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법리를 판단하다?
'판례', '법리'등을 주제로 글을 쓰려했는데, 마침 지난 주말에 진중권씨의 트위터를 통해서 정봉주 판결이 많이 논란이 되었기에, 이 판결에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과연 정봉주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가 타당한가에 대해서 여러분 각자 판단하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먼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와 B가 있습니다.
A는 청렴한 상대 후보자를 흠집내기 위해서 온갖 음해와 용공을 펴는 자입니다.
B는 상대 후보자에 대하여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비리와 부정이 많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을 제기하는 자입니다.
A와 B는 모두 상대후보자로부터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허위사실공표죄라는 법률을 적용하여 A에게는 유죄를, B에게는 무죄를 선고해야겠지요?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가 타당한가에 대한 판단은, 현재 법리에서 A가 빠져나갈 수 있을만큼 적용의 폭이 좁은가? B를 처벌할 만큼 적용 폭이 넓은가를 염두에 두시고 판단하시면 조금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1. 법리란 무엇인가?
지난 글에서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사실관계와 법령적용의 단계를 거쳐서 유/무죄 판단을 하며 그리고 '일정한 범죄'라는 것은 (1) 객관적으로 어떤 행위와 (2) 주관적으로 어떤 의도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행위'와 '의도'의 판단 기준 등을 일반적으로 법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법령해석이 필요한 경우에 그와 같은 해석의 결과도 법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법리에 대한 판단을 이른바, '판례'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1심, 2심 판사들은 대법원의 이와 같은 법리를 따라서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따라야 하는건 아니에요. 1심, 2심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을 흔히 '들이받는다'라고 표현해요^^ 그게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판례가 변경되는 계기가 되면 그 1심, 2심 판사들은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대부분 대법원에서 원래 기준(법리)대로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냅니다. 이건 흔히 '깨진다'고 하지요.
2. 판례와 법리
법률 규정에 나오는 단어들이 아니고, 실제로도 판례와 법리가 뒤섞여서 사용되긴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 두가지를 명확하게 정의내릴 자신은 없는데요, 일단 이 글에서는 법리를 판례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하겠습니다.
3. 법리의 타당성 판단
(1) 판결의 타당성 검토
- 근거 법률이 합헌인가?
- 적용된 법리가 합리적인가? <- 오늘 글의 주제.
- 사실관계 확정이 타당한가?
- 확정된 사실관계를 법리에 제대로 적용했는가?
지난 헌법재판소 글에서 '법률'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위헌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경우를 예로들면 허위사실공표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그와 같은 판단과정을 거쳐서 위헌여부를 따져볼 수도 있을거에요. 근데 오늘 글의 주제는 법률의 위헌판단이 아닌 과연 그와 같은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법원은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갖고 적용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려는 거에요. 일단 어떤 법률이 위헌이지 않고 합헌이라면, 법원은 어떤 기준을 갖고 그 법률을 적용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그 법률의 입법취지이겠죠? 그리고 앞선 글과 마찬기지로 이와 같이 '처벌 규정'들은 대부분 우리의 '기본권'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본권을 가장 덜 제한하는 방향으로 그 법률을 적용해야 할 거에요. 위헌이라면 당연히 그 법률은 사라져야할테구요.
다시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떤 법률이 일단 합헌이라면, 그 법률의 입법목적을 기준으로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되 그 법률이 제한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가급적 적게 제한하는 방향이 바람직한 방향이 되겠죠?
4. 허위사실공표죄의 충돌하는 법익들 - 간략하게
이 법률, 허위사실공표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여러분 모두 쉽게 알다시피 선거제도, 특히 선거기간의 공정성입니다. 선거에는 여러가지 공정성이 요구되는 데 이 중에서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들의 공정성, 신뢰성을 지키고자 하는 규정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제한되는 기본권은 무엇이 있을까요? 네,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도 포함이 될 수 있을테고요. 이와 같이 대의제하에서 선거제도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염두에 두시고 밑에서 살펴볼 법리들이 과연 합리적인가 판단해봅시다. 그리고, 여기서 표현의 자유를 넓힌다고 하여 곧바로 선거의 공정이 저해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합리적인 의혹제기는 허용되어야 하며, 실제로 문제가 있는 후보자에 대하여 처벌의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의혹제기를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곧 선거의 공정을 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순히 선거의 공정 vs 표현의 자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헥헥 (아직도 갈길이 먼데 ㅜ)
쉽게 이야기하면,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현재 이 법률의 법리는 A가 빠져나갈 수 있을만큼 적용 폭이 좁은가? B를 처벌할 만큼 적용 폭이 넓은가를 염두에 두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5.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요건
위에서 살펴봤듯이 객관적인 행위와 주관적인 의도가 필요한데, 이건 대부분 법률을 분석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문을 보시겠습니다.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②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법조문을 풀어헤쳐보면
① 후보자에 관한
② 사실
③ 공표
④ 주관적 의도 : 허위의 인식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이런 요건들이 인정되어야 하겠죠? 그럼 이와 같은 요건을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6.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들
관련 판례들을 통해서 법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분량이 길어지더라도 가급적 전문을 옮기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법률 적용은 과녁처럼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그 폭이 넓습니다. 이 법률의 경우에도 해석과 적용에 따라 폭넓게 적용할 수도, 보다 좁게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다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선거의 공정을 근거로 할테고, 보다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은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할테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다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선거의 공정을 근거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후보자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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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에 관한 사실 중에는 직접 후보자 본인에 관한 사실 뿐 아니라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나 그 정당의 소속 인사에 관한 사항 등과 같은 간접사실이라도 후보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실이고 그 공표가 후보자의 당선을 방해하는 성질을 가진 것인 경우에는 후보자에 관한 사실에 해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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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에 관한 사실이라는 요건을 적용할 때에는 문언의 의미보다도 조금 폭 넓게 해석하고 있죠? 후보자의 소속정당이나 정당인사에 관한 사항의 경우에도 후보자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면 인정하고 있습니다.
