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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26 12:05:00
Name 달달한고양이
Subject [일반] 불금이지만 센티하게, '사랑이 뭘까' 서평입니다.

 
 안녕하세요 달고냥입니다.
 여초사이트 답게 아기자기한 서평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으흣으흣


 이런 저런 사랑들 중에, 특히 남들이 '그건 아니지!!' 라고 다 말리지만 멈출 수 없는 바보짓...을 하게 되는 경험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 아니라면 당신은 행복한 분!!! ...경험이 있냐고 먼저 묻는 게 예의 아닙니다 크).

 저도 어린 시절 오...정말 웃음조차 안나는..차라리 민망해 하면서 하이킥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길 하려는 것은 아니고 +_+


 그 때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책을 한권 소개하고 싶어서요.

 기쿠타 미츠요 라는 작가의 '사랑이 뭘까' 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공중정원' 과 함께 현실을 지독하게 냉랭히 그린 문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는 사랑에 아파하시는 분들 얘기를 보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가입인사 이후로 첫글인데...적절한 읽을 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굽신굽신.

 

 덧붙임 1.한창 블로그질에 심취해 있을 때 작성한 걸 긁어온거라 조금 현란합니다. 허허.  게다가 오글오글하네요-_-

 덧붙임 2.리뷰 보시다 공감되는 상황이 많으시다면 ...위로를 드립니다....ㅠ_ㅠ.....


 

- 조금 전까지 생글생글 웃었으면서 갑자기 사람을 이렇게 거부하는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하는 걸까.

 

Fileslink.com

 

 

야마다 데루코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다나카 마모루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지금껏 있어왔던 무언가 비정상적이었던 두번의 연애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그녀는 그녀 스스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무언가에 빠져있는 상태다. 


-마모를 만나고 나서부터 단출하던 나의 세계는 깨끗하게 이분되었다. 

'좋아하는 것'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것'으로.

 

변덕스럽게 전화를 걸어 급하게 약속을 잡는 마모를 전부 거절하지 않는 것은,

반대로 여자친구들과의 약속은 전부 취소하게 되는 것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데루. 연락이 없다가도 한밤 중에 갑자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부탁을 하는 마모를 그녀는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항상 흔쾌히 들어준다. 

 

혹시라도 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요령 껏 힘껏 신경 써 가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마모의 연락을 받으면 그녀는 정신을 잃을 정도이다. 직장이고 친구고 뭐고 일단 달려간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마모는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확실히 이상한 관계다.

마모가 가끔씩 그녀에게 살짝 '친절'을 베풀면 데루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솔직하게 마음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을 조금도 즐기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 괜히 섣부른 기대를 하면 상처를 받는다, 라며 스스로를 타이른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나카 마모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상태에 빠진 데루에게 유일하게 냉정한 충고를 해주는 그녀의 친구 요코.

그러나 요코는, 자신도 한 남자에게 마모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요코를 사랑하는 청년 나카하라. 그는 요코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 남자이다. 

막상 집으로 나카하라를 불러놓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나가는 요코를 보며, 데루는 나카하라에게 따진다.

요코가 너무하지도 않냐고. 요코한테 화나지도 않냐고. 요코가 너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막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나카하라에게 계속 말도 안된다고 퍼부어대던 데루는 자신이 지금

나카하라에게 이야기 하는지, 자기자신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요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마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낀다.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하다 보니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게 되었다.

요코인가, 아니면 요코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인가,

 

사랑스러운 마모인가, 아니면 내 자신인가.

요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마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집에서 너무 멀리 나와 돌아갈 방법을 모르고

서로 몸을 기대로 있는 개 같은 우리를 그들이 데리러 올 날이 언젠가 오기는 할까?

이유도 알 수 없이 갑자기 변덕을 부린 마모와의 연락이 일방적으로 끊긴 지 여러 날 째. 이미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마모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수 있을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낸 데루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마모의 연락이 온다. 기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간 데루.

 

그러나 마모는 왠 여자를 데리고 함께 나와 있었고, 데루는 곧 마모가 그 여자-스미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있잖아, 저사람 애인이야?'  과감하게 내가 묻는다.

'애인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였던 거야, 혹시? 애인이 생겼으니까 이제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마모는 질렸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 말이지, 야마다 씨의 그런 점이 좀 마음에 안 들어. 그런 식으로 다섯배 정도 앞서 생각해서 신경쓰는 거.

역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까. ...그럼, 안녕.'

마모는 씹던 껌을 길가에 뱉듯이 그렇게 말하고 개찰구 쪽으로 달려간다.

 

나도 목적지는 개찰구지만 나와 함께 가기 싫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 자리에서 마모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그러면서 이것도 역시 다섯배 앞선 역과잉의식인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같이 가자고하며 마모를 따라갈까 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질려서, 결국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마모의 고백을 통해 데루는 마모가 역시나 스미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스미레는 마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털털하면서 사람좋은 스미레에게 인간적으로 부러움과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마모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는 데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루에게 어느 날 갑자기 마모가 친밀한 목소리로 '지금 만날 수 있을까' 라고 말한다.

