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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8 10:03:53
Name 엷은바람
Subject [일반]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부제 :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참 각양 각색인 사람들이 살고 있죠.
다들 각자 성격이 형성된 원인도 있을테고, 타고난 성질도 있을테구요.

저의 경우에는,
어느덧 30대가 되어, 나를 겪는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윤곽이 점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20대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막연히 '난 좋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은데 말이죠.

약간 한가한 오전 시간, 회사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문득 '난 왜 담배를 끊고 싶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내 안에 있던 스트레스 방어기재, 쉽게 말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담배를 못끊으면서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충돌하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난 담배를 피우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난 담배가 좋아~ 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그러니까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게 아닌가 하는 잡생각을 하다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 정체성 없는 1人 -

제가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아무개는 ~~한 사람' 이라는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그 시기에 따라 각양각색이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높은건지, 그냥 생각이 없어서 이리저리 맞춰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랬습니다.

초등학교땐 엄마도 '이런 개새끼'라고 할정도로 상또라이였고, 중고등학교때는 완전 찌질이에 소심남.. 대학교때는 술좋아하고 활발한 과방의 노숙자.. 군대가서는 훈련병땐 어리버리에 욕을 입에 달고사는 욕쟁이였고, 자대가선 행보관님에게 이쁨받는 행정병, 병장달고는 후임들에게 천사(?)같은 분대장이었고.. 전역 후에는 급 다운되어 바깥세상 등지고 게임에 묻혀살았고, 회사취업 후에는 마냥 좋은 사람처럼 보이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삶의 굴곡, 즉 Up&Down은 있겠지만, 저는 저 짧은 문단에 표현할 수 없을만큼 유독 정체성 없이 살아왔습니다.
특히나 남의 저에대한 인식에서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알았던 사람을 한참 못보다 다시 보면 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며 (좋은 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놀라워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이런 삶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음.. 제 자신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지 않죠.
난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건 못해, 이런건 안돼 라는게 별로 없습니다.
배우면 다 하고 적응하면 다 하는거지. 그리고 난 뭐든 잘 할수 있어. 이렇게 생각이 진행된다고 해야될까요..

단점이라고 하면, 없습니다. 는 개뿔,, 많죠.
타인이 저를 보는 신뢰도.. -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 가 없을 법한 건 차치하고라도
제 내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음.. 쉬운 예를 들면
업무할 때 or 군복무할 때 '난 좋은 사람입니다' 컨셉으로 출발하면 장점과 단점이 나뉘죠.
장점은 높은 친화력과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 있을테고 단점은 낮은 발언력, 존재감 미약 등이 있을 겁니다.
(낮은 발언력은 이를테면 성질 더러운 사람이 싫은소리 한마디하면 '아 예!'가 나오는 반면에 그 반대의 경우 '아 예~~(아놔 얘는 또 왜이래-_-)'가 나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럼 '난 좋은 사람입니다'가 정체성인 사람은 사실 고민할 게 없죠.
고민이야 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반대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러려니 하고 마음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편으로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보니 거기에 괴리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함에서 생기는 행동들에 문제가 될 소지가 조금 있죠. 뭐 알아서 잘 컨트롤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고민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실제로 저건 고민도 아니고) 저는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걸 말씀드리고, 그런 것들을 공유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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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8 10:1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타인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궁금중에 여자사람에게 전화하여 나는 OOO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 것이 바로 어제 였습니다. 카톡으로 "귀여운" 이라고 오더라구요.. 응??
12/10/18 10:14
수정 아이콘
저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포도씨
12/10/18 10:21
수정 아이콘
뻘플이지만`개새끼`가 필터링되는 단어목록에 없었군요...
저 단어 피지알에서 처음봅니다. 덜덜 [3만]
켈로그김
12/10/18 11:10
수정 아이콘
저는 경솔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12/10/18 11:12
수정 아이콘
전 보통사람입니다.
Tychus Findlay
12/10/18 11:27
수정 아이콘
저는 칼같은 사람입니다.
내조하는남자
12/10/18 11:31
수정 아이콘
방금 와이프한테 물어봤더니.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사람이라고...
제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잡혀사는 남자..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2막2장
12/10/18 12:54
수정 아이콘
자신을 알고 싶으면 먼저 자기가 만든 아이디를 보라는 진실이 담겨있군요. ㅠㅠ.. 쿨럭~
12/10/18 11:35
수정 아이콘
저는 못난 사람입니다. 열심히 살아야죠.
12/10/18 11:52
수정 아이콘
남들의 평가와 스스로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람입니다.
남들은 잘났다, 탁월하다, 좋은 사람이다... 라고 말해도 제가 인정을 못하겠네요.
엷은바람
12/10/18 12:00
수정 아이콘
자신에게 엄한 성향이신가봐요.
그럼 다른 분들한테도 마찬가지의 잣대를 대시는 편이신가요?
그렇지않고 자신한테만 엄격하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하나의 반증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자신에 대해 엄격한게 아니고 그냥 본인에 대한 평가가 그런건데 남들이 보는 평가랑 다른거라고 하시는거면..
댓글들로만 봐왔지만 제가 볼 때 Ahngoon님은 상당히 지성있는 분이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12/10/18 12:29
수정 아이콘
남들에게는 관대하고, 자신한테만 엄격한건데, 자신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반대 성향이죠.
오히려 자기 혐오가 심한 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마조이스트죠. 크크크... 이거 고쳐야 할텐데.. ㅠㅠ
12/10/18 12:00
수정 아이콘
저는 사람이 아니므니다
12/10/18 12:21
수정 아이콘
카덕들은 잡덕이라 하고
잡덕들은 카덕이라 하는 사람입니다.
피지알러
12/10/18 13:51
수정 아이콘
계산적이고 생각많은사람이요. 굳이 인간관계라기보다는 그냥 일반적인상황에서 너무 생각이많습니다.
이게 장점도있을수도있겠지만 단점이더많은것같네요. [m]
스타트
12/10/18 14:19
수정 아이콘
저는 유게..
아.. 아닙니다
천진희
12/10/18 14:25
수정 아이콘
요즘 들어서 자주 듣는 이야기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한군 같다는 소리입니다.
뭐야? 덕 주제에 성실해...ㅠ
12/10/18 16:02
수정 아이콘
객관적으로 남들이 보면 그렇지 않지만 자기 자신이 충분히 멋지단 자존감이 넘치고
싫은건 싫다고 대 놓고 말하고 그러면서도 사람은 좋아하는 자기 중심적인 사람입니다.

중간에 저도 쓰레기라고 불리던 질풍 노도의 시기도 있었고 자면서 이불 걷어 찰 정도의
생각만해도 부끄러운 허세 시절도 있었네요.
그 시기 지나고 형성된게 일단은 이 글의 저입니다.
Absinthe
12/10/18 16:18
수정 아이콘
저는 여러 가지 문화가 섞인대로 자아가 형성되었고
좋아하는 예술가 Magritte 에 표현을 빌려서 인용해보자면
'한국 사람인것과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니다' 정도...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를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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