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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3 16:52:31
Name K-DD
Subject [일반] 태양계 시리즈-인물(1)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

전편에서 달의 기원 3이론 중 포획설을 주장한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사람의 인생이 꽤 흥미로운 점이 있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1866~1962)는 1866년 미주리 주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이름은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데이비스와 스톤웰 잭슨 장군에서 따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천재적이어서 못푸는 문제가 없었고 반항적인 기질에 엄청난 자존심을 가진 그야말로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미주리 대학 총장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 젊은 졸업생은 철저하게 염치가 없으며, 위험한 부류의 학생들을 부추기는 모사꾼이고, 무조건 높은 자리를 요구하는데 천재임. 요약하면 도덕심이 결여되어 있음." 그런데 총장이 이렇게 악평하는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는 미주리 대학의 최우수 학생이었습니다. 자기 책 제목을 [TJJ. 시의 자서전 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발견들]이라고 해놓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이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중 한 사람'이라고 쓸 정도로 자의식 과잉이었으니.


1892년 시는 베를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으로 돌아와 시카고 대학 천문학과에 강사 신분으로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1895년 대학 총장인 윌리엄 레이니 하퍼에게 22쪽에 달하는 편지를 보내서 자신을 즉시 부교수로 승진시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원래는 천문학부 정교수 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것인데 '아량을 베풀어' 부교수로 만족하겠노라고 선언했습니다. 총장은 기가 막혀하면서도 그래도 조교수직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했으나 시는 자신을 무시했다며 발끈해서 대학을 그만뒀습니다.

이런 일은 그가 어디를 가든 비슷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만하고 잘난척하는 그의 태도를 도저히 참아주지 못했고 그럴때마다 시는 사람들이 자기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한다며 직장을 때려쳤습니다. 로웰 천문대에서 2년만에 해고 되었고 '천문학 저널'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다가 기고를 금지당했고 워싱턴 DC 미 해군 천문대에 취직했다가 아나폴리스로 옮기고 결국 1903년, 미해군 조선소가 있는 메어 섬에 쳐박히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시베리아 유형지에 빗댈만한 곳으로 망원경이라고는 5인치짜리 굴절 망원경, 하는 일이라고는 서해안 지역의 표준 시간을 알려주는,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걸로 시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과학 전문지에 자기 논문이 실리는 게 거부되자 대신 일반 언론 매체에 접근합니다. 지역 언론의 편집자들은 시가 어떤 인물인지 아직 잘 몰랐고 과학적 검증도 할 수 없었기에 그가 보내주는 자료를 그대로 실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리하여 1909년 6월 26일, 달의 기원 3이론중 하나인 포획설이 과학 전문지가 아닌 <뉴욕 타임스>와 <샌프란시스코 콜>같은 일간지로 데뷔하게 됩니다.

포획설 자체는 획기적인 이론이었으나 과학적 검증을 받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 아닌 시, 개인의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인 만큼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달이 지구에 접근할때 어떻게 적절하게 감속할 수 있었는가가 제일 큰 문제였는데 시는 이에 대해 우주는 진공 상태가 아니며 '저항성 매개 물질'로 가득차있고 이 물질이 브레이크 효과를 내서 포획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명은 또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으니 그럼 이 '저항성 매개 물질'이 도대체 뭐냐는 거였습니다. 시는 이에 대해

....로 응수했습니다. 이후로 포획설을 보완하기 위해 이런 저런 가설을 만들어봤지만 애초부터 본말이 전도된 이론이었기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튼 시는 이 포획설로 자신의 명성이 회복되길 기대했지만 포획설을 제창하고 50년이 지나는 동안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언론 매체의 편집자들도 결국 시의 성질머리에 대해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한 언론지는 그와 인터뷰를 해야될때면 신참 풋내기 기자만 보냈는데 그와 인터뷰한다는 건 2시간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장광설과 현기증을 유발하는 자기 자랑만 듣는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머스 제퍼슨 잭슨 시의 악명을 드높히게 했던 것은, 말년에 이르러 앨버트 아.인.슈.타.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일입니다. 그는 아인슈타인을 대놓고 사기꾼이자 표절자라고 모욕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꾸하지 않았으나 아인슈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과학계는 전부 들고 일어나 시를 비판했습니다.

시의 외국인 혐오증, 피해망상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그가 쓴 편지에서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천문대가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는 자를 변호하느라 쓸데없이 지껄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잘한 게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 행태야말로 철저하게 반미적이고 비겁한 짓이 아닌가? 자존심 있는 미국인들이 자기 조국이 낳은 영원한 인재의 공인된 과학적 발견은 묵살한 채, 이 신용 없는 외국인의 근거 없는 논리를 추종하는 행태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자, 신용없는 외국인이란 물론 아인슈타인을 말하며 조국이 낳은 인재란 자신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천문학계에서 쓸데 없는 짓, 비겁한 짓, 근거없는 논리를 추종하는 짓은 바로 자기 자신이 벌이는 일이었습니다. 주체못할 자존심은 메어 섬에서 묶여사는 동안 버림받았다는 절망감과 뒤섞여 기괴할 정도로 뒤틀린 편집증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자신을 좀 더 컨트롤 할 수 있었다면 저명한 천문학자로 남을 수도 있었건만 결국 미국 천문학계 최악의 괴짜로 낙인찍혔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토머스 제퍼슨..누구? 미국 대통령?' 정도의 인지도만 남았습니다. 죽기전까지도 외국인 과학자들이 자신이 뜨는 것을 막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 잡혔는데 따져보면 자기 자신이 자신을 가로 막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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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양
12/12/23 16:58
수정 아이콘
백괴사전으로 응수...
몽키.D.루피
12/12/23 19:35
수정 아이콘
심한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네요 크크 원래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아버지쪽 유전이라던데 아들 이름을 토마스 제퍼슨으로 지은 걸 보면 아버지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들 이름을 이순신 같은 걸로 지은 거나 다름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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