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를 적을 정도의 전문성이 없다 보니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송강호와 백윤식 등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을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조금은 먹먹한 상태에서 문득 잡생각이 떠올라서 이 글을 씁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봤던 동화의 대부분은 착하게 산 주인공은 현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도 결국 행복한 삶을 살게 되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당들은 결국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권선징악 스토리 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동화 속의 이야기만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하고 악당들은 대에는 권세를 누렸더라도
후세에 모진 평가를 받아 왔기에 착하게 살라는 의미로 이런 동화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냐 싶습니다.
이 영화에 배경이 되는 계유정난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왕이 되고 싶어 조카를 내쫓아 죽이고 왕에 오른 수양대군은 젊은 시절 남보다 더 넓은 도포 자락을 입으며 일부러 말에서 떨어지는 등 남다른 용력을 자랑했지만 왕이 되자 죄책감 때문이지 점점 쇠약해져서 종국에는 온몸에 종기가 나고 그 종기에서 나오는 고름으로 몸에서 썩은 내를 품기다 죽었고 자신의 장남이던 도원군(성종의 아버지)이 세자시절에 죽었고 둘째인 예종도 불과 재위 13개월 만에 죽는 등 자손들도 불행했습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계유정난의 사실상의 입안자인 한명회는 무려 4번이나 1등 공신에 오르고 한 번도 오르기 힘든 영의정의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르는 등 당대 최고의 권세가였고 자신의 두 딸이 예종과 성종에게 시집가는 영광을 누렸지만 두 딸 모두 제대로 된 자손을 남기기 못하고 일찍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연산군 시절 일어나 갑자사화 때 폐비 윤씨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하여 무덤이 파헤쳐 목을 한양 네거리에 걸렸고 남은 신체도 토막이 나고 말았습니다.
세종으로부터 성산문, 박팽년과 더불어 세손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 세종에 편을 섰던 신숙주도 부인이 세조 직위 직후에 명에 사신으로 간 사이에 죽었고 자신의 아들 신면도 이시애의 난때 반란군에 의해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선 초 특히 외교를 포함한 내정 전반에 큰 공을 세웠던 업적보다는 성산문과 같은 사육신을 배신한 인물로 백성들 사이에서도 숙주나물이라는 지금까지도 조롱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명회, 신숙주보다도 먼저 수양대군의 가신으로 이들을 추천했던 권람도 앞의 두 사람이 영의정을 하는 등 권력의 정점에 오른 것에 비해 결국 영의정이 되지 못하고 비교적 이른 50세에 죽었고 그의 사위인 남이는 예종때 역적으로 몰려 비극적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위정자들도 역사의 보편적 진리를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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