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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1 12:49:53
Name 중년의 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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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덕혜옹주 '환국' 50주년 전시회관련 "덕혜옹주" 서평




오늘 덕혜옹주의 탄생 100년, 귀국 5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덕혜옹주 특별전이 열린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14세에 끌려가 일본남성과 정략결혼" 이라는 선정적인 키워드의 뉴스가 네이버를 장식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알고 있는 덕혜옹주의 이야기는 권비영씨의 소설 "덕혜옹주"가 주된 것인데, 많은 역사 소설들이 그렇듯 극적인 과장을 위해 일부 사실은 왜곡되어 있는데 문제는 그러한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의 내용들을 팩트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소설 덕혜옹주는 2010년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일본인 혼마 야스코씨의 책 덕혜히메의 내용을 많은 부분 도용했다는 내용이었고, 국내 전문가는 인용한 내용은 역사적 사실로서, 사실에 기반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추가한 소설이므로 표절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작가 자신도 처음 번역되지 않은 일본책을 보고 이 소설을 썼으며 나중에 번역본이 나오자 재창작을 하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두개의 책을 모두 읽은 제 와이프가 이전에 쓴 서평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적어도 덕혜옹주가 비록 정략결혼이었더라도 남편과 깊은 사랑을 나누었던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권비영의 <덕혜옹주>가 한창 베스트셀러일 때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워낙 내가 내 관심에 따라 책을 고르는 스타일이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동명 책인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를 알게되고 마침 권비영씨가 이 책을 표절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어 주저없이 바로 서점에 가 두 권을 사서 읽어보았다.  

덕혜옹주
작가 혼마 야스코 출판 역사공간 발매 2008.05.10
덕혜옹주

작가 권비영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09.12.14
  
고종이 60세 되던 때 태어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 딸, 덕혜옹주...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감수성 많은 어린 시절에 겪어야 했기에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일본인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한을 너무나 깊이 품은 탓일까 덕혜옹주는 입과 마음을 굳게 닫아 정신병은 점점 깊어지게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이혼까지 당한다.

후에 대통령 박정희의 배려로 그리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고 조국 땅에 묻히게 되는 것이 이 기구한 여인의 삶이었다.

이것은 여성 연구가 혼마 야스코가 한국을 오가며 손수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쓴 <덕혜옹주>의 내용이다.

특히 야스코가 주목했던 것은 덕혜옹주와 정략 결혼한 쓰시마 번의 양아들 소 다케유키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세간에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정략 결혼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던 걸까, 소 다케유키는 냉혈한 일본인이었던 것일까...

야스코는 덕혜와 다케유키 사이에 분명 "사랑"이 있었음을 다케유키가 생전 지었던 여러 시를 통해 증명한다.

둘 사이 태어난 딸인 정혜의 죽음을 암시하는 행방불명 이후 덕혜와의 이혼과 다른 이와의 재혼으로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지길 바랬던 다케유키가 끝까지 덕혜에 대해 침묵하려 했던 것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한다.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던 조선의 가련한 여인을 그리워한 마음을 시로써 표현했던 일본인...

조선으로부터 들어야했던 수많은 수모에 대해서도 어떠한 변명없이 묵묵히 견뎠던 그의 모습에서 덕혜옹주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설로 옮긴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그런지 조금 실망스러웠다.

정신병원에서 조선으로 몰래 데려온다는 과정이 좀 억지스러워 마음에 걸렸었다. 박정희를 거론하는 자체가 꺼려서였을까...

게다가 야스코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쓴 흔적이 불쾌하기까지 했다.

자료가 부족함을 스스로도 인정하며 야스코의 자료를 참고했다고 했다지만, 그 출처를 정식으로 밝혔더라면 서로 Win-Win 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옹주를 알게되면서 조선이란 나라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갖게 된 혼마 야스코.
또한 자신이 일본인이기에 소 다케유키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미시라>

1.
미쳤다 해도 성스러운 신의 딸이므로                           狂へるも神の子なれば
그 안쓰러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あはれさは 言はむかたなし、
혼을 잃어버린 사람의 병구완으로                            魂失せしひとの看取りに
잠시 잠깐에 불과한 내 삶도 이제 끝나가려 한다.            うたかたの世は過ぎむとす。

4.
사람이란 젊었거나 늙었거나                                      ひとじもの若きも老も
애처로운 것은 짝사랑이겠지.            せつなきは 片恋ならむ、
지금 감히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いまあへていづれと問はば  
아직 늙기 전의 탄식이라고 해두자.          老いずまの嘆きといはむ。

