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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3 18:34:00
Name 잠잘까
Subject [일반] 소소한 어릴 적 추억 '야한 영화? 부기 나이트'
일요일 저녁은 가족들과 일주일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하는 단계. 그리고 특히나 오늘은 솔로부대를 탈영하는 마지막 주말이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여유 없습니다.


*스포 있어요!!!!!!


부기 나이트. 어떤 분은 DJ.DOC를 떠올리실 테고,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은 부기(블루스)를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동시대를 살아온 분들은 ‘아!’ 라고 뇌리에 스치듯 연상되는 영화가 있을 겁니다.




포스터 정말 당당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매그놀리아라는 희대의 역작을 만들어낸 폴 토마스 앤더슨입니다. 이 분의 2번째 영화가 '부기나이트'이고, 3번째 영화가 '매그놀리아'인데, 이 매그놀리아 영화의 미국 개봉은 1999년입니다. 그런데 부기나이트는 1997년 미국 개봉, 한국에는 1999년 개봉합니다. 왜 늦게 개봉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1999년. 제가 한창 성에 눈을 뜰 나이죠. 그 시절 이미 성에 뜨셨던 분들이라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와 제 친구들은 포스터가 극장에 나붙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얼마나 야할까?’

고등학생도 아닌 중학생 시절. 극장 출입은 당연히 불가능했기 때문에, 저희가 노린 것은 비디오 대여입니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 했지만 뭘 입든, 분칠하든 동네 꼬꼬마처럼 보였기 때문에 빨간딱지 구역 진입에 실패하더군요. (아버지 담배 심부름은 잘만 통하던데...)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비디오 대여점 앞에서 포스터만 세월아 네월아 바라보는 게 일이었네요. 물론 이것보다 훨~~씬 야한 것도 볼 기회를 접했지만, 이건 정말 로망이랄까요. 포스터의 문구, 자세(?)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부기나이트는 추억에 접어들었습니다. 수험생활 때문에 사춘기 시절 눈뜬 성의 감각은 까먹기 일쑤였고, 모든 성 지식은 고등학교 생물공부할 때만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20살. 지방 촌놈이 서울에 올라가 문명의 이질감을 느끼며, 환락에 취해 있을 시기네요. VHS의 세대에서 CD 굽기를 넘어 AVI 파일을 만나기까지의 짧은 시간을 관통한 끝에, 이제는 어린 나이에 본다는 죄책감을 넘어, 당당하게 볼 수 있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 감상모드. 이때 영화의 ‘o'자를 알게 된 때 같아요. 수 많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저는 포르노보다 영화가 더 야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야함'에 초점을 맞춘 영화와 포르노의 차이는 행위의 유무가 가장 크겠지만, 부차적으로 들어가는 각도, 조명, 소리, 스토리의 힘이 꽤 강력하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이 단지 가슴의 울림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처럼요. 특정 부위를 연달아 보여주는 포르노와 달리, 배우의 숨소리와 각도에 집중하는 몇몇 영화들. 이해 각도가 아예 다른 영화들. 행위 자체에도 메시지를 부여해서 전혀 야하지도, 흥분되지도 않았...은 거짓말이고 아름답거나 슬펐던 행위들. 그때부터 성인 영화를 즐겨 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물론 이런 영화의 매력은 야릇함이죠. 헤헤.

굳이 말하자면 감각의 제국도 재미있게 보았고, 정사, 몽상가들, 칼리큘라, 올 어바웃 안나, 베즈 무아 등등 꽤 많이 보았습니다. 다크나이트 보다 재미있어? 추격자보다 긴박해? 라고 말하면 당연히 아니지만, 가끔 곱씹어볼 만한 요소들이 눈에 띄게 등장해서 뇌리에 자주 남았던 것 같아요. 가령 저는 당연히 결혼을 안 했으니, 노령 권태기를 전혀~이해할 수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 영화가 제시하는 모든 주제를 공감하진 않습니다. 단지 이해할 뿐입니다.

