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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3 19:02:22
Name 절제의미학
Subject [일반] (진지) 공대 출신 직장초년생의 진로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피지알 눈팅족 절제의 미학입니다.

평소에 눈팅만 하다가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 이렇게 자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질게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고 나름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법한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여 자게에 적습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올해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구요.
명문대 공대를 나와서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 중입니다. 회사 자체는 괜찮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연봉에 다른 사기업에 비해 근무 강도도 강하지 않은 편이구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는 일이 제 적성에 너무 안 맞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회로는 잘 연결됐는지, 기계는 잘 작동하는지 같은 품질 검사를 하고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설계 변경을 하고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일입니다. 전공 지식보단 잡다한 기계에 대한 지식(접지, 회로, 공차,…)과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성, 융통성(?) 이런 게 필요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겐 정말 재밌고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피곤합니다.

이번 주에도 사수와 장비 오작난 것을 둘러보고 왔는데 정말 지치더라구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으로요.. 이건 내가 잘하는 게 아닌데 라는 생각만 듭니다. 차라리 책상에 앉아서 전공 이론 과목 문제 푸는 건 흥미가 있는데 실제 장비를 다루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습니다. 이 일을 계속하며 살아가야 할지 회의감만 듭니다.

사실 대학 때 너무 나태한 생활을 해서 인생과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디는 절제의 미학이지만 게임에 빠져 아이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죠. 쉬운 과목만 골라 들으면서 근근이 이공계 장학금만 유지해가며 남들 다 하는 알바, 어학 연수, 여행도 하지 않고 게임, 웹질, 영화 보기, 다시 게임 게임 무한 루프…
스타, FM, 문명 같이 남들 다하는 게임은 왠만큼 해본 것 같네요.
더 깊은 수렁에 빠질까봐 휴학은 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바로 취업했습니다.
그 때의 안일함과 나태함이 지금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본 결과 선택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사 생활을 유지하는 방향

1)그냥 다니기 : 지금의 고민이 과연 적성에 안맞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간 게으른 생활을 하다가 빡시게 살다보니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인건지 확신이 안선다. 후자라면 어딜가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거라는 불안감이 있다. 어차피 밥벌이는 낙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경제적인 면이나 커리어 면으로는 계속 다니는 게 유리하다.
But) 이런 생활을 수십년, 적어도 몇 년 동안 계속 할거라 생각하니 너무 막막하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1년 가까이 다녔는데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2)회사 내부에서 부서 변경 요청 :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But) 주변 사람들의 눈치 및 평판 하락을 감수해야 하고 어차피 일이 거기서 거기라면 그리 메리트가 없다.

3)타 회사 이직 : 다른 직군의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But) 이보다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퇴사 경력과 이보다 괜찮은 사람들을 만날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1년 남짓의 경력을 손해봐야 한다.

2.기업에 다니는 것 외의 선택

1)본교 석사 : 내가 나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
But) 딱히 하고 싶은 연구가 없음. 남들보다 늦은 나이, 어차피 회사에선 2년의 경력에 불과한데 경제적 손실과 학위를 맞바꾸는 것에 불과

2)의치전 입학 : 전문직이고 선생님 소리 들으며 사회 생활의 더러운 꼴을 덜 경험하며 살 수 있음. 생명을 살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음,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가족력 관련)
But) 의치전 폐지 추세로 경쟁자가 몰려 들어가기 힘들고 잘해봐야 턱걸이로 입학 가능한 스펙, 넉넉치 못한 집안 형편이라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함. 암기 위주의 생물학 공부는 공학보다도 흥미가 없으며 빡신 수련 기간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과거와 같은 개업 로또는 확률이 낮아 경제적 기대값은 현상 유지보다 못함.