6.
빛 바랠줄 모르는 검은 눈동자            いろあせぬ黒きひとみに
언제나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것은 환상 속의 그림자    つね目守るまぼろしの影
현실 속의 자신이 어디있는 지도 모르네.         うつそみの存りかを知らず、
물어도 대답 없는 사람이여.              言問へど こたへぬくちょ。

10.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 된 지         まさめには映らずなりて
이미 봄 가을이 손가락으로 세고도 남을 정도로 지났다    春と秋 ゆびにあまりぬ、
귀엽다고도 사랑스럽다고도 보았다            恋しとみし めぐしとも見し
그 소녀는 이름을 사미시라라고 한다.           かの少女 その名さみしら。

11.
나의 넓지 않은 가슴 한편에              ひろからぬ胸のかたすみ
그 소녀가 들어와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인것을,        住みなれてひさしきものを、
마치 마음 놓고 쉴 틈도 없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くつろがむ暇のなきかに
조신하게 무릎을 딱 붙이고 앉아 있다.           つつましくそろへし膝よ。

16.
아아~ 신이여, 그리움의 처음과 끝을          ああ神よ、恋のもとすゑ
그 손으로 주무르실 터인바.              み手にしてさばきたまふに、
수많은 여자 가운데서               をみなごのあまたのなかの
이 한 사람을 안쓰럽게 여겨주실 수 없는지요.      このひとり 惜しみたまふや。

23.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도 별것 아니야.      あざけりは なほ軽からむ、
죄라고 해도 좋아. 벌도 받지 뭐.           罪もよし、とがめも受けむ、
유괴도 좋고 함께 도망을 갈 수도 있어         かどはかし駆けおち未し
함께 죽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데.       つれじにも いとはじものを。

29.
남모르는 죄를 진 사람이               みそかなる罪負へるもの
정해진 대로의 길을 가는 것처럼.           掟あるみちをゆくごと、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다고             いつの日か きみに遇はめと
정처없이 나는 방황하고 있다.            あてどなく われはさ迷ふ。

30.
봄이 아직 일러 옅은 햇볕이               春さむき薄ら日のいろ
없어지지 않고 있는 동안만 겨우 따뜻한 때.         消えぬまぞ せめてぬくとき、
깊은 밤 도회지의 큰 길에 서면              ふけし夜の みやこ大路に
서리가 찢어지듯 외친다. 아내여, 들리지 않니.         霜叫ぶ。妻よ、聞かずや。


추신 : 제목의 '귀국'을 '환국'으로 바꾸라는 마나님의 엄명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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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ipipi
12/12/11 12:56
수정 아이콘
머랄까 가슴이 짠~ 해지네요. 좋은그_ 감사합니다.
12/12/11 12:58
수정 아이콘
소 다케유키는 보면 볼수록 헉 소리 나오는 외모로군요. 1900년대 출생한 사람인데....
그리메
12/12/11 13:11
수정 아이콘
덕혜옹주도 이쁜데요. 김자옥 젊은 시절을 보는 듯 합니다. 김자옥이 코메디언으로 잘못 아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젊은 시절 외모는 이영애 뺨을 후릴만큼 이뻤죠.
중년의 럴커
12/12/11 13:16
수정 아이콘
부부 사진에 대한 마나님 멘트 : 외모로 말하자면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와 아사다마오? 라면 돌맞을까?
순두부
12/12/11 14:00
수정 아이콘
덕혜옹주도 불쌍하지만 소 다케유키도 더 불쌍하고 측은하네요.

후에 소다케유키가 한국에와 덕혜옹주를 만나려했지만 덕혜옹주 가족들이 반대해 못만나고 돌아갔다고 하는군요
R.Oswalt
12/12/11 15:1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권비영씨의 소설 '덕혜옹주'는 뭔가 와닿는 게 없는 밋밋한 책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극 초반부의 고종과 옹주의 에피소드와 전개, 옹주의 정신적 변화(붕괴) 이후의 죽음만이 기억이 나는....
위 리플들에서 언급된 책 내에 나오는 다케유키에 대한 몰입이 더욱 깊게 되더라구요...

영친왕이라던지, 덕혜옹주 같은 인물들은 시대의 희생자라는 생각만이 드는 참 안타까운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일반 민중이며 하급관리라도 영향이 클텐데, 일국의 왕족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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