혹시나 정말 야해? 라던가, 뭐가 제일 좋아? 하셔도 그런 부분은 생각 외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소리를 키우던, 각도를 내리던, 한 꺼풀 벗겨 내도 결국은 이 시대 필름영화입니다. 포르노와는 비교불가.


어찌 되었던, 그러한 성인영화를 자주 접하다 보니 다시금 발견한 영화가 부기 나이트입니다. 사실 앞서 말한 소소한 어릴 적 추억, 곱씹어 볼만한 요소들은 그냥 번지르르한 이야기일 뿐이고,  
‘얼마나 크길래, 얼마나 야할까, 포르노보다 야할까, 저 사람은 행복할까’가 주목적이었습니다만......초반에 흥분되었던 저의 감정은 이내 차분해지고, 차츰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감상을 마치게 됩니다. 제길 그런 영화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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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크 윌버그는 누구보다 뛰어났던 자신의 강점인 '크기'가 세월의 벽에 부딪힐 때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자신의 강점을 찾기 바쁜데 말이죠. 흐흐. 누구나 경험은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음악입니다. 음반을 몇백 장을 모으고, 라디오를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독파하며 듣는 것에도 충실했고, 노래 부르기에도 나름의 소질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항상 저에게 가수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면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하죠. 1집과 2집의 차이를 들어 이 가수는 변했다든지, 역시나 애는 천재다든지. 정말 이때는 음악평론가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비틀즈부터 시작된 브릿 팝과 락의 거대한 흐름, 너무나도 큰 월드뮤직의 벽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 영화도 '크기'가 중심인데, 저도 '크기'의 벽에 막혀 좌절했습니다.

주인공인 마크 월버그는 필름에서 VTR(Video Tape Recorder)로의 변화를 겪습니다. 제가 비디오->CD 굽기->AVI로 변화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요. 자신 내부의 문제(마약, 인기)도 추락의 이유겠지만, 하필 이라고 할까요. 사회가 변하면서 코드를 맞추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엎친 데 덮쳐 커지지 않는...변화도 겪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자신과 함께 주류사회를 이끌던 많은 이들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못 하고 추락하게 되죠.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일까요. 바닥까지 내려갔던 이들은 각자의 꿈에 맞춰 생활합니다. 모든 좌절이 있음에도, 아이가 태어나자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포르노 배우 커플. 미디어의 변화에 맞춰 자신만의 색깔을 다듬는 사람도 생겨났죠. 디글러(마크 윌버그)는?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산업에서 다시금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세월이 변화했음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크기'를 내세워서요.

