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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16 22:47:35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테스토스테론의 위엄(?)...
Case 1
스페인의 육상허들 선수였던 Maria Jose Martinez-Patino는 1985년 일본 고베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했다가 뜻하지 않았던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스페인에서 출국할 때 의사가 발급해 준 “자신이 여성이고 따라서 여성들과 시합을 할 자격 요건이 된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깜빡 잊고 챙겨오지 않은 것이었죠. 뭐 그것 자체로 경기를 못 뛰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성 검사를 위해서 경기 출전하기 전에 면봉으로 볼 안쪽을 긁어서 샘플을 채취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그녀는 더 이상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통보가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길로 짐을 싸고 스페인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 일이 있고 난 후 2달이 지나서야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뺨 안쪽에서 채취한 세포는 XY염색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녀는 남자라는 것이었지요.

그 뒤로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은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던 것은 그나마 제일 가벼운 일이었습니다. 팀 관계자는 부상을 핑계로 은퇴를 하라고 종용했고 나중에는 선수자격 박탈과 그 동안의 모든 개인기록 취소가 뒤 이었습니다. 그녀의 상황이 전부 공개되어 버리는 바람에 그녀는 더욱 난처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요. 그녀의 친구들도 두 편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그녀를 떠난 사람들…그녀의 약혼자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그녀가 처해 있던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의 X, Y염색체가 정보를 교환할 때 완벽하게 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Y염색체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와서 X염색체에 붙게 된 것이었습니다. 의사들은 그녀가 소음순 안쪽에 고환을 가지고 있으며 자궁이나 난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그녀의 고환이 일반 남성의 경우처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지만 그녀의 몸이 남성호르몬무감성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즉 남성호르몬을 정상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으로 발달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여성 선수들의 경우 아주 소량의 테스토스테론으로도 경기력의 엄청난 향상을 불러올 수 있는데 그녀는 몸 속에 아무리 테스토스테론이 많아도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므로 그로 인한 아무런 경기력상의 이익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전 냉전시절에, 동유럽 선수들, 특히 동독의 여성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발휘한 적이 많았는데 나중에 정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처방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지요.

결국 1988년 서울올림픽 때 IOC의 의무분과위원회는 회의를 통해서 Maria의 선수 자격을 다시 복권해 줄 것을 결의하게 됩니다. 그녀가 남성의 성염색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다시 부여 받게 된 이유는 단 하나, 테스토스테론의 덕을 볼 수 없다는 것 바로 그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세월은 그냥 흘러버렸고 선수로서의 그녀의 경력도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Case 2
남녀간의 운동능력의 차이는 큰 편입니다. 종목에 따라 편차는 다를 수 있지만 특히 남녀간의 신체적 운동능력의 편차가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던지기 분야이지요.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냐 하면 길가에서 지나가는 남자 아무나 1000명을 뽑을 경우 그들 가운데 997명은 평균적인 여성들의 기록보다 더 강하게, 더 멀리, 그리도 더 정확하게 목표물을 향해 던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참고로 수영같은 경우 남녀간의 편차가 비교적 작다고 합니다. 물론 여전히 남성이 더 빠르게 수영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게 신체적인 차이라기 보다 사회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공을 가지고 무엇을 던지거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여성들은 그런 쪽으로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실제 던지기 능력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었지요.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다른 학자들이 호주의 원주민들을 연구해 보았습니다. 호주의 원주민들은 농경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사냥하거나 채집하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화권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남녀 차별 없이 양쪽 성이 모두 창이나 돌멩이 같은 발사체를 던지도록 권장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여자 아이들도 남자 아이들과 똑 같은 시간과 똑 같은 빈도로 무언가를 던지게 되지요.

확실히 호주 원주민 남녀 아이들간의 던지기 능력의 차이가 미국의 남녀 아이들간의 던지기 능력 차이보다는 작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자 호주 원주민 아이들이 여자 호주 원주민 아이들보다 더 잘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그런데 호주 원주민 여자 아이들 가운데서도 몇몇은 남자 아이들 못지않게 잘 던지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선천부신과다형성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환은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이것이 또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즉, 남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여자 아이들은 모두 남자 아이들처럼 강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 남성들도 한 번 정도 남성호르몬의 덕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여자 아이들이 비교적 덩치도 남자애들보다 더 크고 달리기 같은 것도 더 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이 폭발하게 되면 운동능력의 남녀차이가 현격해 졌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남성호르몬의 마법이 또 한번 발휘된 것이지요.  