3)고시 : 사무관이 되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음. 명예와 공부로 뭔가를 이루었다는 엄청난 성취감과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시험 보는 것이라는 생각
But) 워낙 천재와 은둔 고수들이 많아 붙을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보이며 수험 기간이 길어질 경우 나의 과거 모습을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고시낭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 운좋게 일찍 붙어도 대기업 다니는 것에 비해 경제적인 면에서 뒤떨어짐.
4)금융 계열 준비 : 적성 검사 결과 수학, 논리 쪽에 상당한 적성 일치도를 보이고 사회에도 관심이 많아 경제와 금융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봄. 금융 자격증을 따거나 금융 공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상품 기획이나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는 커리어 패스로 적성에 맞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음
But) 기존의 내가 쌓아온 것들이 의미가 없어짐.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가서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아니 기회를 잡을 수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함.
5)수학 강사 : 그나마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남들보다 잘한 거는 문제 푸는 것이었다는 생각. 대학에서도 수학 과목은 성적이 항상 좋았고 새로운 도전에 큰 진입장벽이 있어 보이지 않음. 학벌이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음.
But) 애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나 그리 설명을 잘하는 타입은 아님. 경제적 불안성과 평소 부정적 인식(학생 때도 학원을 거의 안다녔고 과외 역시 거부감이 있음)을 가지고 있던 사교육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렇게 고민은 깊어가는데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고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자게에 글을 올립니다.

