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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6 21:04:55
Name FlyHigh
Subject [일반]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2012 영화같은 폭발이 일어나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던 멸망의 날이 지나고 솔로들에게 절망의 날인 크리스마스가 바로 어제였네요.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평온한 이 곳 지구, 제가 사는 일본은 크리스마스날 마저 심심치 않게 보아오던 지진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무일도 없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감기라는 녀석이 찾아왔네요. 붙으라는 여자는 안 붙고 떨어지라는 감기는 지금 제 목을 쥐고 떨어지지 않으니, 연말에 이 모양이니 내년에도 운 좋은 한해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영상 14도에도 춥다고 목도리에 토시까지 꽁꽁 싸매고 다니는 동료들을 보며
"한국 최전방에서 근무한 한국남자에게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하하하" 라고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렸던 제가 평소 행실에 대한 벌을 받았던 것일까요.
(사실 허세도 아니죠 14도가 춥다는게 말이 됩니까? 가벼운 외투 하나 걸쳐도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날 정도의 온도 아니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예비군 분들 ! )
지난 주 금요일 현장 일을 하다가 일본의 날씨에 역습을 당하고 맙니다.

옥상에서 작업을 하는데 날씨는 영상 8도 그렇게 춥다고도 안 춥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날씨였는데, 작업 현장인 옥상에 올라가자마자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투 페이스의 얼굴처럼 정확히 정 중앙을 경계로 두 곳으로 나뉘어진 옥상이 제 눈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바람 한 점 ! 없는 작업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원피스 캄벨트 같은 곳과,  바로 옆 채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
그저 그늘이 진 것 뿐인데 무슨 칼 바람이 쌩쌩 불어 이상한 바람소리까지 쐬에에에에엑! 하고 들리는 너무나도 기묘한 옥상의 전경이 제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 무슨 위대한 항로의 기후도 아닐진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저랑 제 팀원은 당황했고 제발 작업 지역의 무선기 안테나가 따뜻한 양지에 붙어 있기를 바라며 한 바퀴 쓰윽 돌아봅니다.  '지져스 크라이시스트' 작업할 안테나가 너무나도 추운 이상한 바람소리가 들리는 지역의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돈은 받고 있고  일은 끝내야 했기에 작업을 시작해야 했고. 사다리를 대고 작업을 시작 하는데 너무나도 살벌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무지막지 하게 흔들리는 사다리와 행여나 작업하다가 옥상 아래로 떨어질가 작업하는 사수를 각 손으로 지탱하다 보니 일년 간 태평히 지내오던 제 건강에 드디어 그 분 ' 감기 '님이 찾아오십니다.

정확히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목 감기님이 도래하신거죠. 목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내어보려고 합니다.
평소의 약간은 비열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제 목소리가 오늘은 최민수 못지 않습니다. 아주 굵습니다. 굵어요.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통증. 아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 날 하루의 일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반은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바로 그 다음날이 토요일에 월요일이 일본왕 탄신일이 였기에 연이어 3일을 쉴 수 있었죠.
(振替休日) * 일본은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게 되면 그 다음날 평일을 쉬게 됩니다.

하룻밤 자면 금방 나을 줄 알았던 전, 한국 남자의 깡으로 이불을 꽁 꽁 싸매고 침대에서 잠을 청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금방 나을거라는 희망찬  오판과 함께.

  다음 날 일어나니 저의 목소리는 여전히 최민수 였으며 이제는 머리까지 아파오기 시작하고, 기침이 멈추질 않으며 아주 노오란 쌧!노오란 그것! 이 코에서 멈추질 않고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미치겠더군요.  몸이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즐겁게 기다렸던 많은  약속들이 생각납니다.

  일년에 한 번뿐인 회사의 망년회, 한국의 솔로 대첩과 비슷한 지인이 마련해준 크리스마스 남녀 파티 (남녀가 천엔 정도의 선물을 준비해와서 파티를 즐기고 서로 선물을 교환! 물론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그리고 이어지는 즐거운 만남!)  마지막으로  월요일날 친구와 함께(물론 여자)보기로 한 영화와, 한국식 순두부 집 탐방도 다 같이 날아가게 됩니다. 크흑 !!!

괜찮냐며 빨리 나으라는 친구의 문자 메세지에 오히려 더 기분이 다운 되는건 왜 일까요. 근 일년간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가 왜 하필이면 이 상황에 오는거냐며 괜히 하늘을 원망해 보고, 평소에 일본 기후를 얕보지 말고 그냥 두꺼운 외투도 챙겨 갈걸 하는 후회까지...

좋은 약속들을 한 번에 다 날려 버리니 머리속이 멍 합니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까지 감기가 다 낫지를 않아서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지요. 가벼운 감기 패드를 몸에 붙이고 약을 7알이나 복용 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니 정신이 몽롱합니다. 이어지는 연말 연시에는 다들 8일에 가까운 연휴에 집에 다녀온다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완벽히 나을 때 쯤이면 주위에는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버스 떠난 후 손을 흔들고 있는거죠...
여러분들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말 연시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특히 좋은 약속들을 앞두고는 꼭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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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12/12/26 22:04
수정 아이콘
쾌유를빕니다

문득 연말연시의 시가 무슨시일까 궁금했는데 비로소 시였네요...
행복한 2013년을 시작합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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