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입니다. 조금 짧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편은 좀 더 길게 잡아볼게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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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현우.”
“응?”
과실 앞에 들어섰을 때 주찬이가 나지막이 나를 불렀다.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런 전개는 나도 예상 못한 거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1학년 신입생들. 개중에는 현중이가 그렇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하던 효신이와 다민이도 있었다. 기껏해야 연주에 은성이 정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인물들이 눈앞에 가득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하하하. 글쎄.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그러니까 나도 억울하다고. 요새 1학년들의 공부 열정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창 놀아야할 때 벌써부터 시험공부를 하다니.
모르쇠로 잡아떼며 자연스럽게 과실로 입성하려는 내 목덜미를 주찬이가 황급히 잡아챘다.
“그렇게 그냥 들어가면 안 되지!”
큭. 무식한 놈. 힘만 더럽게 쌔구나. 하지만 바로 앞에서 요란을 피운 덕에 효신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어?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효신이를 따라 같이 있던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인사했다. 그와 동시에 목덜미를 잡고 있던 주찬이의 손이 풀렸다. 이미 이렇게 인사까지 받은 바, 어물쩍 과실에 무혈입성에 성공한다.
“너희 굉장하구나. 벌써부터 시험공부라니.”
따끔한 주찬이의 눈길을 피해 능청스럽게 과실 한편에 자리를 잡으며 물었다. 그나마 여기 있는 신입생 중 친분이 있다 할 만한 효신이가 화사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 다른 애들이 시험에 엄청 열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왠지 놀려고 해도 마음도 안 편하고,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다르구나. 좋은 자세다. 확실히 시험 기간이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학점이 잘 나오는 때지.
“좋네. 그나저나 생각보다 잘 만들어놨는데? 공부방.”
나는 천천히 과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공부방으로 오픈한다했을 때 별다른 기대는 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다. 커다란 책상 두 개를 과실 가운데 붙여두고 의자 여러 개를 쭉 비치해뒀는데 얼핏 봐도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넓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장님 도와서 저희도 같이 만들었거든요! 괜찮죠?”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마냥 효신이가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효신이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선배님 괜찮으시면 여기 앉으세요.”
잡다한 책들과 프린트물로 어지럽혀진 책상 구석을 정리한 다민이가 주찬이에게 자리를 권했다. 재밌는 점은 그 자리가 본인 옆자리라는 사실. 오호라 이것 봐라? 역시 다민이가 좋아하는 선배는 주찬이일까?
“그래. 고마워.”
주찬이는 흔쾌히 다민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후배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거절하는 게 더 웃긴 일이지만.
자리를 잡고 대충 공부할 과목을 펼쳐놓는다. 공부할 준비는 다됐다. 어째 왁자지껄하던 신입생들도 우리가 와서인지 조용해진 덕분에 열람실 못지않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때 때마침 그 녀석이 등장했다.
“아! 오늘부터 진짜 시험 기간 동안 제대로 공부해야지.”
등장부터 요란하다. 도대체 누구한테 떠들어대는 건지. 혼잣말도 참 잘한다.
“어? 현우형도 있네? 주찬이 형도 계시네요?”
현중이었다. 이 자식이 여기에서 공부할 것이란 소리를 먼저 들었다면 나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놀 때야 재밌는 자식이지만, 공부할 때 이렇게 걸리적거리는 녀석도 없지.
“하. 너도 왔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우형! 그 반응은 뭐에요. 섭섭하게. 하아. 너도 왔냐라니? 조금 더 반겨주실 순 없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네 이런 부분들이 지금 한숨 나오게 하는 거라고.
“반길 사람을 반겨야지. 생선 장사하려는 참에 고양이가 딱 나타났는데 너 같으면 반갑다고 하겠냐.”
아니, 정말 차라리 고양이와 함께 생선 장사를 하는 게 쉬울지도 모르겠다. 현중이와 함께 공부라니. 분명 얼마 못 가서 당구나 치고 술이나 한 잔하자고 할 것이다. 딱 잘라서 내 쪽에서 거절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녀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란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마세요! 오늘은 진짜 열심히 공부할거니까. 더군다나 오늘은 형이랑 저만 있는 게 아니라 마녀도 올 거니까요!”
아마 현중이가 말하는 마녀라면 연주를 말하는 거겠지.
“응?”
그때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 두 개가 현중이 뒤에 드리워졌다.
“네가 말하는 마녀가 혹시 네 뒤에 있는 사람 말하는 거야?”
“하하하. 형도 참. 제가 말하는 마녀가 연주 말고 또 누가 있겠... 헉!”
두 개의 인영은 연주와 은성이였다. 현중이는 바로 뒤에 연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크게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뒤로 보이는 연주 표정에서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현중이는 자신을 잡으려 손을 뻗는 연주를 피해 밖으로 내달렸다. 연주는 현중이가 잽싸게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안 잡아도 돼?”
나는 조심스럽게 연주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연주가 온지도 모르고 현중이 녀석의 말에 맞장구 쳤으면 지금쯤 같이 도망갔을 것이다.
“됐어요. 어차피 다시 여기 밖에 돌아올 데가 없으니까.”
어쩐지 현중이가 조금 측은해진다. 연주와 현중이의 관계를 보면 나와 소희의 관계가 얼핏 보이는 느낌이다.
“에고. 다들 공부하고 있는데 미안!”
연주는 자리에 앉아 멀뚱히 이쪽을 바라보던 신입생들에게 두 손을 모아 사과했다.
“아니에요!”
연주의 사과에 앉아있던 귀엽게 생긴 신입생 남자애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간 미묘한 그 기류를 눈치 못 챌 내가아니다. 이 녀석도 분명 연주를 좋아하는 신입생 중 한 명이겠지. 남자애는 자신이 너무 벌떡 큰 목소리로 일어난 것을 깨닫고 머쓱해져 다시 자리에 천천히 앉는다.
“어쨌든 다 같이 열심히 하자.”
“네.”
연주의 말을 끝으로 다시 공부방은 평화(?)를 되찾는다. 그리고 연주는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로, 은성이는 주찬이의 옆에 앉았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과실을 살펴보니 참 흥미진진하면서도 미묘한 조합들이다.
이따금씩 이쪽을 보는 귀여운 남자애와 효신이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다른 남자애.
특히 주찬이를 옆에 낀 다민이와 은성이는 보고만 있어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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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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