전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데 친구들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사 그냥 다니거나 전공 살리라는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그들이 맞는 건지 큰 그림보다는 당장 자신의 현실에 급급한 조언을 해주어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비슷한 상담글도 많이 찾아봤는데 안철수 교수가 했던 말중에 ‘도전은 몸이 힘든 것이어야지 불안을 안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의사 시절에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어느 일이든 시도하기 전에 현재의 일을 포기하고 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큰 행위이다. 잠을 줄여가며 틈틈이 도전할 일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보고 확신이 들었을 때 뛰어들어야 한다’ 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이 말이 와닿아서 생물학 책이랑 경제학 책도 틈틈이 읽고 필요한 영어도 공부하고는 있습니다.(물론 피지알 유자질 글은 훑어본다는 게 함정이지만;) 하지만 저는 안 교수님 같은 초인이 아닌데다 게으름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퇴근하면 피곤해서 한두 시간 책보면 곯아떨어지기 일수고 다른 직종에 대한 정보가 너무 피상적이라 뭔가 목표가 너무 불분명한 느낌입니다.
충분한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직접 이리저리 부딪혀 봐야 할텐데 그러려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사실 요즘 업무도 배울게 많은데 손에 잘 안잡힙니다. 그간 나태하게 사느라 놓쳐버린 시간들, 기회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요즘이네요.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이 들락날락 거린 사이트인 피지알에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저랑 비슷한 상황에 있어보신 분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신 분들(성공이든 실패든 괜찮습니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위에 나열된 다른 직종에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워낙 능력자 분들이 많으시고 다양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으셔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들 다 취업하기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제가 생각보다 쉽게 취업을 해서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쓴소리도 달게 받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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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써러
12/10/13 19:13
수정 아이콘
내 사업이 아니라 남 밑에서 일하는거면 내 적성에 맞는 일이란건 없습니다. 그냥 그 직장 계속 다니시는게 가장 좋습니다. 정 일이 맘에 안들면 부서를 옮기는걸 생각해보세요. 짬이 좀 되고 나서 말이죠.
12/10/13 19:24
수정 아이콘
새로운 도전도 다 좋은데 본문에 한해서는 솔직히 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현재 하는 일을 유지하면서 님이 가진 짜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른 관심분야를 접하고, 그 관심분야에 확실한 흥미가 있는지, 그분야를 내가 정말 잘하는지 어느정도 확신이 설 때 지금 하는 것을 관두고 도전하는 쪽이 나을거라보입니다.
처음부터 자기한테 착 맞는일이 어딨을까요?
12/10/13 19:2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대로라면 대학때부터 나태한 생활이 몸에 배었는데 일을 하려니 힘들고 그래서 피하고 싶으신거 아닌가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거 같다고 하지만 딱히 다른 일 크게 하고 싶은게 있는것도 아니고..그냥 정신이 피곤하고 놀던 습관이 배여서 지금 일에 적응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m]
아이지은
12/10/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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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올해 약대 졸업하고 약국에서 3개월 일하다가 이건 안맞는거같다 라고 생각해서 빨리 준비해서 치의전 수시로 합격 했습니다
근데 지금 약국 다니는데 또 잘맞는거 같아요. 모든것에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네요.
Orange Caramel
12/10/13 19:34
수정 아이콘
저도 님과 같은 생각을 입사후 계속 하면서 결국 4년이나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 관두고 하고 싶었던 곳으로 와 있습니다. 인생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중이죠.
꿈이있다면 도전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도전이라도 해야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살이라도 젊을때 도전하세요 결혼하고 애 생기면 더 후회할 거에요.
인생 길게 보세요 그깟 1,2년 경력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12/10/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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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졸업자입니다 (전문 되기 전이지만)
적성에도 안맞고, 정부한테 까이고, 언론한테 까이고, 인터넷에서 까이고, 심지어 대놓고도 많이 까여서 (아프면 점잖던 사람도 진상이 됩니다) 때려치고 딴일 하려했으나 나이도 들고, 아는 지식이라고는 이쪽 제외하면 다른 분야는 사람보다 훨씬 밑이고... 그렇다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쉽게 많이 버는것도 아니고...
어느 직업이나 다 비슷비슷한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고민고민하다 30이 넘었는데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중이네요, 이대로 살기는 허무하더라고요
밀가리
12/10/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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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둘 땐 그만 두더라도 보험은 만들어 놓고 그만두셔야죠.
12/10/1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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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에서 석사까지 하고 대기업 엔지니어 7년차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조금은 죄송스럽습니다만...
2번 항목은 전부 다 기대감이신 것 같습니다. 관련 부문에 이미 몸담고 계신 분들의 얘기를 좀 들어보심이 어떨까 싶네요.
가보면 밖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석사는 석사를 한 입장에서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박사까지 하실 것 아니시면 별 의미가 없어요...
저도 설계 부문에서 일 하다가 도저히 도면 그리는 생활이 하기 싫어서 회사 내부에서 부서 변경을 했습니다.
예전 팀에서야 이미지가 나빠지지만, 새로 간 팀에서야 고마워하던데요.
아직 입사 1년밖에 안되셨으면 부서 변경을 한 번 해보시고... 그래도 맞지 않는다 싶으시면 그 때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시지요.
3년 정도는 일 하시는 쪽이 커리어로 남고, 그 커리어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라한
12/10/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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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하게 말씀드리는게 아닌가 싶지만 이런 글을 올리실 때는 꼭 좋은 얘기만 듣자고 하신건 아닐테니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님의 마인드로는 어떤 진로를 선택하시든 결국 다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겁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들에 대해 장단점을 따지시는 건 좋은데 본인의 바라는 바도 불명확 하고 어떤 의지도 결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시던 결국 만족하지 못하실겁니다.

현재 직장 생활 13년차인데 개인적으로는 님이 하시는 고민을 평생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바라던 바(개발직)와는 거리가 먼 노가다성 공돌이 짓을 하고 있지만 페이는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인생 진폭은 보통 사람들 보다는 훨씬 클겁니다.
주로 외국계에 있었지만 아주 작은 중소 기업에도 있어 봤고 학원 강사도 해 봤고 유명 대기업에 갈수도 있었죠.
제 사정이 좀 복잡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공부를 끝까지 못하고 여러 방면으로 돌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학부 졸업생으로서는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개발직도 업고 개발직도 노가다성이 많죠.
제 사정상 오로지 돈 보고 노가다 성 엔지니어를 하고 있습니다.
일에는 늘상 불만이지만 일에서 인정 못받은 적도 제 처지에 불만이지도 않습니다.

어느순간 적성보다는 페이가 중요하다고 확고히 결심했고 그 틀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름 공부를 계속하다보니 다른 기회도 오더군요.
아마 내년에 개발직인 다른 부서로 가게 될겁니다.