 

그 자리에 나선 데루에게, 마모는 말한다. 이제 그만 만나자, 라고.

-'...뭐,우리가 사귄 것도 아니니까 이런 말 하는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야마다씨의 기분같은 건 생각한 적이 없어.

 

그래서 내 바보같은 머리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야마다 씨 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의식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게 되거든. 만나지 말자. 나, 바보지만 노력해볼께.'

'...마모는 말이지' 마음을 정하고 말을 시작한다. 마주 볼 수가 없다.

'혹시 심각한 왕자병아냐? 내가 언제까지고 자길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대단하네.'

 

웃어본다. 잘 웃을 수 있다.스스로도 깜짝 놀란다. '어,연기 죽이는데.' 속으로 농담을 해보지만 역시 재미없다.

마모의 말에 정신적인 충격으로 가득한 데루를 나카하라가 찾아온다.

그리고 자기는 더이상 요코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데루는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나카하라의 심리를. 


-나카하라는 사귈 수도 없는데 요코를 좋아하는 것에, 좋아해서 그녀의 이런저런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 지친 것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겁이 난 것일테지. 자기 안에 있는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 무언가 해주고 싶은 욕망, 함께 있고 싶은 집착,

그 모든 것들이 한도 끝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서워졌을 것이다.

 

자기가 아무리 상처받아도, 아파해도, 몸이 괴롭다고 비명을 질러도,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고,

금방 지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틀림없다.

 


이 소설을 읽을 때 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건 아니라고 아무리 이성이 붙잡아도 감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떄문에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 난 뭐라 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고 있는 짓을 데루가 하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것을 데루가 느끼고 있었다.

역 자의식 과잉. 날 두고 하는 말이었다. 몇번이나 접어서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이쯤되면 연락이 올거야 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거나

부르면 금방 달려나갈 수 있게 혼자 준비를 하고 있거나 무언가 부탁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뭐든지 들어주고-

 

그리고 그 끝에 돌아오는 냉정하고 서늘한 감정을 느꼈었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나를 다시 부르면 쪼르르 나갔다. 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있는 순간이 너무나 기뻐서,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그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공감이 가는 곳에 밑줄을 치다 그만두었다. 모든 페이지가. 모든 문장이 나의 이야기였다. 내 스스로에게 질렸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뭐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바보 같은 수렁에 빠졌을 때 무슨 짓을 하는지.


그러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나카하라를 보고 이건 아니라고 깨달으면서도 바보같은 짓을 그만둘 수 없었던 데루처럼,

나도 이 소설을 읽고 감정을 쉽게 정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제일 마지막에 데루가 보여준 행동 밑에 깔린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름이 끼치는 치밀한 계산 덕분이었다.

 

말그대로, 데루같은 친구가 있다면, 뺨이라도 때리고 정신차리라고 해주고 싶은 그 마음. 그 감정. 그 행동.


 

달콤한 얼굴과 표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속지 말자.

그러나, 주체할 수 없는 바보같은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자.


사랑이 뭘까, 라는 타이틀에 대한 답변은

- 적어도 데루가 가장 마지막에 하고 있는 그 행동만큼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뭔지는...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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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AsWind
13/04/26 12:57
수정 아이콘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시절, 티비에서건 노래에서건 그토록 떠들어대는 사랑이 대체 뭘까? 혼자 고민하다가, 나름 정의를 내린다는게
'자기 자신의 목숨과도 맞바꿀수 있는 대상' 이 있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라는 거창한 기준을 세웠던 생각이 나네요.
자라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고 겪은 후 지금, 저 타이틀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은.. '잘 모르겠다' 입니다.
달달한고양이
13/04/27 09:46
수정 아이콘
어릴 적에 했던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재밌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정말 어렸구나 싶기도 하고...그렇죠.
그래도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과.
하늘빛우유
13/04/26 13:14
수정 아이콘
먼저 달고냥님~ 이런글 좋습니다.
여초사이트에 흔히 보이는 서평이네요.

사랑이 뭘까 라는 질문에 철 모를때는 [자주 생각 나는 사람]이라고 쉽게 얘길하곤 했었는데요..
지금 저에게 사랑이 뭘까 라고 했을때 머뭇거리게 되네요..

그 머뭇거림이 제 마음인거 가태요.. 그게 뭐지?
13/04/26 13:29
수정 아이콘
그래서 댓글이 별로 없고나... ^^
달달한고양이
13/04/27 09:4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누구와 사랑을 하냐에 따라 사랑이 뭘까에 대한 답도 다 달라질 것 같아요 히히.
근데 정말 사랑이 뭘까요...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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