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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01 20:49:01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예비군훈련 같았던 그녀. (수정됨)
친구 A가 B와 사귀게 된건 필연이었으리라. 둘다 선남선녀에 이성에게 인기가 차고 넘치는 사람들이면서 적당히 그것을 즐기며 어장도 치던 그런 연애생태계의 상위포식자였던 둘은, 그만 맞수가 맞수를 알아본다고 미팅에서 둘이 눈이 맞아버린 것이었다. 항상 만나는 여자는 끊이지 않았지만 오피셜하게는 여친이 없는 것이라던 A는 주변에 여친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되었고, 친구들에게 한번도 남친을 소개해준적 없다고 '앙큼한 지지배'라는 소리를 듣던 B도 주변에 남친이라고 A를 소개해주려 하였다. 그 자신의 친구들에게 A를 소개를 해주는 자리에 B는 본인의 친구만 소개해주는게 아니라 니 친구들에게도 나를 소개하라고 이야기했고, 그 결과 A의 친구들과 B의 친구들 그중 정예멤버들을 추려서 A,B 커플과 함께 동시에 만나게 되었다. 정예멤버라는건 별거 아니고 말실수 안할사람들. 너무 많은 말실수를 유발할만한 과거를 가진 두명이었기에 말실수를 안할 사람과 또 처음보는 이성들끼리 잘 어울릴수 있는 사람들을 적당히 추려서 총 8인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A와 B에 대해서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차고 넘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잘나갔었던 두명이 아니고 X라는 여자다. 그녀를 그 AB커플 소개에서 처음보았다. 사실 나는 B를 이미 소개를 받았어서 또 소개받을 필요는 없었는데 만남 분위기를 주도하는 마이크를 잡기위해서 섭외되었다. 남자 넷 여자넷의 만남이었는데, 여자들중에 B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B가 예전에 연예인 지망생이었어요 라고 말을 한다면 그말을 듣는 사람은 '어떤?'이라고 물어보지도 않고 "아..역시 그래서..." 라고 할법한 미모였다. 물론 지망생은 아니었지만. 실제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 있으면 꿀리지는 않을거같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을거같지만, 일반인 사이에 있으면 튈수밖에 없던 그녀.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X도 X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B는 작고 예쁜 인형같은 사람이었다면, X는 큰키와 잘빠진 몸매. 화려한 조각같은 얼굴의 B에게는 없는 수수한 매력이 넘치던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쉽게 말해 그냥 그날 나온 B 친구들중에는 제일 이쁜 여자였단거다.




남자의 이상형이라는 오늘 처음본 여자. 그 오늘 처음 본 여자 셋 중에 가장 이쁜 여자. 정말이지 사랑할수밖에없는 여자다. 여기 온 남자들중 누군가는 최소 이 모임 시간동안은 그녀를 사랑하겠지. 역시나 내 친구 C가 X에게 꽂혀버렸다. 모임내내 연신 말을 걸어대는 것이 누가봐도 모를수가 없게 꽂혀버렸다. C는 주변머리는 별로 없는 편이지만, 대신 강력한 직구를 가진 파이어볼러였다. C의 장점은 직구가 쓸만하고 단점은 변화구가 없는것이며 특히 브레이킹볼이 없어서 잘될때는 더 없이 좋지만, 안될때는 여러사람 불편하게 만들기때문에 걱정이 좀 되긴했다. 그런데 X의 눈치를 보니 X도 그닥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건 C가 괜찮은 점도 있었겠지만 처음본 이성과의 만남에서 관심받는 느낌 자체가 싫지 않았으리라.




A와 B 둘다 외모나 다른 조건 괜찮지만, 말주변도 좋았고 모임내에서 잘 어울릴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속칭 분위기를 탈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만남을 하니 그 자리가 아니 즐거울수가 없었다. 모임은 성황리에 끝나고, 다음에도 종종 이런 모임을 가지자는 부도수표 하나 발행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C는 X의 연락처를 따서 기뻐했지만, 이내 X는 그자리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연락처를 본인이 받아가서 실망했다. 하지만, C의 첫걸음은 그만하면 훌륭한 것이었고, 본인 주변머리가 부족한걸 알기에 다음 걸음은  능수능란한 A와 B의 도움을 받아서 내딛고 싶어했다. C는 그의 성격답게 B에게 X와 잘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직구를 날렸고, B는 "C오빠 남자네"라며 C의 직구의 구위를 인정하며,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A와 B 그리고 C와 X는 그렇게 잦은 만남을 가지고 넷이서 어울리는 일이 잦아졌다. 넷이서 겁나 술을 먹었단 이야기다.