(2) 사실 : 위 법이 처벌하는 것은 '사실'을 공표한 경우이므로 의견 표명의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사실과 의견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어디까지 사실로 인정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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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고, 사실의 공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의 표현인지의 구별은 단순히 사용된 한 구절의 용어만에 의하여 구별할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을 보장한다는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그러한 표현을 둘러싼 모든 사정, 즉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표현 전체의 내용,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의 경위/전달방법/상대방/표현내용에 대한 증명가능성, 표현자와 후보자의 신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견이나 평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기초하여 행해지거나 의견이나 평가임을 빙자하여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하는 경우에도 위 죄가 성립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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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 엄밀하게 사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이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 의견이나 평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기초하여 행해지거나 의견이나 평가임을 빙자하여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하는 경우"에도
위 죄가 성립된다고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 법률을 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법리가 되는 것입니다. 위 법률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비판하면 될 것입니다.
(3) 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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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표'라고 함은 그 수단이나 방법에 관계없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허위사실을 알리는 것을 뜻하므로, '기타의 방법'이란 적시된 사실이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방법을 가리킨다. 따라서 허위사실을 소수의 사람에게 대화로 전하고 그 소수의 사람이 다시 전파하게 될 경우도 포함하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사람에게만 허위사실을 알리더라도 그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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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표라고 하면, 뭔가 기자회견, 연설 같은 것이 생각나시죠? 하지만 법원은 위에서 보듯이 "한사람에게만 허위사실을 알리더라도 그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파가능성'이라는 것인데요? 명예훼손죄에서도 똑같은 법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사람은 대부분 기자가 해당되겠죠? 어떤가요? 공표라는 것은 문언에 충실하게 다수인에게 말한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위 판례처럼 다수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한사람에게만 알린 경우에도 위 법률을 적용하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와 B를 생각해보세요.
(4) 허위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 및 방법 - 위와 같이 허위라는 점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입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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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할 수 없다.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기간과 특정장소에서의 특정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 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법이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그 입증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고 할 것이며, 검사는 제시된 그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입증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 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위의 법리에 비추어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성에 관한 검사의 입증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추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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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제기와 관련하여 중요한 법리입니다. 이 법리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흐르는 소리님의 답글에 대한 답변을 본문에 추가하였습니다.)
검사가 발언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건 형사소송상의 대원칙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피고인이 자신이 말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할 책임은 없습니다. 이 건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어긋나므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사 스스로의 입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소명자료 제출할 책임을 부담지우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무휼이 " 정인지는 2012. 1. 1. 오후 2시에 술을 마셨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에 대하여 정인지는 무휼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그럼 검사인 똘복이는 이것이 허위라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정인지를 불러서 조사하였더니 그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고 집현전에서 한글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 검사는 그와 관련된, 즉 집현전 출입기록이나 궁녀들을 조사하여 증거 제출하는 방법으로 무휼의 발언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무휼이 "정인지는 술을 마신 적이 있다."라고 발언했다고 해봅시다. 이에 대하여 정인지는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이 정인지가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검사는 무휼의 발언이 허위라는 사실, 즉 정인지가 술을 마신 적이 없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정인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조사해야하나요? 아니면 조선팔도 내 모든 술집을 다 조사해봐야할 까요? 이처럼 특정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무휼이 "정인지는 연애를 한 사실이 있다."라고 발언을 했고, 정인지는 허위사실공표로 무휼을 고소합니다.
이제 검사가 이 발언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정인지를 불러서 물어봅니다. 정인지는 연애를 해본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인지의 답변이 가장 중요한 허위사실 증거자료가 되겠죠? 하지만 무휼이 정인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 그럼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하여 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정인지의 집이나 컴퓨터를 압수수색하여 과거 연애사실이 있는지 수사할 수 있을까요? 정인지의 연애경험이 별도의 범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현행법하에서는 이와 같은 수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특정하기 어려운 시간과 장소의 경우에는 검사의 입증은 당사자의 증언외에 다른 증거를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무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근거자료들을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그럼 검사가 그와 같은 근거자료들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충분히 무휼이 제출한 근거자료들이 빈약하다면 무휼의 발언은 허위라고 판단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위 법리, 즉 소명자료 제출을 통한 허위 입증방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보완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지, 일률적으로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입증토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봐요.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면 검사 입장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조사할 필요 없이 손쉽게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만을 탄핵하면 충분하니깐요.
