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그게 다였다. 일요일 오후 한시. 그 때의 그 돌발행동의 이유는 그게 전부였다.
집밖으로 나가기 전에 마찬가지로 할 일 없이 집바닥이나 온몸으로 닦고 있을 친구들에게 나오라는 전화한통씩 돌리고 집을 나섰다.
항시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는 어제 귀갓길에 깜빡잊고 밥을 주지 않아 얼마 되지 않는 마실길에 비싼 기름값을 줘가며 굴리고 싶지 않기에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일주일도 채 되기전에 받았던 몇푼 되지도 않는 월급은 어느새 뭘 하다 흘려버린건지, 잔고는 텅텅비어있고 주머니엔 달랑 팔천원.
밥을 한끼 먹기에도 애매한 돈이고, 나가서 놀기에는 더더욱 마땅치 않다.
물론 그리 넉넉한 잔고는 아니지만, 결제되어야 할 카드값들과 아직 한참남은 월급날을 생각하면 앞으로 일주일은 더 쫄쫄 굶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나갈까 말까, 다시한번 고민하지만 결국 옷을 대충 집어입고 집을 나섰다.
이러다 내가 어쩌려고 이러는지...
밖으로 나오니 일월이라는 날씨와 하등 관련없는 햇살이 나를 노곤히 녹인다.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너님들 내일 나갔다가는 입돌아가거나 길에서 객사하기 딱좋다! 라고 경고하는듯한 말을 해대더니
얼어죽을, 생각도 못한 방정맞은 햇살이 살짝 짜증을 유발한다. 이래서 일기예보는 믿을게 못된다.
항상 반대다.
그렇다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두꺼운 패딩을 벗고 나오기에는, 그 무슨 대단한 사람을 만날거라고 다시금 집에가서 옷단장을 할까.
해떨어지면 춥다. 라는 어머님의 말씀을 다시금 새기고 잠자코 버스나 타러 간다.
그래, 결국 이 상황까지 오기에는 이렇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험하디 험한 현대 사회에서 저 많은 일을 겪고 당연히 지불해야할 버스비를 돈통에 투입하였는데 저 아저씨는 왜 나를 저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을까.
지금이라도 입을 열어 물어보고 싶다. 기사아저씨저돈냈는데왜그렇게빤히쳐다보세요? 라고
이 기상학적으로 맞지 않는 따뜻한 일월의 날씨에 히터는 또 뭐이렇게 빵빵하게 켜놨는지
얼른 자리에 가서 앉아서 나에게나마 올수있는 바람을 위해 창문을 열고 싶지만
이아저씨가거스름돈은안주고왜나를이렇게빤히쳐다보고있는거지!?
하지만, 정작 거스름돈 달라는 소리는 하지 못하고, 기사아저씨가 손님이 많이 탔으니 까먹었는가보다, 하고 계속 기다려본다.
거스름돈 달라는 순진한 눈망울로 아저씨를 쳐다보면서.
결국 아저씨는 온몸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시고는 '갸우뚱'하는 제스쳐와 함께 잔돈을 주신다.
'퉤퉤' 히드라 침뱉듯 돈을 뱉어내시는 우리 돈통느님.
결국엔 자리에 앉아서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는다.
눈을 감기전에 자리 위에 붙어있는 버스비 안내를 본다.
성인 - 천이백원
언제 버스비가 저렇게 오른거지?
응...? 난 천원을 내고 이백원을 거슬러 받았는데?
그리고 그 아래
학생 - 팔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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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얼른 문닫고 출발해야 하는데 왜 차비도 다 안내고 빤히 쳐다보고 있는거지?'
'호...혹시.... 고등...학...생...? 설마...... 세상에........'
'어떻게 저럴수가..... 내 눈을 믿을수가 없어.... 하지만, 맞냐고 물어보면 상처받겠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