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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02 22:02:32
Name par333k
File #1 올림픽의_몸값.jpg (1.50 MB), Download : 57
Subject [일반] [아홉번째 소개] 올림픽의 몸값


-오쿠다 히데오 작.


공식소개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면장 선거>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올림픽을 인질로 삼은 당돌한 주인공과 철저한 리얼리티, 세밀하게 짜여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스토리를 통해, 생생한 현장감, 긴장감, 흡인력은 물론,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인간에 대해 갖는 애정 어린 시선 등을 느낄 수 있다.

총 56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세 중심인물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용의자로 지목되는 구니오와 그의 대학 동기 다다시 그리고 열혈형사 마사오. 세 명의 주요 캐릭터를 이용해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에 작가는 또 하나의 트릭을 썼다. 과거와 현재 시점을 혼용한 것이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축제인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둔 도쿄. 야쿠자들마저 올림픽을 위해서 모든 협조를 다할 만큼, 전 국민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한마음으로 애쓰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서로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올림픽 경비의 총책임을 담당하는 경시감의 집이 폭파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후, 다시 편지가 날아오고, 이번에는 경찰학교의 기숙사가 또 폭파된다. 경찰은 일련의 폭파사건을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한 명의 용의자가 레이더망에 걸려든다.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 그리고 다시 세 번째 폭파사건이 일어나는데…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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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항과 저항의 사이는 누가 알 수 있을까? ]

-"기왕이면 관헌을 상대로 돈을 쌔비잔 말이에요, 나라에서 왕창 뜯어내야죠.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반역입니다. 우선 1억엔 정도만 뜯어냅시다. 울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두둑이 받아낼 거에요."



한 때 내게 오쿠다 히데오는 믿고 보는 소설 작가중 한 명이 었다. 그러나 점점 신작들의 매력이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한동안 점점 기억에서 밀리더니 결국 잊혀진 작가였다. 몇 년 전, 올림픽의 몸값이라는 책이 나왔을때 엄청 읽고 싶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꿈의 도시'라는 책을 한 권 샀지만 여전히 완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한 흡입력도, 매력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책을 사러 인터넷 교보문고에 들어갔더니 이 책이 반값 세일을 하길래 얼른 샀다.



오쿠다 히데오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어떤 문제든 거리감을 두고 위트있게, 가볍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부분들이 관찰자적 시점에서 굉장히 심플하고 읽히기 쉽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비 상식적 행동이나 특이한 부분들, 그리고 블랙코미디와 같은 위트와 해학이 뛰어났던 작가'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센스를 잃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작가입에서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최고의 역작'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걸로는 봐서는 아마 이 작품을 전후로 무언가 바뀐게 아닌가 싶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 답지 않게 굉장히 진지하게 쓰여져 있다. 도쿄대 출신의 경제학 대학원을 다니는, 출신 시골지의 '도쿄대'라며 영웅취급을 받는 등장인물이, 자신의 가장 가까운 혈족의 죽음으로부터 가장 먼 거리감을 느끼고, 그 가족이 보냈던 삶과 자신이 사는 삶의 거리사이에서의 괴리감. 현실과 학문의 간극, 전후 도쿄와 지방 사이에서 벌어진 부의 차이. 자본과 욕망이 벌이는 현실 노동에서의 '성장'을 빌미로 한 거대한 착취와 고립된 사람들의 삶. 그러한 것들을 굉장히 진지하게 그리며 등장인물이 어떤 식으로 '저항'하는지, 혹은 '반항'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국가라는 권력과 체제, 공고한 기존의 주류 이데올로기와 갈등을 일으키며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현실적으로 써냈다.



특히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되는 도쿄올림픽 전후의 도쿄와 일본이 처한 상황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 88올림픽 전후를 생각하게한다. 그러다보니 더욱 책에 몰입하기가 좋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사회주의나 혁명, 저항에 대해 무감각하고 부정적인 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는데 그런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 괜찮은 얼개로 9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무리없이 읽게 해 두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덮었을때 찝찝함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소설은 소설이기에 너무나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도 되는 예술이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철저하게 개인과 이데올로기에서 오는 거대한 무력감을 흠뻑 맛보게 해준다. 욕망과 그 집합체를 상대로, 개인은 제도화된 제도권을 향해 아무리 저항해도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한다. 부당한 개인을 스스로 단죄할 수는 있었도, 제도권의 변혁을 혁명과 연대로 해결하기에는 이미 욕망이라는 자리가 너무나 긍정적 지점에 가 있고, 어쩌면 오쿠다 히데오는 그러한 현대상을 아주 진지하고 날카롭게 꼬집으려고 이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찝찝했다.