잦은 만남이 있었지만, C와 X는 별로 진척은 없었다. A와 B를 만난적은 꽤나 있고, C역시 친구니깐 가끔 만났지만 나는 그 만남뒤로 X를 본적은 없었다. 그날은 내가 A와 B를 만나서 셋이서 한잔하고 있었는데 B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D오빠, 혹시 X에게 연락오지 않았어요?" (여기서 D오빠는 나다.)

뜬금포 같은 이야기지만, 며칠전에 연락이 온적이 있었다. 그냥 톡으로 '뭐해요?' 라고 왔길래 한 세시간뒤에 뭘 한다고 답을 했는데 그 뒤로 톡은 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온적 있었는데 왜 X에게 무슨 일 있는거야?" 라고 물었더니, 역시 이 지지배. 그럴줄 알았단다. 무슨일인지 물어보니 A와 B와 C와 X가 넷이서 술을 자주 먹었는데, 술자리에서 항상 X가 D 그러니깐 나에대해서 궁금해 한다는거다. D오빠는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고, 여기 올거냐고 불러보자고 그러고.근데 A,B,C 모두 한편이라서 넷이서 만나는게 목적이라 아무도 나에게 '지금 시간되면 나올래?' 라며 연락한 사람은 없었다. 급기야 술 많이 먹고, D오빠 보고싶다고 소리친적도 있단다. B는 그래서 X를 좀 떠봤는데, X는 별로 말한게 없었단다. B와 X는 내 생각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거다. 아니 그보다 여자분들이면 알거다. 얘랑은 이 이야기는 하고 저 이야기는 안하고, 쟤랑은 이 이야기는 안하고 저이야기는 하고. B와 X는 남녀작업의 문제는 결과물을 얻기전까지는 오픈하는 사이가 아니었던거다.




여튼 B는 남친의 친구 C의 요청에 따라 도와주고 있었는데, 둘간의 진척은 별로없어보이고, (자기생각에는) X가 D오빠랑 더 놀고싶어하는거 같으니 친구가 원하는일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C를 빼고 나와 X를 껴서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B가 이야기했다. 그렇게 넷의 만남이 주선되었다.




새로운 네명의 만남은 늘 그렇듯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라며 인사를 나누고 적당히 재미있는 농담이나 던지면서 술병이나 비우는 그런 자리였다. 안주는 쭈꾸미였다. 그 쭈꾸미집은 A와 나의 단골집인데, 그곳에 가면 꼭 사람을 정해서 그날의 멀쩡한놈을 제비뽑기로 뽑아야한다. 아니면 모든 사람이 인사불성이 되서 나오기때문에 책임지기 힘든일이 벌어진다. 하루는 사장님이 자기는 소주먹는 귀신 쭈꾸미를 키우신다고 하시길래, 이미 죽어서 오는 쭈꾸미를 어떻게 키우시냐고 했더니 그래서 귀신이라고 하셨었다. 실없는 농담과는 별개로 그 쭈꾸미는 정말 소주먹는 귀신이 맞다. 나는 그날의 술안먹는 역할에 뽑히게 되면, 항상 지갑으로 방어했고 (오늘은 내가 살테니 난 마실거야), 단 한번도 그집에서 멀쩡하게 나온적이 없다. 그날도 역시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다시 만난 X는 오늘 처음본 여자도 아니었고, 오늘처음본 여자들중에 가장 이쁜여자도 당연히 아니었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니깐 B가 X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 때문에 D오빠 불렀잖아! 니가 보고싶다그래서~"




내가 언제 그랬냐며 손사래치는 X에게 B는 A도 들었다며 증인이 있다며, 연신 공격을 했고, 커플끼리 한통속으로 몰아친다며 혼자서는 못싸우겠으니 나보고 자기편이 되어 달란다. '훗 이건 좀 뻔한초식' 이라며 속으로 생각하며 짐짓 거드는척했다. 점점 다들 취기가 오르고, 술이 술을 마시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도 "방금 말한건 너무 재미없잖아 크크크크크크크크"하며 빵빵 터지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B는 X에게 보고싶었던 D오빠, 그러니깐 나를 불렀으니 하고싶은 말을 해보아라며 몸쪽 꽉찬 직구를 날렸다. 할말 없는데? 라고 하는 X에게 B는 너때문에 왔는데 무슨말이라도 해보아라고 명령했고, X는 술먹어서 빨개진 얼굴로 어쩌지어쩌지를 연발하며 고민하는듯 보였다. 나도 술먹어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그리고 이내 고민하다 꺼낸 X의 이야기.