예전에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복용이 스포츠에 있어서 경기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위의 내용을 접하고 나니 그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과 올림픽이나 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데서 왜 그렇게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도 이럴진대 선수들 사이에서라면 복용 시 바로 신 급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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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13/10/16 22:50
수정 아이콘
확실히 운동 생리학을 조금만 뒤적여 보아도 제목을 긍정할 수밖에 없죠. 결국은 운동 능력에 있어서의 성차의 팔 할이 호르몬 빨...
성차가 적은 스포츠로는 마라톤이 대표적이죠. 아직까지는 그래도 격차가 좀 있긴 하지만 점점 좁혀지는 추세고, 여자 세계 기록보다 늦게 뛰는 남자 선수들이 널려 있으니까.
키니나리마스
13/10/16 22:54
수정 아이콘
신급하니 본즈가 생각나네요. 약 안해도 훌륭한 선수인데 약은 왜 해서..
13/10/16 23:06
수정 아이콘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너무나도 완벽한 여자 모델이 사실은 남자였다고...
남자로 태어났는데 신체가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항체를 가지고 있어서 테스토스테론이 전혀 작용하지 못해 오히려 완벽한 여성 - 하지만 불임인 - 이 되어버린 일도 있었죠.
Neandertal
13/10/16 23:08
수정 아이콘
UFC에서는 지금도 약물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하다던데...김동현 선수가 그랬죠...안 하는게 바보짓이라고...물론 본인이 한다는 것은 아니었구요...
오빠나추워
13/10/17 00:02
수정 아이콘
전혀 관대 하지 않아요. 어떤 면에서 관대하다고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지나간 경기는 무효처리 되고 경기 전일 경우는 경기 취소는 물론 앞으로의 대진에도 꽤나 많은 영향을 주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Neandertal
13/10/17 00:08
수정 아이콘
도핑을 강하게 하고 있나요?...오브레임 사건으로 봐서는 아주 손 놓고 있는 건 아닌게 맞고...
인터넷 검색해 보면 김동현 선수가 UFC 선수 90%가 약물을 한다는 식으로 인터뷰한 것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지능적으로 도핑을 빠져 나간다는 얘긴가요?...
오빠나추워
13/10/17 00:38
수정 아이콘
저도 김동현선수의 그 인터뷰를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데 약물 검사에 걸리지 않으면서 신체적인 효율을 높일수 있는 약물 사용 혹은 오브레임처럼 운좋게 빠져나가는 경우 정도가 있겠는데 저는 관대하다는 말을 도핑검사의 강도가 아닌 약물검사 양성반응 이후의 상황정도로 해석했습니다. 사실상 다른 스포츠에 비해 오락적 요소가 강한게 사실이고 1회적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비교적 긴시간의 도핑 검사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걸려버린 오브레임에게는 경기의 기회는 주되(사실 이것도 마음에 안듭니다만 UFC가 돈되는 것을 포기 할리도 없고 저역시도 마음에 안드는건 제껴놓고서라도 더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약물검사를 더 강하게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팬들의 야유나 눈초리는 말할것도 없구요. 그렇게 하고나서 이기면서 승승장고 하면 괜찮은데 오브레임의 경우는... 말안해도 잘 아실거라 봅니다. 그런 의미로서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기아트윈스
13/10/16 23:09
수정 아이콘
20세기 중엽부터 페미니즘 계통 학자들이 전통적 성역할은 사회화의 결과다. 후천적인 거다. 뭐 이정도 답을 미리 정해놓고 진행했던 연구가 제법 많았었죠.

하지만..... 사실 성차가 있죠 -_-; 그것도 굉장한 수준으로요.

성차를 승인한 뒤 그 위에서 논의를 전개해야 말이 될 텐데, 심지어 아직까지도 이런 '승인'의 과정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데올로긔가 제법 많더군요.
Neandertal
13/10/16 23:1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슬프게도 남성이 운동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다른 남성들과 경쟁해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하기도 하더군요...지금의 고릴라 세계처럼 예전에는 우리 인간들도 힘 센 수컷이 여러 암컷들을 거느렸고 거기서 밀려난 놈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수단이 없었다고 합니다...그래서 수컷들 끼리는 서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운동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더군요...

암컷이 여럿의 수컷을 거느리는 동물들인 경우 암컷들이 수컷들보다 덩치도 더 크고 힘도 더 세다고 합니다...
니킄네임
13/10/17 00:03
수정 아이콘
더 슬픈게 암컷은 독립적이지 못하고 강한 수컷에 의존하고 따라야 된다는거죠.
여성이 꾸밈을 하는이유도 더많은 수컷들에게 관심을 받기위해서고.
진화 심리학적 입장에서 암컷은 특히나 태반류 암컷은. '생식의 노예' 이래나 저래나 안습합니다.
서쪽으로가자
13/10/16 23:1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GO탑버풀
13/10/16 23:43
수정 아이콘
뭔가 남성호르몬과 정력에 관한 얘기일 줄 알았다는.....쩝..
좋은 글 잘 봤습니다~
王天君
13/10/17 01:20
수정 아이콘
재미있군요~
13/10/17 10:1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13/10/17 13:08
수정 아이콘
스쿼트나 이런 하체 운동이 테스토스테론인지 모르겠지만 이 분비를 자극한다나..이런 글을 본적이 있는거 같습니다.
외배엽 내배엽이니 신빙성 없는 분류를 비롯해서 개개인마다 동일한 운동을 하더라도
저러한 호르몬 분비에 따라 얻어지는 효과가 판이하다라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제가 운동해 보니 저는 호르몬 덕이 별로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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