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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18 12:42:43
Name 녹차김밥
Subject [일반] 무지개를 쫓아서 (수정됨)
눈 오는 아침은 괜찮으셨는지요. 출근길 도로는 위험하고 차는 막히고 하는 통에 저도 한편으론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익숙한 풍경을 낯설고 새롭게 볼 수 있어 좋기도 했고, 이게 자연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신선했습니다. 어쨌든 우리 모두 어릴 땐 눈 오는 걸 좋아했잖아요?

그러다 문득 자연 현상과 관련해 생각난 어린 시절의 일화가 있어 나누어 봅니다. 아마 초등학교(국민학교) 2~3학년 때 정도였을까 싶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 마치면 자연스레 밖으로 뛰쳐나가서 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던 판에 끼곤 했습니다. 딱지, 팽이, 축구 등등, 종목은 유행 따라 바뀌곤 했지요. 특별히 뭘 하는 게 없어도 동네를 뛰어다니는 것만 해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야 세상 경험이 적으니 어디를 가도 여행지 기분 아니었겠어요.

그날은 애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근처 강둑까지 갔는데, 마침 저쪽 하늘을 보니 선명한 무지개가 걸려 있는 겁니다. 무지개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그 녀석이 특별했던 점은 너무나 뚜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뚜렷했냐면 무지개가 땅에 닿는 부분까지 정확히 볼 수 있었죠. 그곳에는 다리가 하나 있었고, 자동차들이 무지개를 뚫고 막 건너다니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 차에 탄 사람들은 빨주노초파남보를 바로 눈앞에서 헤치고 지나가고 있음이 분명했죠.

그 당시에 제가 무지개의 원리를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빛의 분산과 굴절, 뭐 이런 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죠. 바로 눈앞에 무지개 속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보이는데 그런 지식이 무슨 소용입니까. 마침 자전거도 있겠다, 몇몇 애들과 같이 강둑길을 날듯이 달렸습니다. 1~2km 남짓 되는 거리였으니 도착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뭐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색깔이라고는 한 줌도 찾아볼 수 없이 평범해 빠진 심심한 다리에 도착한 우리는 실망했고, 다시 돌아와서 같은 지점을 바라보아도 무지개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 일이 완전히 헛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한참 지나서 가끔 추억해 볼 수 있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무지개를 쫓아가 본 사람' 타이틀을 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지개 쫓아가 보신 분, 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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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잔인한 개장수
17/12/18 13:11
수정 아이콘
요즘에는 넷상에서 무지개만 봐도 무섭습니다...
시노부
17/12/18 13:22
수정 아이콘
In to the Rainbow
살려야한다
17/12/18 13:59
수정 아이콘
이게 참 무지개라는 단어를 들어도 이제는 설레기보다는 두렵고 피하고 싶어지니.. 단어가 오염되어버린 기분이 들어서 슬프네요.
17/12/18 14:10
수정 아이콘
대체 뭐가 '오염'인지 모르겠네요.
성소수자들이 무지개를 쓰니까 두렵고 피하고 싶어지세요? 차별주의자의 '슬픔' 잘 봤습니다.
유리한
17/12/18 14:17
수정 아이콘
아뇨.. 무지개 프사를 걸고 메갈 활동을 하는 트위터 계정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염이라는 표현을 쓰셨을테구요..
성소수자가 아니라 메갈이 문제입니다..
17/12/18 14:28
수정 아이콘
왜 메갈들이 무지개 프사를 걸고 활동을 하죠?;; 몰라서 여쭤봅니다.
그쪽 성소수자 혐오하는 단체 아닌가요?
유리한
17/12/18 14: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러니까 더 어이가 없는거죠.. 게이 아웃팅까지 했던 전력이 있는데..
저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http://www.fmkorea.com/best/864857800
프사는 아니지만 닉네임에 무지개를 걸고 있죠..
빛아인 사태때도 많이들 등판해주셨구요..
피카츄백만볼트
17/12/18 14:44
수정 아이콘
메갈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한줄 요약하면 이겁니다.

= 너넨 육체와 정신중 하나는 한남이니까 한남의 원죄를 가지고 있음. 그런데 한남은 아니니까 한남하고 싸울땐 우리편 들어라! 그게 속죄하는길이다!
17/12/18 16:42
수정 아이콘
우와 이건 진짜 창의력이 씽크빅
피카츄백만볼트
17/12/18 17:46
수정 아이콘
그외에 인상깊게 본 멘트로는 '비폭력적인, 점잖은 페미니즘'이 우파가 만들어낸 족쇄라면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와 연대하는 페미니즘'은 좌파가 만들어낸 족쇄라고 하더군요. 결국 둘다 본질적으로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란거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살려야한다
17/12/18 14:55
수정 아이콘
아랫분들의 의견으로 충분히 제 의도가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서 굳이 첨언하지 않겠습니다.
판콜에이
17/12/18 16:38
수정 아이콘
그냥 성소수자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이해 없이 뭣도 모르면서 주위 사람들이 하고 뭔가 있어보이니까 '이 세상의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나'라는 컨셉에 취해서 나도 무지개 프사해야지~ 이런 식인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말을 하신 것 같은데요. 예전의 패션진보 코스프레하던 사람들이 옮겨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슷한 용례로 애니프사가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17/12/18 17:11
수정 아이콘
괜히 "패션 페미"가 아니죠.
17/12/18 14:52
수정 아이콘
탄핵국면의 태극기 같은건가요...
차이가 있다면 무지개는 방송을 안 타서 인터넷 잘 안하는 사람들은 모른다는 점이 있겠네요.
17/12/18 19:25
수정 아이콘
저도 제목 봤을때 이거부터 연상되던;
17/12/18 14:14
수정 아이콘
Rainbowchaser라는 단어가 '몽상가' 라는 뜻이라죠.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17/12/18 14:19
수정 아이콘
무지개 다리 놓고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갈 수 없는 저 먼 우주는~
소린이
17/12/18 19:29
수정 아이콘
아름답고 신비한 별들의 고향~ 우리들이 꿈꾸는 미지의 세계~
연필깍이
17/12/18 15:18
수정 아이콘
낭만적이고 몽실몽실한 이야기네요.
무지개를 쫓아갈수 있었던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너무 정겹습니다.
17/12/18 18:33
수정 아이콘
헐 땅 파보았으면 부자 되셨을 텐데요.
Proactive
17/12/18 19:17
수정 아이콘
미국살때 토네이도는 물론 차로 쫒아가보았습니다
생각보단 재밌어요! 대학때 친구랑 함께해서 더욱 그랬는지도요
드아아
17/12/18 19:28
수정 아이콘
어릴때 뭔가 쫒아다닌 기억은 방구차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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