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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01 21:44:02
Name nickyo
Subject [일반] 그녀가 왜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지 알게되었다.
예전에 그녀와 조금 친해질 무렵, 나는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사진 한 장만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뭐, 이유라고 댔던게 전화번호부에 사진 넣어 저장해 두고 싶다는 묘한 이유였는데, 그녀는 그때 사진이 없어서 보내줄 수가 없다고 조심스레 거절을 하였다. 그나마 있던 사진은 5년전에 대입서류용으로 찍은 증명사진뿐이라나-.

솔직히 말하면 그럴듯한 핑계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게, 요새 좀 이쁘장한 여성들이 얼마나 카메라와 사진을 좋아하는가.
젊고 예쁜 사람들은 지금 빛나는 그 모습을 무엇인가에 담아 남기고, 누군가에게 뽐내고 싶어하는게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대에 그런 모집군에 들어있는 사람이 사진을 싫어한다니, 그것도 단체사진 마저 싫어하다니. 그땐 이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노출도가 심한 사람이다. 아, 옷을 벗는다는게 아니다.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을 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연예인이라거나, 쇼 엔터테이너먼트 관계 종사자인것도 아니다. 여기엔 오모테와 우라, 밝은것과 어두운 쇼엔터테인먼트 모두를 포함해서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두근세근했던 마음은 접어도 좋다. 그녀는 강사다. 유명하지 않은. 이제 막 발을 디딘 차고 넘치는 강사중 한명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녀가 강사 프로필 사진을 찍었을 때, '처음'으로 그녀가 찍힌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난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보고 폭소하고, 두번째 보고는 눈물이 찔끔 흐를정도로 다시 웃었다. 특별히 그녀가 못나게 나와서가 아니다. 렌즈너머에 포토샵처리를 해도 보이는 저 어색함이 너무나 웃겼기 때문이다. 해변김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나 이윤열의 로봇춤처럼, 그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공기가 그 사진엔 뚜렷히 존재했다. 아, 이래서 사진을 안찍는구나. 심지어 그녀가 프로필 사진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한정된 정보로 열심히 찾아서 본 보람이 있었다. 아이고 배야.


굳은 표정, 어설픈 팔 위치, 심지어 팔꿈치를 받치고 있는 손바닥이 일자로 쭉 펴져서 위를 향해있다. 뒤집으면 울트라걸이냐! 크크크크. 턱은 위를 향해있어서 마치 하관이 튀어나온 사람마냥 얼큰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평소에 그 이뻐보이던 이목구비는 커다란 얼굴에 조막만해져서, 웃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강사들은 능숙하게 씨익 웃고, 능청스럽게 활짝 웃기도 하고, 요상한 포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내는데, 그녀는 어째 그 사이에 홀로 뻣뻣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쯤 보고나서 느꼈다. 아, 그녀는 일단 C/S교육부터 받아야 겠다고.


자연스럽게 웃을때 참 예쁜 사람인데, 프로필을 참 아쉽게 찍었다. 요새 본 드라마에서 '접객'에 대해 설명할 때에, 상대에 대한 '사랑'을 가득 갖고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빨리 자신의 강의를 볼 학생들에게 '사랑'이 가득담긴 표정으로 프로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살은 나이가 많아 보이게 나왔고, 얼굴도 본판보다 너무 못나와서 속상해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을 들고있는 포즈가 너무 어설퍼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게 좀 미안해진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게 있다면, 그게 핑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사진을 찍기를 싫어하고 안찍길래, 자기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프로필사진을 저걸로 오케이를 내려버리냐. 흐흐. 인증못하는게 아쉽다. 인터넷 어떤 강의사이트에 비슷한 선생님들이 꽤 될것같기도 하다. 웃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굳어있는 사람. 웃음이 좀 헤퍼도 좋은게 서비스업인데 참 아쉽게 되었다. 내가 봐도 옆에서 활짝 웃는 선생님들이 더 끌리는걸.


아무튼, 덕분에 실컷 웃었다고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다. 물론, 생각보다 엄청 못생기게 나왔다고 떠들만큼 무신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 보고 또 봐도 웃기다. 이걸 왜 여기다 쓰냐하면, 남한테 이거 되게 웃겨요!! 라고 떠들수가 없어서 그렇다. 사진을 보여줄 수가 없는걸. 힌트가 있다면, 영어, 오픈, 중등부. 여기까지.


아, 실컷 웃었다. 웃은건 비밀로하고 퇴근 준비를 해야겠다. 나중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그땐 좀 웃으라고 해야겠다. 누구든지 웃는 모습이 보기좋다. 활짝 -스마일, 김치, 위스키, 치즈, 와사비- 다 좋다. 눈과 입꼬리가 닿을정도로 활짝 웃는 것. 싫고 힘든 날에도 그렇게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분도, 꼭 웃으셨으면 좋겠다. 활짝-! 그게 훨씬 보기 좋다. 그녀도 활짝 웃는게 훨씬 예쁘다는걸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프로필 사진만 매일 보는 내 생각도 좀 해주고 말이다. 이왕이면 이쁜사진 보는편이 좋은건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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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통 글을 못쓰고 있었는데..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해도 영 안나오고..
지쳐서 그런가 했는데
오늘 참, 재밌게 웃고 이렇게 글 소재도 하나 건졌네요.
앞뒤 사정을 모르시니 못 웃으실 것 같기도 하지만
하하.
월요일이 가는군요.
화요일부터도 즐거운 일주일들 맞이하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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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1 22:04
수정 아이콘
스마일링이 이쁜 사람이 참 부럽더군요 -_-;; 폭소하는 표정이야 뭐 그렇다 쳐도

사진찍을 때 정도의 짓는 그런 미소가 저는 신경 안 쓰고 방심모드인체로 그냥 씨익 웃으면

내가 봐도 진짜 못 났더군요 -_- 눈은 실눈이 되버리고 광대뼈가 좀 튀어나온 편이라 더 튀어나오게 되고

이도 고르지 못 해서...참 -_-;;

언젠가는 교정을 해야지....

