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너무도 하얗게 빛나 마치 박하사탕처럼 달콤한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새벽.
일과를 맞친 한 남자가 그 빛에 감싸 안긴 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새벽의 공기는 박하 향이 나는 달빛에 물든 듯 상쾌함을 제공해주었고 그 기분이 좋은 감각에 남자는 시원시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정적이 흐르는 늦은 밤과 어울리지 않게 그가 낀 헤드폰에서는 시끄러운 메탈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이 들으면 소음 공해라고 평가할 일렉 징징, 베이스 퉁퉁, 드럼 탕탕, 보컬 악악하는 음악이지만
10년 넘게 이 장르를 들은 남자에게는 아직도 몸의 떨림과 전율을 선사해주는 멋진 노래들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에 취해 걷던 남자는 차가 다니지 않지만, 빨강 불이 들어온 건널목에서 잠시 길을 멈췄다.
차 하나 없는 한산한 2차선 도로에서 무한 횡단을 하지 않은 것은 준법정신이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신호등의 빨간색 안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이 마치 잠시 길을 멈춰 쉬었다 가는 것처럼 보여,
그 사람처럼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신호등 덕에 잠시 여유가 생기자 남자는 버릇대로 하늘을 쳐다보았고 그곳에는 반푼이 달이 떠 있었다.
남자는 태양처럼 배척함이 없는 달이 좋았다.
너무도 눈부셔 볼 수 없는 태양과는 달리 약하지만 별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시선을 받아주는 은은한 청월에게 감사했다.
달은 별들과 함께 늦은 밤 홀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남자에게 동무가 되어줬다.
남자가 바라보는 달은 반만 있어 본래의 빛을 발휘하지 못해, 모자란 반쪽의 빛을 메우기 위해 분주하게 달빛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그녀를 보니 남자는 문득 추석 날 소원을 빌지 못했었음이 떠올랐다.
어차피 소원을 빈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들은 그는 늦게나마 그것도 보름달도 아닌 반달에 한 가지 소원을 빌기로 했다.
'이 기분 좋은 밤에 무엇을 빌어야 좋은 소원이 될까'라며 고민하고 있을 때,
지정해 놓은 선곡 목록 중에 선택된 Heavenly의 The world will be better의 소리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왔다.
I have a dream where I saw the earth
지구를 볼 때마다 나는 한 꿈을 꾸지요.
Where nature was so glorious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자연이 있는 그 곳.
Take the time, look around you
시간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아요.
And the world will be better
그러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게 될 거에요.
대중가요와는 다르게 남녀 간의 사랑보다도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많은 메탈이라는 장르에서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더 좋은 세상에 대하여 전하는 노래가 귀에 들어온 남자는 세계의 평화를 빌어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뜬금없는, 이루어 질 리 없는 소원인 만큼 막연하게, 거창하게 현실성을 벗어난 소원을 빌어도 상관없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녹색으로 바뀐 신호를 따라 건널목을 건너면서 남자는 달님에게 평화로운 세계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집에 가면서 진심으로 세계 모든 곳에 평화가 깃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