얘기가 좀 두서가 없어졌는데 제 경험상 100% 만족하는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은 1%도 안 될겁니다.
대부분 적성과 조건이 상충되게 되어 있는데 어느쪽을 트레이드 오프 할건지 본인이 분명히 해야 합니다.

첫 직장이시라고 하시니 말씀드리는데 대한민국에서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괜찮은 직장 진짜 몇군데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 자체가 일부 수출 대기업을 위해 나머지 협력업체가 다 희생하는 구조이다 보니 중소기업은 정말 힘듭니다.
그나마 처우만 봤을 때 괜찮은 곳은 대기업과 그 떡고물이 좀 떨어지는 일부 외국계 뿐이라 봅니다.

결국 자기가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나머지 타겟에 최선을 다해 사는 수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쓰신 글을 보니 자신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부분은 대강 정확히 진단하신 것 같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금융이나 수학 강사가 적성에 맞으실 것 같은데 걱정하시는 부분 보니
결국 '내가 잘 할지 모르겠다' 또는 '남의 시선이 두렵다' 이런 식이신데 이 부분은 남이 충고해 준다고 해결 될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온전히 본인의 마인드 문제지요.

어떤 분야를 택하든 난관이 없는 분야 없고 그냥 되는 데 없습니다.
관심 분야에 대해서 최대한 사전에 정보 취합하시고 나머지는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아무 대책 없이 현재 직장 그만 두시는 거 절대 반대입니다.
객관적으로 님께서는 처우면에서 대한민국 상위 20%이내의 직장에 다니신다고 생각 되고 처우가 떨어질 때 얼마나 힘들지 아직 안 겪어 보셨기 때문에 미리 퇴직을 해 버리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생각 되네요.
가능한 현재 일을 하시면서 다른 분야를 알아보시는게 좋을 거라 생각 되고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는 최대한 사전에 많이 알아 보시고 결심을 굳건히 하신 후 실행하셨으면 하네요.
wish buRn
12/10/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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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보면 별다르게 하고 싶은거 없이 31년을 살아온게 오히려 축복받은거였나 싶기도 합니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고, 누군가 해야하는 일을 하고 계시다면 배부른 돼지도 괜찮지 않을까요..
2'o clock
12/10/13 22:13
수정 아이콘
아직 사회생활 2년차 밖에 안 되었지만.. 직장인과 학생의 가장 큰 차이는

직장인은 '남의 일'을 해주는 대신 돈을 벌고, 학생은 '자기의 일'을 하는 대신 돈을 냅니다.

직장인으로서 남의 일을 해주는데 재미를 얻는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무보수로 일하거나, 학생처럼 돈을 내고 일을 한다고 해도 하겠다는 직장인이 과연 존재할까요?

저도 가끔 다시 학생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게 공부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이직이나 타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일이 싫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싫을 때 하라고..(일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싫거든요.)
절제의미학
12/10/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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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일이 싫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싫을 때 하라.. 좋은 말이네요. 새겨듣겠습니다.
12/10/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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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고민이겠지만
저 자신한테는 부러울 뿐이네요.
지잡대 공대 출신에 스펙 극복하고자 4년동안 별의 별짓 다 해도 아직 취준인데
스타기반 커뮤니티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스타를 하는것 조차 사치라고 여겨
게임도 하지않고 가끔 병구선수 게임만 챙겨보면서 이것저것 했느데 문턱은 높더라구요.

