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추웠는데 오늘은 덥다. 낮엔 덥고 밤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힘겨운 줄다리기가 끝날때 즈음에 어느새 훌쩍 여름이 되어 있었다. 행인들의 옷차림이 시원해지는 그 계절. 그와 함께 시선처리의 곤란함을 느끼던 그 계절이 다가오는 그 순간. 더위를 참지 못하고 시원한 음료나 마시러 그녀와 함께 까페에 들어갔다.
"어이 속썩이!! 뭐 마실꺼야?"
학창시절부터 유난히도 나의 속을 태우던 그녀의 별명은 속썩이였다. 사실 그녀가 속을 있는데로 썩였기 때문에 붙혀준 별명이다. 손으로 부채질 하던 그녀가 입을 삐쭉 내민다.
"아니 속썩이가 뭐야 여자친구한테..좀더 상큼한 별명을 붙혀줘야지.."
"아..속썩이는 별로야?"
"그럼요.. 내가 애태운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별명은 좀 그렇잖아요..좀더 귀엽고 깜찍한 별명을 붙혀주세요.."
"그럼 돼지야는 어때? 돼지야!! 아이 귀엽다...."
그녀의 표정은 좀더 굳어간다.
"돼지야가 뭐냐 돼지야..돼지야가 뭐가 귀여워요!!"
"너 피글렛 몰라? 푸우 친구. 얼마나 귀여운데.."
"아이 정말 오빠 말주변은 못당해..정말 그런거 말고 진짜 진짜 진짜..귀엽고 깜찍한 별명 붙혀주세요..."
"이만하면 충분하지 뭐.."
"아니 진짜 그러지 말고..나 귀여운 애칭 갖고 싶단 말야.."
"정말?"
"정말!!!!!"
"알았어 그러면 귀엽고 깜찍한 별명 붙혀줄께.."
"응응! 신나!! 붙혀줘 붙혀줘.."
"귀엽고 깜찍한 돼지야!! 귀여움과 깜찍함을 동시에 두루 갖춘 별명이군!! 훌륭해!!"
입이 삐쭉나오려다가 이내 웃어버리는 그녀. 사실 별명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당신은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섹시하고 청순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