이 책을 추천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아주 잘 쓰거나 아주 재밌는 책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이 드러난 책도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쿠다 히데오가 아니었다면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둔 사상과 좌우, 지식인과 노동자가 등장하는 혼란스러운 소설은 여러 출판사에서 '이런걸 써 봐야 팔리지 않습니다'라며 거절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이 적어도 재미없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은 든다. 사상도, 혁명도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가는 지금에 있어서 이 책은 우리가 겪지 못한 체제와 개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었다고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전체 평점은, 4점 정도.



시오노에게 캐물으니 "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가 없다니까."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합숙소에서 일어난 일은 전부 내부적으로 처리하는게 여기 관습이야.
필로폰 맞았다는 게 위쪽 회사에 알려지면 야마신 흥업에 처벌이 떨어질 거고,
그러면 우리도 당장 일당이 줄어들어."
구니오는 그 말을 듣고, 형이 죽어서도 눈을 못감겠구나 하고 서른아홉 살로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무학의 한 인간이 견딜 수 없이 가엾었다.
노동자의 목숨이란 얼마나 값싼 것인가. 지배층이 민중을 바라보는 시선은, 19년 전에 본토 결전을 상정하고 '1억 국민이 모두 불꽃으로 타오르자'라고 몰아치던 시절 그대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민중은 한낱 장기 말로만 취급되고,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그게 전쟁이었고, 이제 그것은 경제발전이다.
도쿄올림픽은 그 헛된 구호를 위해 높이 쳐든 깃발이었다.

올림픽의 몸값 1, p386


"진짜 전쟁을 모르는 사람들은 패거리 짜는게 좋아서 전쟁을 하는 구먼"
무라타가 불쑥 말했다.
"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유미가 물었다.
"데모는 도회지 젊은 놈들의 축제 놀음이야. 이제 훤히 알겠네. 아주 큰 공부를 했어."

올림픽의 몸값 2, p262


"그리고 네가 빨갱이라면서? 도쿄대에 들어갈 만큼 머리 좋은 아이니까 제발 세상 좀 바꿔줘. 우리 같은 일용직 인부가 희생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거 아니냐."
시오노의 말투에는 어딘가 건조한 체념이 있었다. 구니오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꼭 그렇게 좀 해다오. 응?"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희생물이라는 말에 구니오의 마음은 크게 뒤흔들렸다.
예전에 마르크스를 인용하면서 혹독한 착취 구조 속에서도 저항할 줄 모르는 합숙소 노동자들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이었다.
그들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똑똑히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싸울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다.

올림픽의 몸값 2,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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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책 소개 시리즈]

1.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https://pgr21.co.kr/?b=8&n=43049
2.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 미카미 엔
https://pgr21.co.kr/?b=8&n=43073
3. 뫼신사냥꾼 - 윤현승
https://pgr21.co.kr/?b=8&n=43117
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https://pgr21.co.kr/?b=8&n=43150
5.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https://pgr21.co.kr/?b=8&n=43228
6. 13 계단 - 다카노 카즈아키
https://pgr21.co.kr/?b=8&n=43269
7. 배를 엮다 - 미우라 시온
https://pgr21.co.kr/?b=8&n=43298
8. 위험한 관계 - 더글러스 케네디
https://pgr21.co.kr/?b=8&n=4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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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3/05/02 23:24
수정 아이콘
오쿠다 히데오는 세 가지 종류의 글을 쓰는 것 같아요.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몇몇 단편집처럼 위트와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글, 올림픽의 몸값, 방해자와 같이 갱장히 무겁고, 작중 인물들이 파멸로 치닫다 찍 싸는 글, 제멋대로 쭉쭉 갈겨쓴 듯한 느낌의 에세이... 저는 올림픽의 몸값도 참 재밌게 읽었지만, 그래도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남쪽으로 튀어, 마돈나 같은 느낌의 일견 가벼운 느낌의 글을 쓰는 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네요^^; 몇몇 책들은 진짜 너무 좋은데, 몇몇 책들은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여엉 아니라서 뭐라 평하기 힘든 작가네용
13/05/03 00:30
수정 아이콘
한때 오쿠다히데오에 빠져서 오쿠다히데오 저서를 엄청읽었던적이 있었는데 어느부턴가 질렸다고 해야하나요 . 최악을 마지막으로 안읽었는네요. 올림픽의 몸값을 보고 읽고 싶다가도 오쿠다히데오는 섭렵했단 생각에 안읽게되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크크
루크레티아
13/05/03 02:09
수정 아이콘
오쿠다 히데오는 확실히 아나키스트입니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글이 다 고백하고 있지요.
착한밥팅z
13/05/03 09:37
수정 아이콘
믿고보는 오쿠다 히데오.
저는 야구장 습격사건 같은 스타일도 좋아하지만요. :D
13/05/03 09:44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책 재밌게 봤습니다 키키
사상최악
13/05/03 18:36
수정 아이콘
너무 빠질까봐 일부러 잘 안 보는 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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