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팔유팔파오림픽이열리며는우리덜은뭐시그리좋다냐소값이나쌀값이나객지에서노동일허는니동생임금이라도올라간다냐그러고우리덜은귀경시켜준다냐글씨요어무니그때까장우리가여기서복통농사짓고살며는객광오광시럽지요모르긴몰라도아마올림픽성금은낼거요그러먼뭣이그리저리도좋을까잉..(중략)..그나저나팔유팔파오림픽이열리며는그누구의말대로거시기뭣이냐민족사의왼갖질곡과시련을극복하여그종지부를꽉찍을까그럴까우리하늘이저쪽끝에서저쪽끝까지훤하게갤까"
-김용택, "팔유팔파 中"
김용택 시인의 시 '팔유팔파' 중 일부 입니다. 아시다시피 팔유팔파란 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이야기합니다. 동네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가 얼마나 노래를 불러댔으면 시골에 사는 어르신마저 모든 꿈과 희망을 담아 '팔유팔파'를 외쳐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팔유팔파'라 하면 꿈과 희망의 대명사,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87년 6월의 피로 직선제를 쟁취하였건만, 어이없게도 군사정권의 후계자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만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던 것도 바로 그 '팔유팔파'의 공이 컸을 것입니다. 세계에 우리의 국격(당시엔 국격이란 말이 없었습니다만..)을 널리 알리고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첫발을 떼는 역사적인 순간에, 어디 감히 경험도 없는데다 빨갱이 딱지까지 붙어 불안한 야당 찌끄레기들이 중요하고 숭고하며 신성하기까지 한 '올림픽'을 치뤄낼 수 있단 말이냐!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올림픽이란 행사가 무단횡단도 안 하고, 쓰레기도 안 버리고, 외국인들을 만나면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고, 전 국민의 힘을 모아 일치단결하여(원기옥??) 간신히 치를 만한 행사이냐 하면, 사실 그렇진 않습니다. 애틀랜타에서 올림픽이 열린다고 미국 대통령이나, 하다못해 애틀랜타 주지사라도 나서서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의 국민은 새치기를 하지 않습니다, 애틀랜타의 힘을 보여줍시다!'라고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물론 외국인 선수단이 우리나라에 와서 호텔비 / 식비 등으로 돈 쓰고 갔고, 올림픽 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나 왔다 갔고, 중계권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라고 하면, 절대 수지타산이 맞질 않습니다. 그래서 짜잔하고 내세우는 것이 '국가 홍보효과!' 글쎄요. 기업하는 입장에서 그리스가 올림픽 열었다고 신뢰가 더 갈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분명히 좋은 점은 있긴 할 텐데, 이게 정확히 얼마라고 수치화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반면에 우리네 이웃들이 본 손해는 꽤 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노점상들이 단체로 철거되었으며, 달동네가 뜯겨 나갔습니다. 혹여 "외국인 손님들 보시기에 불편하실까" 하여 자진해서 우리나라의 수치스런 부분을 빗자루질 한 것이죠. (참 이런 점에 있어서는 저 북쪽 동네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창피스런 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국가 차원에서 통계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얼마든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G20정상회의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혹시 저번 G20 정상회의가 열린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라는 설문을 우리나라 국민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아마 9할 이상이 모른다고 답하지 않을까요? 그렇게나 국가 홍보효과가 있다는 G20치고는 우리나라에까지 홍보의 후광이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작 우리나라 정상이 참가하는 국가정상회의는 뉴스 단신정도로 짤막하게 처리하는 나라에서, G20가 열리는 코엑스를 보고 세계 각국에서 찬란한 "서울찬가"를 불러줄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요? 그나마 의장국이란 것도 한번씩 돌아가면서 하는 것인데요. 소위 줄반장이 '경축 반장 합격' 플래카드 거는 격입니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웬만큼 잘 사는 나라들 정상이 모였다 하면 빨갱이(?)들이 모여서 데모를 합니다. 주로 신자유주의 비판이 주류입니다. 우리나라는 데모를 했다 하면 총을 쏴버릴 기세로 무장경찰들이 실탄을 장전하고 있으니 어디 감히 코엑스 근처에서 구호라도 외쳐볼 수 있겠습니까? (비슷한 예로 빨갱이 나라(?)인 미국에서는 백악관 코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진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동방예의지국에서는 근처에도 오기 전에 산성을 쌓아 접근을 막곤 하니 싸움을 피하는 미덕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갑자기 군대 있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별 단 사람들이 온다고 하면 우리는 개인정비시간에도 끌려가 부지런히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것이 쓰레기통을 물청소하는 거였죠. 쓰레기통이라 하면 쓰레기가 들어가 있어야 정상이건만, 장군님들이 오시는 날에는 언제나 속까지 반짝반짝하게 닦여서 구석에 얌전히 놓여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의 반항으로 쓰레기통에 휴지 쪼가리라도 버리는 날에는 너 무슨 짓이냐며 뒤통수 얻어맏기 일쑤였습니다. 장군님이 가실 때까지 그 쓰레기통은 언제나 깨끗했죠. 만만치 않은 부조리들 속에서, 아직까지도 그 기억은 군대생활 최고의 부조리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G20을 한답시고 코엑스는 폐쇄하고, 지하철은 그냥 통과시키고, 음식물 쓰레기도 못 내놓게 하는 이 상황이, 제가 군대시절에 겪은 상황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사는 곳이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지투앤티 한다고 밥도 해먹지 말라는 겁니까? 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지도자의 영도 아래, 철저하게 연출된 행복과 연출된 장관을 연기하고 있는 평양시를 모티브로 한 것입니까?
아마 서두에 나왔던 김용택 시인의 할머니가 아직까지 살아 계셨다면,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요.
"얘야지투앤티회의가열리며는우리덜은뭐시그리좋다냐비정규직니동생임금이라도올라간다냐그러고우리덜은귀경시켜준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