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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1 13:23:13
Name 말랑
Subject [일반] 누가 가장 내 딸 같았는가
전에 썼던 글에는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던 것 같군요. 뭐 그건 됐고.

첫번째 글에서 패스했던 이야기를 할 차례군요.

저 혼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프메 시리즈 최고의 작품. 프린세스 메이커 - 꿈꾸는 요정입니다.



- 왜 최고일까나 -

사실 게임으로 평가할 때 프린세스 메이커 2가 역대 시리즈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건 부정하기 힘듭니다. 아마 프메 2에서 여왕 엔딩을 보신 경험이 있던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프메 2는 제작진이 정말 철저하게 계산하고 조직한, 꽉 짜여진 초정밀 게임입니다. 당연히 6년차에 여왕조건을 다 클리어해버리는 수준에 도달하면 그런 건 없습니다만 여왕 엔딩의 필요조건만 던져주고 초행길을 달리다 보면 프메 2의 다양한 이벤트와 아르바이트, 치밀하게 조직된 무사수행과 깨알같은 잡 이벤트에 멍하니 빠져서 감탄만 하게 됩니다. 이전 글에 색기 이야기를 리플로 달았습니다만 뭐 다들 아시다시피 프메 2는 색드립도 사방에 널려있고 그 맛에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리고 프메 3가 저평가된 것은 이러한 재미요소의 태반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일단 무사수행이 없고, 아르바이트 역시 이전보다 제한적입니다. 스테이터스 파라미터의 갯수도 크게 간소화되었으며, 전작과 크게 연동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이나 색드립이 줄은것(...)도 영향이 있었겠지요. 거기다 2편의 그 말도 안되는 막장 인플레이션 물가를 조정했더니 난이도가 바닥을 기었죠. 3편은 게임과 프메에 대한 일반상식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라도 1회차에 프린세스 만들기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고수들이 초반에 체력을 확보한다고 농장에서 턴낭비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나는 분명히 다른 직업의 굿엔딩을 향해 달렸는데 스테이터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프린세스가 되었다는 저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막상 스탯을 떨구는 건 어려워서 말이죠.

물가 이야기를 좀 해보죠. 프메 2의 물가는 환상적인 게임 밸런스를 위해 현실감각을 내다 버린 수준이죠. 한달 내내 일해야 1주일동안 뭔가 배울 돈이 나오는 한국보다 더 무시무시한 비정상적 물가를 자랑합니다. 알바에 따라서는 1주일 일해서 번 돈으로 곰인형 하나를 삽니다(...). 프메 3는 15일 일하면 15일 배울 수 있는 수준. 거기다 프메 3의 세계에서는 교회에서 대단히 싼 값으로 인생에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다 보니 결과적으로 하루 학비가 하루 봉급의 1/5 수준인 절정의 복지환경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나마 휴식과 바캉스에 돈을 많이 쓰긴 하는데 프메 3는 휴식으로 올라가는 스탯이 알바보다 훨씬 좋습니다....

이런, 게임적으로는 2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는 3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는 그래픽. 프메 3 그래픽은 솔직히 5보다 훨씬 좋습니다. 한창 파스텔화 느낌에 취해버린 5나 현재의 아카이 타카미와 다르게 '선'과 적당히 타협한 3의 그래픽이 2보다 진일보했고, 5보다 보기 편합니다.

둘째는 바로 그 간소하고 육성에 집중한 게임 방향. 솔직히 프메 2의 무사수행은 공략 없이 진행하면 별 의미 없는 사냥터에 불과합니다. 그런 거 하느니 딸 얼굴이나 더 보자...는 느낌.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 가장 내 딸 같았던 게임.



1,2,4,5의 경우 딸은 그냥 제 하자는 대로 가는 존재입니다. 제가 키운 대로 성격이 나오고, 제가 키운 대로 실력이 나오며, 제가 키운 대로 엔딩이 각이 나오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3는 프메 시리즈의 그 어떤 딸보다도 주체적이며 캐릭터가 확실합니다. 당연히 큰 방향에서는 제가 키우는 육성 방식대로 성격이 나옵니다만, 요소요소의 이벤트나 스케쥴상에 나오는 대화 내내 이 딸은 자신의 감정을 계속 드러냅니다. 나는 이걸 하고 싶다, 이걸 사달라,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건 어렵다, 이건 힘들다, 이건 쉽다, 이건 보람있다는 언급을 계속 하면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인간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꿈 역시 명확하고 자신의 과거도 명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린세스를 꿈꾸는 요정의 프라이드. 나머지 4편의 딸들과 확실하게 구분을 짓는 프메 3의 딸, 리사 앤더슨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여왕이 있고, 천사가 있고, 그보다 높은 고점이 있고 명백히 그보다 어려운 엔딩이 있음에도 프메 3는 그 어떤 시리즈보다도 프린세스 엔딩을 높게 쳐주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 사실 프린세스 엔딩이 많은 게 함정. 그리고 인간의 프린세스가 제일 쉬운 것도 함정 -

비록 현실에서는 망상에 가까운 신데렐라 증후군일지라도, 사실은 어릴 때엔 누구나 망상 정도는 스쳐 보는 이야기. 동네 여자친구나 여동생에게 늘 듣던 허풍. 그녀들이 소유할 법한 프라이드, 성격, 호불호. 리사 앤더슨은 프메 2의 딸처럼 저에게 완전히 예속되거나, 프메 5처럼 소녀들의 모든 특성을 소유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리사 앤더슨 같은 여자아이는 분명 주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장 아버지와 돈독합니다. 물론 게임 시스템상의 노출입니다만.