이러한 법리를 통한 처벌은 지나치다고 보이나요?
이러한 법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3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1) 이러한 법리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되고, 검사가 적극적으로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형사소송 원칙에 따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주장. 2) 선거기간동안 그와 같은 의혹제기까지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의혹제기를 받고 있는 사람이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검사가 허위를 입증할 수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3) 검사가 허위를 증명할 수 있는가와 상관 없이 이와 같은 법리를 폭넓게 적용하여, 단지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들이 탄핵되었다면 허위성을 인정 해야 한다는 주장.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와 같은 법리의 타당성과 별개로 물흐르는소리님의 답글처럼 과연 이번 정봉주 사건이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경우, 즉 소명자료 제출을 통한 허위입증방법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선 별도로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5) 주관적 의도 : 허위의 인식 +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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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고 그를 용인하는 의사인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 포함하는 것이어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의 허위사실공표죄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성립된다. 피고인이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 물리적으로 사회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됨에도 그러한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가지고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의 인식이 필요한데, 이러한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그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이상 공표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은 허위사실의 공표로서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며, 그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욕하거나 희망하는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에 대하여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또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 또는 경쟁 후보자와의 인적 관계, 공표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행위의 태양, 그러한 공표향위가 행해진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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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간단히 요약하면 발언하기 전에 확인절차를 얼마나 충실히 따졌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무언가 의혹제기를 할 때는 확인절차를 충분히 거쳐야지 그렇지 않다면 이 요건을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거기간 동안 무분별한 의혹제기를 막기 위해서 이와 같이 발언자에게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여지나요? 아니면 지나치다고 보여지나요?
(6)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지금까지 살펴 본 요건들이 모두 성립된다면, 발언자는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되는 것이 원칙일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예외적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등을 고려햐여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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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아니되나, 한편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그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한다."
공표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행위 자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할 것이 아니라 공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것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로 객관적 상황이 있는 경우 내지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객관적인 자료 내지 정황이 있는 경우에만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한편 공표한 내용의 진실성에 관한 오신에 상 당성이 있는지 여부는 공표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하지만 공표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후의 수사과정과 밝혀진 사실들을 참고하여야 공표시점에서 의 상당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므로, 공표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상당성 인정 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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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발언자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당한 이유는 피고인의 주관적 기준, 즉 '이건 진실임에 틀림없을거야'라는 내심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자료를 통해서 판단하겠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위에서 본 '허위의 인식등 주관적 요소'하고는 구별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이 법리 자체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인정되는 법리입니다. 따라서 이 법리 자체는 발언자에게 유리한 법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이 법리를 더 폭넓게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겠죠? 물론 그 반대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할테고요.
그리고, 이번 정봉주 사건의 2심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발표난 뒤에 의혹제기를 하는 경우에는 어떠한가에 대해서 2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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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한 공직 후보자의 범죄 혐의 등과 관련한 의혹의 제기는 원칙적으로 수사 및 재판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기관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공적 기관의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인적, 물적 규모나 전문성에 있어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공적 기관 이외의 기관이나 개인이 수사기관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주관적인 의혹에 기초하여 공적 기관의 판단을 부정한다면 수사나 재판을 담당한 공적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되어 범죄수사 및 재판과 관련된 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관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단체나 개인이 수사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기관 등의 조사결과 이미 완결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적 기관의 판단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공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제기하는 의혹에 비하여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나중에 그와 같은 공표 내용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위법성 조각사유로서의 상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공적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제기하는 것에 비하여 한층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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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 수사기관의 앞선 판단이 있다면 그 결론과 다른 발언을 할 경우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찰 및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교과서에서 나오는 만큼 이상적인 기관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처럼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선거 정국에서, 특히 '디도스'와 관련하여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7. 글을 마치며
법리에 대한 타당성이라는 것은 정답이란 게 없습니다. 따라서 법 전문가들의 판단영역이라고 할 수도 없죠. 맨 처음에 예를 들었듯이 우리 선거과정에서 A와 B를 어떻게 처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무수히 존재가능한 영역들에 대하여 어디까지 처벌할 것이며, 그와 같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소송과정에서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에 대하여 법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위축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의혹 제기 등 어떤 발언을 폭 넓게 처벌할 경우에 그 이후에 다른 사람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위축하여 발언을 자제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정봉주의 예에서 살펴보듯이 판결의 타당성을 떠나서 올해 대선에서 선뜻 이른바, 저격수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봉주와 강용석, 그리고 과거에 선거철이면 불던 북풍사건, 올해 선거과정에서 수많은 의혹제기 등이 쏟아져 나올텐데 유권자들의 선택을 흐리지 않고, 오히려 명확하게 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8. 추가
표현의 자유는 아주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그 보호의 '정도'는 모든 경우에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 글에서 살펴본 '허위사실공표죄'는 표현의 자유 상대편에 선거의 공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는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하지만, 선거기간동안의 후보자검증의 경우에는 무분별한 의혹제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어느정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여지/명분, 즉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