"C오빠는 뭐해요?, C오빠 부를까요? "




그 말을 듣고 순간 빵터졌다. 그리고 그순간 나는 알게되었다. 이 여자, 없는 사람 이름부르는 여자였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 한명있었지. 여자가 아닌 남자였지만. 술만 마시면 너도 나오라고 나한테 연락하고 막상 나가면 별로 관심안주던 그 선배형. 그런 사람이 또 있었던 것이다. 나온 사람은 교육도 제대로 안시키고 방치하면서, 안나온 사람은 끝까지 추적하는 예비군훈련같은 여자. 그날 이후로 그녀의 별명은 비군이 되었다. 보고 있나 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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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1 21:02
수정 아이콘
스타크씨...이런 인싸 이야기 기부니가 이상하고 속이 울렁거려요...
포도사과
19/09/01 21:12
수정 아이콘
댓글이 너무웃겨요 크크크크크
리듬파워근성
19/09/01 22:1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19/09/01 21:11
수정 아이콘
결말이 씁쓸하네요 ㅠㅠ
韩国留学生
19/09/01 21:18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Synopsis
19/09/01 21:33
수정 아이콘
미야자기 하야오였나 누가 그랬었는데.

[옛날에는 남녀가 만나면 사랑이 싹트고 사귀는건 너무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서로의 사랑을 숨기고 모른 체하고 애태우는게 매력인 시절이었다. 연애는 개인의 비밀인 편이 더 짜릿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는게 아니며 연애를 한다는 것이 자랑인 시절이 다. 당당히 드러내야지 숨기는 것은 매력이 없다.]


사랑과 미움님 글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요새 안 올리시길래 이런글 쓰는게 아싸 감성에 맞지않아 안 쓰시나 했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인터넷을 지배하는 감성은 페북과 인스타의 인싸, 그외의 아싸로 나뉘고 pgr은 아싸 감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크크)
유지애
19/09/01 21:3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정말 흡입력 있는 스토리 감사합니다
그런게중요한가
19/09/01 21:37
수정 아이콘
예전 기억이 납니다 크크...
김소혜
19/09/01 21:45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필력에 감탄하게 되는 몇분중 하나이신데, 역시나 엄지척 ^^b
19/09/01 21:52
수정 아이콘
와 이런글 쓰고 싶어요. 재밌는 글 감탄하고 읽고 갑니다
19/09/01 22:04
수정 아이콘
love&hate님의 글을 여러번 정독했더니 어느새 유부남이 되었습니다 크크.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9/09/01 22:08
수정 아이콘
love&hate님이 글재주만 없었다면 더 좋은 솔로로....
19/09/01 22:55
수정 아이콘
그래도.. 사랑하시죠?
스테비아
19/09/01 22:56
수정 아이콘
푸흡
오쇼 라즈니쉬
19/09/02 08:23
수정 아이콘
자네... 베플 해 볼 생각 없나?
라울리스타
19/09/01 22:45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왠지 Love&Hate님일거 같았는데, 도대체 예비군 같은 여자는 어떤 여자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크크크

복귀에 슬슬 시동 거시나요?크크
19/09/01 22:5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혹여나 c군과 d군의 폭력 사태를 기대하며 봤는데 아쉽네요 크크
19/09/01 22:56
수정 아이콘
너무나 재밌습니다
나와 같다면
19/09/01 23:16
수정 아이콘
이런 인싸 냄새 풀풀나는 글을 쓰고 싶네요. 하지만 내가 인싸가 아니잖아? 안 될거야 아마
영수오빠야
19/09/02 00:04
수정 아이콘
그런 사람들 종종 있긴 한데 정말 관심이 없던건 아닐거 같네요 크크
오히모히
19/09/02 12:23
수정 아이콘
필력이 흐드드...
19/09/02 16:41
수정 아이콘
팩트) 남자 넷 여자 넷 모임이었는데 언급되지 않은 남자 한 분... 그분이 바로 PGR러입니다.
태엽없는시계
19/09/02 23:44
수정 아이콘
앗..아아....
주우운
19/09/03 10:44
수정 아이콘
제가 pgr을 처음 찾아왔던 계기를 만들어주신 Love&Hate 교수님! 이번 글도 너무 재밌네요 :)
오래된캬라멜
19/09/03 17:14
수정 아이콘
몰입도 장난아니네요 크크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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