- 이 다음을 실행하기 두렵다. 요정이나 요정여왕, 천사 엔딩을 본 사람만의 미묘한 감정. 만트라판 한글음성으로 들으면 크리티컬. -




만들다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메 3는 기술의 발전을 차용한 음성 더빙과 상향된 감성표현 및 그래픽 효과, 육성에 집중하게 된 게임의 방향이 겹치면서 저에게 가장 깊게 다가온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다른 시리즈는 말 그대로 딸의 목표를 계산하면서 스케쥴을 짠 인형을 키우는 느낌이었다면 3에서는 말 그대로 딸이 어떻게 변하는지, 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관찰하는 육성시뮬레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프린세스 메이커 3에서 본 엔딩은 총 4개입니다. 하나는 프린세스 라인업. 하나는 요정. 하나는 요정여왕, 하나는 천사. 요정/요정여왕/천사의 경우 딸과 아버지가 영원히 이별하는 엔딩인데 아직도 요 엔딩 봤을 때를 생각하면 울컥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딸이 아버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 괜히 센치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도 프메 3를 다시 켜면, 다른 엔딩 볼 실력이 충분하지만, 무조건 프린세스로 갑니다. 그 전에 어떤 엔딩을 보게 계획했더라도, 게임 안으로 들어가면 기왕이면 꿈꾸는 프린세스가 되는 것을 보고 싶은 ,리사 앤더슨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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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팩터
12/12/11 13:30
수정 아이콘
전 프메시리즈를 할때마다
1. 공략을 안보고
2. 여러번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라는 특성때문에
제대로된 엔딩을 몇 못봤어요. 교양있게 자라라고 여러교육 시키다가 미술에서 돈좀 벌어와서 한두번 더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화가가 되고..
뭐 다시해서 다른엔딩볼 맘이 크게 안생기고 그래서.

저번글은 안봤지만 방해요소라니... DD이야기라도 나왔나요.
푸른봄
12/12/11 14:34
수정 아이콘
저는 2, 3, 4만 플레이해 봤는데 2가 가장 재미있긴 합니다.
그래서 가끔 심심하면 2로 여왕 만들면서 왕자랑 결혼하기 후딱 한 번 돌려 주고...
3는 할 때마다 참 어려워서 요새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왜인가 생각해 보니 글에 써 있는 것처럼 뭔가 계산대로 딱딱 안 되는 점 때문인 거 같아요.
2는 어느 정도 일 능숙해지면 알바 항상 성공해서 보너스 받고 수확제도 어느 정도 이상이면 항상 우승하고 그러는데
3는 축제 우승도 너무 어렵고 물가는 낮아졌는데 알바 성공하기는 어렵고.. 걸핏하면 건방져지고. 크크;
그래서 하면서도 참 어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시스템 자체는 3가 참 잘 만들었던 거 같아요.
엔딩이랑 바캉스 앨범 있었던 것도 좋았고(앨범 모으는 재미가 쏠쏠 크크)
아버지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참 좋았고
딸의 능력치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열리는 재미도 좋았고...
무사수행만 있었다면 3를 완벽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근데 저는 4도 참 재미있게 했어요.
이벤트 앨범 채우는 재미로... ^^; 그리고 마을 나가서 세 남자 골라서 만나는 재미로 ^^;;;
화잇밀크러버
12/12/11 15:09
수정 아이콘
프메3은 정말 화사했죠. 여성게이머라면 2보다 3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루크레티아
12/12/11 15:33
수정 아이콘
재미야 당연히 2가 최고지만, 일러스트 하나는 진짜 3를 따라올 작품이 없습니다.
화사함과 디테일이 진짜 하나하나 살아있죠. 그렇다고 2와 넘사벽으로 재미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깨알같은 재미들이 숨어있으니까요.
기시감
12/12/11 15:36
수정 아이콘
본문에 적어두신 내용과 같은 이유로 저도 프메3 첫플레이 때 맨붕이 왔었죠.

저도 노공략에 일단 들이대고 보는 타입인데 [육성의 기본은 역시 농장! 체력부터 올리고 봐야지~] 를 모토로 플레이 했다가 첫엔딩을 농부로 봤습니다.

엔딩에서 '아빠 세계 최고의 농부가 될꺼예요~' 이러는데 순간 '뭐 임마? 뭐가 된다고?'라고 울컥했었죠.
12/12/11 15:48
수정 아이콘
3이 재밌었죠. 부모 직업이 자녀 교육에 있어 참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고...(...넌 그저 매달매달 돈 벌어오는 기계일 뿐이지)
개망이
12/12/11 18:05
수정 아이콘
12345 다 해봤는데 가장 재미있는 건 단연2 가장 그래픽이 아름다웠던 게 3, 가장 빡쳤던 게 5네요. 3은 그래픽 때문에 두고두고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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