중소기업 R&D에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린 선배가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책임질것이 없다면 원하는 것을 해라
그러나 가족, 결혼, 돈문제로 무언가 책임을 저야한다면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해라

전 미학님의 문제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이 없다고 봅니다.
Hypnosis
12/10/13 23:55
수정 아이콘
저도 점수맞춰서 간 학교에 등록금이 아까워서 전공살려서 4년일하다가 나왔습니다.
전국을 다 돌며 하는 노가다였는데 친구도 없는 전국 각지를 돌면서 땡볕아래서 측량만 하루종일 하는게.
정말 사람할짓이 아니다 싶더군요. 그때 제 직장 사수분이 해주신말씀이.
"니가 무슨일을 하던 10년후를 더 볼수있다면 20년후를 봐라" 였습니다.
10년후에도 20년후에도 니가 후회할거같으면 빨리 다른일을 찾아라 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덕분에 이직을 했고 지금은 페이는 훨씬 약한 그냥 일개 주방장 5년차지만.
제 꿈을 찾게됬고 행복합니다. 뭐 돈 중요하죠. 하지만 돈이 모든걸 말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건 아닌거같아요.
하시고 싶은거 한번쯤 해보세요. 다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하시구요.

저같은경우는 20대 초반에 알바로 했던 주방경력이 한 2년되다보니 무리없이 뛰어들수있었지만.
말이 좀 두서가없지만. 여튼 준비 되셨다 싶으시면 하시고 싶은거 한번쯤 도전도 추천합니다.
새벽바람
12/10/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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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으로는 여러 분들께서 좋은 말씀 해주셨으니 저는 제가 관련된 쪽으로 몇 마디만 드리자면..

우선 책상에 앉아서 전공공부 푸는 것은 좋다는 점, 석사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점이나 리플 내용으로부터 어느 정도 이론 공부쪽으로 좀 더 흥미를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앉아서 공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있고 좋아하는 편이라서 비슷한 생각으로 대학원을 왔습니다.......만...

우선 석사를 목표로 대학원을 오는 것은 상당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경력 2년만 인정해 주는 학사 취급 정도가 대부분이고, 연구와 관련된 직종으로 가더라도 박사학위자의 잡일만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요. 대학원을 갈 것이면 박사 학위를 목표로 가는 것이고, 막상 가보니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싶을 때 석사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목표로 간다고 하더라도, 공대 대학원 공부는 전공서적 보면서 문제 풀어보던 학부 공부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연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많이 알고 주어진 틀 안에서 문제를 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를 하고 막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성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하고 계신 일이 범주만 바뀌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창의성, 융통성.. 엄청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전공 공부를 게을리 한 사람 중에서도 연구는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앉아서 공부하고 문제푸는 것은 기똥차게 잘해서 최우등 졸업 찍고 그러는 학생인데도 대학원 와서는 몇년동안 논문 한편도 못쓰고 그러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공부하는 것과 연구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부만 하면 먹고 살 길이 있던가..? 하는 의문을 저도 오랫동안 가져왔고 그에 대한 대답이 대학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은 연구하는 곳이지 학부때와 같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더라.. 하는 게 결론이더군요. 마치 공부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다른 것 처럼요. 공부하고 문제 풀고.. 이런 것을 십분 활용해서 취업하려면 고시밖에 답이 없는듯합니다.
오빤 트리스타일
12/10/14 00:42
수정 아이콘
1을 하면서 2와 3을 고려해서 길을 알아보는게 좋습니다.

다만, 1. 현재 직장을 그냥 다니세요. 좀더 참고 시간지나서 경력좀 쌓다 보면 2~3번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실 겁니다.
드랍쉽도 잡는 질럿
12/10/14 00:59
수정 아이콘
고민이 저랑 같으시네요ㅜㅜ
대기업에 취업하고 10개월 정도 됐는데.지망했던 직군이나 지역으로 배정 받지 못해서, 탈모 등 몸에 안 좋은 영향 받을 정도로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ㅜㅜ

안 좋은 학점으로 인한 재취업의 두려움+졸업자의 불리함과... 연상인 여자친구를 둬서 결혼도 서둘러야 해서 선택을 못 했네요.
그래서 당장의 이직이나 대학원은 포기 상태고, 부서 이전을 원했었는데...
다른 회사는 인사과에 주관하는지 몰라도 제가 있는 곳은 사업부 간 협의가 인사보다 우선이라,
부서 이전 못 해주니 나가던지 조용히 하고 열심히 하라 그러더군요...ㅜㅜ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결과도 못 얻고 참ㅜㅜ