그때까지는 미소 참 조심해야할텐데 말이죠;;
분홍돌고래
10/11/01 23:00
수정 아이콘
nickyo님의 글은 항상 챙겨보고 있어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진찍는걸 참 안좋아라 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진 찍을 때는 항상 무표정이었어요. 왜 그런 표정 있잖아요.
뭔가 심술이 난듯이 뚱-해서는, 나 진짜 찍기 싫거든! 이라는 속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전 그야말로 사진빨이 참 안 받아서
(잠시 자랑질을 하자면 얼굴 작다는 소리는 꽤나 자주 들어요. 후후후. 그런데 사진은... ... 엉엉)
대학 시절, 다시는 가지 못할 수도 있던 유럽에서조차 사진 찍을 때의 그 어색한 순간과 결과물에 대한 실망감이 겁이나
내가 담긴 사진이 아닌 온통 주위 풍경만 찍고 왔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 후회가 됩니다만.

그래서 지금은 일부러 입을 벌리고 웃는 표정을 하고 찍어요. 항상 사람을 만날 때면 웃으며 인사를 하구요.
사진 속의 내 모습은 항상 무표정이니 그 때의 내가 행복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건 참 슬픈 일이더라구요.

어쩌면 nickyo님의 그분도 밤마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누구나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법이니까요.
그러니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 한마디만 건네셔도 그분께는 큰 힘이 되실 거에요.
하지만 사진빨이 잘 받는 그녀도 좋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그녀라서 더 사랑스러운건 아닐까요? :)
태연사랑
10/11/01 23:37
수정 아이콘
전 남자인데 음 저도 사진찍기싫어합니다

눈은 짝눈으로 나오고 치아는 고르지못해서 입도 안다물어지고..

언젠가는 짝눈수술하고 치아교정을 하려고하는데 그후에는 사진을 많이 찍을듯하네요
10/11/01 23:46
수정 아이콘
사진만 갖다 대면 표정 굳어버리는 1인입니다.
힙합소울에 빙의되면 흑형 표정과 포즈는 얼마든지 되는데
유독 '자연스러운 미소'만 안되더군요. 정말 안됩니다.
이력서용 사진 쓰려고 스스로 디카로 수백장 찍어봤는데, 표정은 갈수록 더 어색하고 볼에 경련만 일어나더군요.
그렇다고 '파~'하고 웃으면 바보같고.. -_-

취업성공하면 학교 근처에서 술 한잔 살게요 nickyo님.
네오유키
10/11/02 09:06
수정 아이콘
드디어 읽었습니다. 흐흐흐.
저도 사진 찍는 거 엄청 싫어라 하죠. 근데 일부러 사진 찍으려고 해요-
뭔가.... 남는게 그것 밖에 없는 것 같더라구요.
제 생애 제일 잘 나왔던 사진은 수능 원서접수를 위해 찍었던 사진인 것 같아요-
그 땐 자연스럽게 잘 웃었는데... 사람들이 이건 수능 사진이 아니라고 했죠. 왜 이렇게 웃냐고...
지금은 안되네요 ㅠ
착한밥팅z
10/11/02 10:28
수정 아이콘
아침에 컴으로 읽고는 시간없어서 댓글 못달고 나왔는데 다시 생각나서 한번 더 읽으러 왔네요
전 사진 찍는걸 참 좋아라 합니다
다만 참 못나게 나오지요
카메라를 보면 몸이 굳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참어색한 사진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정상적안 사진이 별로 없어요
입을 크게 벌리거나 혀를 내밀거나...
덕분에 증명사진을 보면 제가 제 얼굴이 어색하지요

그런거 같아요
남자든 여자든 자신감이 충만할때 더 빛나보이는거 같더라구요 [m]
10/11/02 12:40
수정 아이콘
저도 옛날에 사진 찍는 걸 매우 싫어했었습니다.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플래시가 너무 눈부셔서였죠;; 그래서 사진 찍을 때마다 자꾸 눈감게 되고;;
디지털카메라가 나온 것이 다행이에요 흐흐-
지금은 사진 찍으면 찍고 말면 말고 하는 무심모드입니다; 내가 어떻게 보이든 별 관심이 없네요..아하하-
10/11/02 13:26
수정 아이콘
저도 사진 찍을 때 예쁘고 귀여운 표정을 내기가 너무 어색하고 또 웃는게 너무 못생겨보이는 것 같아서
항상 증명사진용 표정처럼 굳은 미소 짓고 찍었는데, 어느날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넌 웃으면 이쁜데 왜 맨날 사진은 무표정이냐' 하는 말을 듣고 자신감(?) 같은 걸 얻었어요.
그 뒤로는 그냥 정신놓고 웃으면서 찍는데, 나중에 보면 아 그때 참 신났었지 하면서 또 웃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 찍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웃는게 예쁘다, 사진 너무 잘 나왔다 하고 칭찬해주면 그보다 나은 특효약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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