있고 날씨도 따뜻한게 봄 버프를 맞이하여 살랑거리는 음악을 듣노라면 어쩐지 애인이 생길것만 같은 그런 날이지만
아시죠?
안생겨요. 쓸데없는 기대하지 마시고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마세요.
핫핫핫.
최고의 재태크는 애인없이 컴퓨터 앞에 있는겁니다.
그럼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