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9/11 16:25
어떻게,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가
-> 못이겨서 GG치고 똥세계로 피난갔음..;; 어느 주제이던 간에 "무엇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까요? -> 제가 아는건 "직접 겪어본(혹은 종사해 본) 입장" 에서 알 수 있는 만큼의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상황 뿐이고 (예를 들어.. 막노동 요령, 닭 도축 공정의 사소한 이모저모, 와이퍼 잘 파는 방법.. 이런 것들..;) 체계화되고 정확한 지식은 아마도 거의 없지 싶습니다. 일단.. 저도 글쓴분과 비슷한 불안감, 내지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1人으로서 첫플을 개시했습니다..;;
13/09/11 16:30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상황뿐이라도 그것조차 접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 예컨대 막노동 요령 같은 거, 어디 제가 공사판에 가서 안전모 한 번 써 봤어야 말이죠. 비록 직접 경험은 아닐지라도 그런 경험을 말씀해주시는 건 반면교사라는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참 근데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하하...
13/09/11 16:27
모르니까 근거를 첨부해서 지르고 반박 들어오면 피드백하고 자신을 수정하는 것이죠. '나는 얼마나 아는가'에 대해서, 한국인 사이에서의 문화는 과할 정도로 '모르는 걸 걸리면 끝장이니 가만히 있자'라는 풍조가 강하다고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연구자들끼리도 그런 성향을 찾아볼 수 있죠. 이게 개인, 집단, 사회의 자기 발전에 상당히 저해요소라고 봅니다.
대학생 때 교수님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 중에 하나가 PBL(problem-based learning)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방식의 도입이었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교수님들이 흉내내기, 자기 어필용으로 저런 걸 하셨지만, 관련 자료에서 상당히 임팩트 있던 게 뭐였냐면 '남이 가르치는 거 들으면 25% 정도 이해하지만, 자기가 수업하면 75% 이상 이해한다'라는 것이었죠. 틀리건 맞건 이야기하고, 피드백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아는가'에 대한 두려움은 피드백에 대한 가능성으로 치환해야지,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 자체를 줄이자는건 처세술로는 100점일지 모르겠으나 자기 쇄신에서는 0점을 줘도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13/09/11 16:29
십분 백분 천분 동감합니다. 정말이지 어느 집단이건 틀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신주의로 가는 경향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당장 저만 해도 연구를 시작하는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이 그거라서요...
13/09/11 16:30
이른바 '구라치다 걸리면 피보는거 안 배웠냐.' 문화군요.. 덜덜... 확실히 그런 문화가 있어요. 사람들이 발표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13/09/11 17:29
레지엔님 말씀대로 피드백을 안하려고 들면 그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한국사회에서는 피드백을 받는 쪽(질문 받는 쪽)도 소극적이지만, 피드백을 주는 쪽(질문이나 지적하는 쪽)도 무지하게 소극적이거든요. 심지어 학회 가도 질문이 1,2개 일 때도 있으니...
13/09/11 19:08
간만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피드백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중요한거지 잘 모른다고 '입 닫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에 이제 입문했다고 말을 못 하게되면 그 사람의 새로운 시각들도 놓치는 것이죠.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뿐만 아니라, 입문자 일 수록 기본기 쌓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숙련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불합리적인 구조가 보이는 경우도 상당수이죠. 이런 구조에 대해 숙련자에게 질문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지려 든다고 내쳐버리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의문이 든다는건 실제로 존재하는 불합리에 대해서나 배우는 과정(커리큘럼적인)에 대해서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 그걸 끄집어내면 좋은쪽으로의 변화를 만들 수도 있지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사원 보러 입다물고 있게 할 거면 왜 뽑았냐는 거죠? 차라리 프로세스를 규격화 한다음 알바생을 뽑지 말이죠.
13/09/11 16:29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공부하고 댓글로 또 배우고 그러면서 성장하는게 아닐까요? 가르치는 사람들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에대한 연구를 해야하는 것 처럼 말이죠. 내가 아는 50과 너가아는 50을 합쳐 100을 알게 도와주는것이 인터넷의 순기능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13/09/11 16:32
그런 것 같습니다. 인터넷 문화가 득달같이 달려드는 그런 게 강해서 그렇지, 피드백이라는 순기능만큼은 다른 것, 예컨대 전문 저널이라던가 그런 것에 비할 정도가 아니죠.
13/09/11 16:33
저도 제 주변 사람들에 비해서는 넓지만 얕은 지식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글쓴분과 같은 생각은... 언젠가 해봤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닥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 거 같네요. 내가 틀렸다면 고치면 됩니다.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들어오고, 실제로도 잘못된 거라면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내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13/09/11 16:45
잘알 필요야 개개인의 욕구에 따라 그럴수있으니 그렇다치고
이 의견과 비슷하게 드리고싶은말은 전공이 아니니 글을쓰든 말을하든 그냥알든 전공자만큼의 부담을 가질필요가 없고 언급하신 질투를 조금 내려놔도되지 않나싶어요
13/09/11 17:09
이게 좀... 미묘합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제가 관심있어하는 분야에 대한 걸 그들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지 않으면 진정 관심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나 어디에 관심있소 하고 당당히 말하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어느 정도의 지식이 요구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입니다. '필요'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 대한 용납'의 문제랄까요.