긴 러닝타임과 다소 아쉬웠던(?) 서비스컷이 적었음에도 마지막 장면때문에 다 용서가 됩니다. 누구는 애눌러 포장하려 하고, 어떤이는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가장 순수한 측면을 강조했다는 점이 매력적이였습니다. 뭐 보여주고 싶어도, 여기엔 보여줄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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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글을 길게도 썼습니다. 퇴폐적인 소재 '포르노'와 음습한 단어 '크기'를 이용해서 한 인간의 추락과 반등, 그리고 사회상을 멋들어지게 그려낸 감독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성인 커플여러분. 좀 더 응큼해 지고 싶나요? 나의 P.s 파트너를 보시길.
성인 남성 솔로 여러분. '크기'에 따른 자존심에 상처를 받겠지만,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있습니다.
더이상 케빈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말고, '이제는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 는 마음가짐으로 부기 나이트를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쓰면 쓸수록 씁쓸해 지네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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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여신
12/12/23 18:40
수정 아이콘
어린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 표지만 봤던 영화군요. 제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가
테이프 케이스 앞면에 무려 '크기'가 언급되어 있어서...
저게 가능해? 라고 놀랐었죠.
12/12/23 18:54
수정 아이콘
기승전ㅠㅠ
사자비
12/12/23 20:2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좋았던 그 시절을 그리는 영화야 많지만 이 영화만큼 좋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희미한 희망을 더하며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말고는 없었던 것 같네요.
' Beach Boys에 "God Only Knows"가 흘러나오면서 나오는 장면들은 질리지도 않게 절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Magnolia
12/12/23 21:36
수정 아이콘
와 pgr에서 PTA 영화 리뷰를 보게 되다니!!!! 정말 반갑네요. 부기나이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인 PTA를 대중적으로 알린 첫 영화고 저도 어렸을 때 자극적인 문구에 손이가 영화를 스킵형식으로 보고 머리가 커지고 난 후 뭔가 미련이 남아 영화를 본 후 PTA에 대해 빠져 들었는데 누구 말마따나 지금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98년 유난히 명작들이 많았지만 타이타닉을 제치고 부기나이트야 말로 그 해 최고의 영화였다 생각하구요. 영화의 스토리면도 좋지만 부기나이트의 첫 장면 시퀀스 롱테이크가 압도적이기도 합니다.5분남짓의 롱테이크 씬 하나로 모든 등장인물을 정확하게 각인시키는데 이때가 PTA가 28세라니 정말 "천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현존 감독입니다.
PTA에 더 말씀 드리자면..
이후 작품인 "매그놀리아"에서 완벽한 각본으로 스토리를 가지고 놀던데 어찌나 놀랍던지.. 그리고 마지막 개구리 비 장면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었을 정도로...
이후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는 제가 PTA 영화중 가장 좋아하는데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에선 영화적으로 "나 이만큼 영화 잘 찍어요"라고 오히려 테크닉 과잉이란 소리 들을 정도로 해학과 리듬 연기 각본이 완벽합니다.
로맨틱 코메디도 작가주의적 영화로 만들어 버리는 PTA느님의 능력이란... 봉준호감독이 "펀치드렁크러브"를 보며 완벽한 영화적 리듬이라고 극찬하면서 분명 저 영화는 약빨고 찍었을 거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열폭하기도 할 정도로 PTA는 정말 영화를 속된 말로 쩔게 잘 만듭니다.
이후 2008년 시상식이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다 쓸어버리게 만든!!!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한 "데어 윌 블러드"는 할리우드에서 상업성과 작품성에서의 두가치의 궁극성을 지향점을 만들어낸 후에 클래식으로 남을 명작을 만들어냈구요.
이 작품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약점이 없는 완전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 하기로는 현 최고의 배우입니다. 정말 완벽해요..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니로나 전성기때도 각각 일상연기나 감정연기에 단점을 가진 배우였는데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 두배우를 합쳐놓은 괴물 같은 배우같아요. 배우 김명민의 롤 모델이기도 한데 김명민의 연기는 다니엘에 비해선.....)
외국 사이트에선 데어 윌비 블러드의 개봉 이후 과연 PTA가 현 시대의 "큐브릭"인가 하는쟁이 오갈 정도로 대단했습니다..(물론 리플들은 PTA님 깝 노노 아직 큐브릭 느님엔 멀었음 커리어 더 쌓고 오셈" 이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였지만요..)
이번에 "더 마스터"라는 영화로 돌아왔고 외국 영화평을 보니 너무 난해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점점 자기의 에고가 강해져 작품들이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이지만 믿고 보는 PTA기에 내년 아카데미 시즌에 "더 마스터" 작품을 개봉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튼 현 할리우드 시장에서 "님들아 영화 누구 제일 잘 만드세요?" 라는 질문에 꼭 빠지지않고 들어가는 감독이니 "부기나이트"가 마음에 드신다면 이 감독의 완벽한 필모의 작품들을 다 보시길 추천합니다.
잠잘까
12/12/23 22:33
수정 아이콘
Magnolia 님// 전 '부기나이트'와 '매그놀리아' 2편 밖에 보지를 못했지만, 시간내서 꼭 '펀치드렁크러브'와 '데어 윌 블러드' 그리고 개봉한다면 '더 마스터'까지도 봐야할 폴 토마스 앤더슨 리뷰를 쓰셨네요. 크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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