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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1/08 19:51:43 |
Name |
worcs |
Subject |
[일반] 모태솔로의 흔한 여자이야기 |
때는 2008년 11월 수능날이었습니다. 동네 친구가 최근에 연락을 자주 무시해서
나름 속상한 기분에 학교 선배들과 치킨집에서 맥주를 흡수 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맥주 먹고 취한다는 것은 라스베이가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마구 들이켰지만 그날 따라 취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습니다.
막차시간에 맞춰서 술집을 나왔지만 원래 환승을 해야하는 동대문, 동대문역사를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고
서울역에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1호선은 모두 끊겼더군요.
속으로 욕을 마구 해가면서 혹시 버스가 있을까 하는 1%미만에 가능성에 도전했지만 역시 버스도 끊겼더라구요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돈이 택시비라고 생각하던지라 열심히 머리를 굴려봅니다.
아 택시를 잡아서 합승을 하면 되겠군!!
버스정류장에서 불이꺼진 지나가는 택시 하나를 막무가내로 잡아서 세웁니다.
합승해도 되겠냐고 돌+아이처럼 들이데니 마침 홍대입구역으로 간다하더군요
역시 막무가내로 합승을 성사시켰습니다
택시에 앉으니 어두운 차 안에서 여자분의 실루엣이 보이더라구요
그 순간 맥주 취기 버프로 유재석이 빙의합니다.
아 홍대는 무슨 일로 가세요? 순식간에 그녀의 신상을 털었습니다.
나와 동갑이었고 부산여자였습니다. 재수를 했고 오늘 수능을 봤으며 바로 미대 실기시험을 위해 홍대에 학원을 등록하기 위해 왔답니다. 지금은 고시텔을 찾아가야 한다더군요
드디어 홍대까지 도착했고 택시비를 제가 계산하고 같이 내립니다. 응??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 새벽에 같이 홍대를 거닐면서 겨우 고시텔을 찾아주고 굉장하게 그리고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당연하게 저는 그녀의 번호를 따냅니다. 또 택시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데 그녀에게 문자가 왔네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너는 천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날 부터 계속 서로 연락했습니다. 연락할때마다 부르면 어디든 나간다고 허새를 늘어놓았는데
그 떡밥이 어느 날 결실을 맺습니다. 집에서 잉여롭게 쉬고 있는 저녁 9시쯤, 처음보는 번호로 문자가 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와 나, 모두 핸드폰 문자 할당량을 다 썻습니다. 저에게서는 유일무이한 이벤트였죠. 울어야하나?
아무튼 그녀는 친구꺼로 문자한다네요. 저는 네이트온 무료문자 신공으로 연락을 계속했습니다.
나 지금 안암가는데 안암에 올래? 언제든 온다메??
아 그렇긴한데 지금 가면 나 잠은 어디서 자?흐흐흐흐
뭐 찜질방??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만은 제가 미쳤죠. 왜 안갔을까요 .....
아무튼 그날 새벽 그녀에게 전화가 오는데 집에 부모님이 다 계시는 터라 복도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좀 추워하는게 티가 났는지
그럼 전화 끊고 문자로 얘기하자네요. 그래서 또 2~3시간정도 문자를 했습니다.
결국 2번째 보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홍대에서 만난 그녀와 저...
처음 만난 날의 맥주버프가 없는 저는 모태솔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청산유수는 사라지고 남자답게 리더하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그냥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가고 거리를 구경하다가 카페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게 전부였죠.
그래도 연락은 계속 하게 되더군요. 어느날은 서프라이즈로 하기 위해 학교끝나고 밤에 홍대로 찾아갔습니다.
처음으로 문자를 무시하더라구요. 아마 실기가 잘 안되던 모양입니다.
결국 그녀는 입시에 실패했고 저도 보통의 대학 새내기처럼 군대를 가게 됐네요
하지만 군인때 직접 그린 편지지에 편지도 써서 보내주고 못해도 1~2달에 한번 전화통화를 신나게 해댔습니다.
지금은 부산에 있는 그녀고 저는 어느새 전역한지 1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연락을 합니다. 물론 요즘은 그녀가 3마디 넘게 답장을 안해주기는 하지만요.
조만간 혼자 부산으로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얼굴 한번 보자고요. 물론 안본다고 하면 흠...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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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pgr21 리그오브레전드 채팅방에서 심심해서 풀어놨던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오랜만에 자게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좋아하세요는 제가 막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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