여튼 개인적으로 부양해야 할 가족 같은 이유만 없으면 원하는 거 도전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위에 석사 별로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회사마다 다르죠. 석사도 충분히 대접해주고 학사랑은 달리 원하는 전공 살릴 수 있습니다. 갈수록 학사보다 석사 이상이 안정적이기도 하고요.
이직은 서류 통과 잘 될 스펙이면 대학원 선택이랑 고민할 수 있는 거고 서류 통과 어려운 정도면 대학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도전할 수 있을 때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하고 싶어도 본인 생각만 하고 살기 어러운 때도 올 수 있으니...
그리고 재취업 하든 뭐하든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도 그때는 도전해봤다는 위안이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모쪼록 마음 가는 길이 죽 곧은 길이시기를...
제레인트
12/10/14 01:22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을 보니 제가 댓글을 달아야만 할 것 같군요 크크.

사실 처음에 댓글을 쓰려다 윗 분들이 많이 좋은 말을 써 주셔서 그냥 닫았는데, 이왕 댓글다는 김에 써보겠습니다.
저도 사실 공대->경제과 복수전공 시도->고시 기웃기웃-> 어쩌다 보니 석사->박사 의 진로를 걷고 있습니다. 저도 갈팡질팡하다가 길이 정해져 버린 건데요.

제가 정말 같은 고민을 여러번 해봐서 아는데요(..) 한가지 확실한건, 자기가 '꼭' 하고 싶은게 없다면 그 대학원이나 기타등등 다른걸 선택하셔도 지금 하는 똑같은 고민 하실겁니다. 그럴경우엔 차라리 그냥 지금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직장을 다니시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다른 곳도 결국엔 비슷하거든요. 물론 정말 하고 싶은게 있거나 안해보면 후회할거 같으면 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조금이라도 젊을때 하는게 더 부담도 없고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계신다니 제가 아는 대학원 진학만 간단히 얘기해 볼게요.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공대 대학원은 자기의 연구가 잘 맞으면 재밌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직업적으로도 잘 풀리면 해외유학/포닥후 교수도 할 수 있고, 못해도 공대박사라면 대기업의 연구직으로 갈 수 있지요.
하지만 공대대학원도 (대학원은 정말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게 아니고, 연구실 사정, 교수님의 이해도및 의지, 프로젝트에 치이는 정도 등등에 의해 하고 싶은 연구를 못 할 수 도 있습니다. 특히 석사만 하고 나갈 경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거의 못한다고 보시면 되요. 그리고 박사는 그냥 연수채운다고 졸업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만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고, 그리고 그냥 박사를 하기엔 4-5년(혹은 잘 안풀리면 6년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의 기회비용이 크지요. (석사포함) 박사과정6-7년간 대기업에서 연봉으로 3000-5000을 번다 생각하면 2억-3억이 넘는 수익을 포기하는 거니까요.

PS . 그리고 확신이 없다면 직장은 2-3년은 다녀보시고 결정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초년차에 하는건 어차피 잡일일수 밖에 없고, 그 후에 하는 일이 다를 수도 있고 알면 알수록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을 수 있어요.
12/10/14 00:59
수정 아이콘
학원강사 6년차인데, 아는것과 가르치는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갭을 줄이는데 4년정도 걸렸던것 같고, 지금도 줄이는 중 입니다. 학원도 학부모도 이제는 어느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이 많이 안다고 학생 성적이 오르는게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학벌도 문제 풀이 능력이 뛰어난것도 큰 강점인것은 확실합니다. [m]
블랙라벨
12/10/14 03:06
수정 아이콘
다들 이 나이때 하는 고민인 듯 싶어요. 저 역시도 그렇구요. 예전에 군시절, 분교대가서 교육을 받는데, 사단장님이 오셔서 이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자기는 군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제대를 앞둔 장병들과 상담해 보면 항상 적성에 맞는 일 하면서 살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적성이란 건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별 두 개다신 분이 그런 말씀 하시니까 꽤나 와닿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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