13/09/11 16:55
그래서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부분에서만 파고듭니다. 물론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틀린 부분이 발견되기 때문에 그런거 교정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논리적인 건 뭐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비논리적인 스스로를 발견하면 멘붕도 같이 오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아는게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면 그걸 기초로 찾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차이점도 비교해보기도 하고 그러는거죠. 평생 그렇게 살다가 가야죠.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낼 필요는 없습니다. 틀린 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한다면 말이죠.
13/09/11 17:10
좁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인 저로서는 cool gray님이 멋있게만 보이네요. 생각해보면 관심분야 많고, 그 분야들에 관심가지고 계속 파들어가는 분들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자역학과 관련해서 어떤 과학자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어떻다.' 라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지 않다.' 라는 것을 알 뿐이다." 생각해보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분야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것도 그런점 때문인 것 같아요.
13/09/11 17:20
뭐, 무엇이 어떻지 않다라는게 사실은 굉장히 좁은 대상에 대한 서술이라서요. 예를 들어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원자가 반달가슴곰같이 생겼다거나 아침에 토스트를 먹지는 않는다는 것은 안다.' 수준의 얘기긴 합니다. 무엇인가를 알아나가는 과정이 'p는 q이다.' 라는 명쾌한 답을 내는 과정이 아니라 'p는 q도 아니고 r도 아니고 s도 아니고...' 같은 과정이라는 얘기를 돌려서 말한 것 같네요.
13/09/11 17:23
음... 아인슈타인이 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했을 때도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세계 안에서는 이 세상은 확률론적으로 구동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죠. 하지만 이 생각도 틀릴 수 있었죠.
13/09/11 17:30
그렇죠. 여기서 저 과학자가 얘기하는 '무엇이 어떻지 않다.'라는건 개개인이 그렇게 생각하거나 학설중 다수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불가능한것을 지워나가는 것을 얘기한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확률론적으로 구동되지 않는다.' 라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죠. 그러니까 아마도 저기서 하는 얘기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탐구해나갈때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p는 q야' 처럼 바로 말할 수 있는게 아니라 'p는 q는 아니고 r도 아니고 s도 아닌것 같아.' 식으로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물론 flowers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어떤건지는 알겠습니다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말이 얘기하고 싶었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얘기인것 같습니다.
13/09/11 17:35
저는 어떤 장소에서건 제가 아는 것을 풀어 놓는 상황에서, 비겁하게도 '이 주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 또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고 용기를 얻습니다. 또 가끔은 뻔뻔하게도 '내 발언에 반박을 할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위의 레지엔님의 말씀이 이상적이겠지만, 그건 개인의 성향 뿐 아니라 어느정도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3/09/11 17:37
안다는것의 회의는 '내가 얼마나 모르고있었냐?'를 깨닳는 과정인거같습니다.
동부전선을 깊게파실수록 더더욱 그럴꺼고요. 양측주장이 엇갈리고 독일측사료는 많이 없고. 소련측사료는 과장된게 태반이라.. 그렇다고 자서전에는 '낵아 이랬으면 이겼뜸' 정도고. 이름 요상한 교리들은 결국 운빨을 포장한 측면이크고. 알아갈수록 더 공허하고 허무하고 모를껍니다. 제논의 역설도아니고..
13/09/11 17:49
어떤 분야에 대한 명제적인 지식을 잘 몰라도 사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문화대혁명처럼 지식인이라 박해를 받은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데, 하여튼 이걸 모르면 다른 지식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고들 말하네요. 잡답이 길어졌는데 대가처럼 알지는 못해도 아이디처럼 쿨게이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13/09/11 17:56
쿨게이가 아니라 쿨 그레이지 말입니다(...) 모 라노베 히로인 별칭에서 따 온 건데 그 히로인이 싫어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나봅니다 크크크크크크
13/09/11 18:28
저도 A0사이즈 넓이에 습자지같은 두께를 지닌 지식의 소유자다보니...항상 글을 쓸 때마다 두근두근합니다.
PGR 자게 같은 경우에는 글쓰기 힘들어서 몇번 썼다 지우고 댓글만 남기게 되더라구요. 전 그래서 얘기할 때 100% 명확하지 않으면 '확신'을 가지지 않으려고 주의합니다. 100% 명확하지 않은 일인데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다보면 그에 반대되는 얘기에 당황하고 과한 반응을 보이게 되더라구요. 근데 쉽지 않더라구요 흐흐흐
13/09/11 18:53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공격받는 느낌이 듭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럴 게 전혀 없는데 이상하게 안 고쳐지더라구요.
13/09/12 09:40
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인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서로 토론, 토의해가며 학습하는 문화가 있다면 이런 부분은 많이 해소될 것 같은데 대부분 일방통행만 쭈욱 해오고 있으니 어렵네요. 계속 경험하다 보면 나아지겠죠?
13/09/12 18:08
흠 계속 경험하다보면 확실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업상 끊임없이 반대입장의 사람과 토론, 토의를 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제 논리에 반대되는 얘기를 들으면 얼굴이 벌개지고 어찌할바를 몰랐는데, 나중에는 상대방의 논리가 맞으면 그에 빨리 수긍하게 되고, 양자의 논리가 둘 다 문제가 없을 경우 일종의 합의점 찾기에도 이를 수 있더군요. 아 그래도 얼굴은 계속 벌개지는게 아직도 쉽진 않습니다;
13/09/11 20:37
저도 그래서 배우는 건 되게 좋아하는데 가르치거나 설명하는 건 상당히 두려워합니다. 사실 어느 한 분야에 있어 배움이 쌓이다보면 그게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흘러나와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경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경지에 이른 분야가 아직 없네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