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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27 23:07:27
Name nickyo
Subject [일반] 술 한잔 걸치고 찌끄린 자격론.
혼자 과제하다가 우울해져서 술 한잔 걸치고 한 자 써 봅니다.

'론'을 붙일만큼 대단한 이야기도 아닙니다만은, 자격 '주저리주저리'라고 쓰자니 뭔가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럴 싸하고 쌈빡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언제 저같은게 또 '론'같은걸 붙여보겠습니까.

우린 살면서 서로 수많은 자격을 요합니다. 자격이라는건 일종의 당위성이죠. 가장 흔한 자격으로는 이런게 있습니다. 길을 지나가는 커플인데 한 명은 못생겼고, 한 명은 아주 멋집니다. 그럼 사람들은 아주 일상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햐 저런애가 저런애를 어떻게 만나지?"

못 생긴 사람은 멋진 사람을 만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것. 이걸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멋진 사람과 멋진 사람이 만나는 것. 여기서는 아무런 위화감이 없지요? 여기서 '멋지다'라는 것이 일종의 '자격', 즉 당위성이 됩니다. 흔히들 말하는 말 중에 이런게 있지요. '니 주제좀 알라'고. 네, 이것도 하나의 '자격'입니다. 너는 그럴만한 주제가 되지 않으니 '자격'이 없다는 것이지요.

돈없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비난합니다. 부자의 돈 버는 방식에, 부자의 돈 쓰는 방식에, 부자의 생활태도에, 부자의 어떤것에. 그런 그의 뒤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따라다닙니다. '주제에 말만 많네. 불만있으면 니도 성공해라.' 그에게는 이제 그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하기위해 '성공'이라는 자격증을 따야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그의 신념과 일치하든, 그렇지 않든.


뚱뚱하고 못생긴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장점이 없는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아니 어쩌면 모르고 있는 장점이 정말 많을지도 모르지만 첫인상에 있어서 그는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일종의 패배자처럼 보이지요. 그런 그도 똑같은 사람이기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하는 일이 당연히 생길겁니다. 남들처럼 혼자 속썩여보고, 설레여도보겠지요. 그런데 재밌는건, 이 친구의 그런 이야기에 진정성이 있다며 다가서는 사람은 정말 적다는겁니다. 실제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 봤을때, 어느정도의 의미모를 비웃음과, 가소롭다는 표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요. 왜냐하면, 그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너 같은게 그런걸로 속 썩여봐야.. '주제'를 좀 알아라. 라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는 그런 일이 있을때마다 자기 속으로 썩어들어갑니다. 결국 언젠가는 고장이나고, 감정이 망가지거나, 자아가 뒤틀리거나, 자격을 따다 미쳐버리거나, 혹은 이 세상과 이별하겠지요. 그에게 이어지는 자격은 끝이 없을테고, 그는 영원히 그 압박을 이겨내려 해보고, 피하려 해보고, 맞서 싸워도 보고, 도망도 쳐보며 지쳐갈 테니까요. 끝이 없이 요구되는 자격. 그는 버틸 수 있을까요.


흔히들 말합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으면 저 정도는 되라-고. 니가 '뭔데' 그러느냐고요. 네, 이것 역시 자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가 '군필'이야? 니가 '부자'야? 니가 '고학력자' 야? 이상하지요. 나는 '나'이며, 당신과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압도적으로 많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있건만, 사람들은 내게 자격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자격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떠한 이야기도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지요. 아니, 들어주면 다행이게요. 보통은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합니다.


아래 품격론이랑도 약간 같은 궤-를 갖고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자격'을 요구합니다. 상대를 '인간'으로서 바라본다기 보다는 그 이전에 그를 '정의내리기' 혹은 내 안에서 '위치세우기'위해서 정보를 요구하지요. 너의 학력은? 너의 키는? 너의 외모는? 너의 성격은? 너의 능력은? 그 외에도 이어지는 수많은 '자격'을 충족시킬 것들. 그런것이 그에게서 빠져나간다고 하면, 그는 온전히 그 일 수 없겠지만 사실은 그것들이 빠져나가든 말든, 그는 그로서 존재합니다.


자격이 없으면, 진정성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다들 자격을 얻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고 스스로를 홀로 달랩니다. 왜냐면 그 자격을 얻지 않고서 말하는 것들은 더 큰 칼날로 돌아와 나를 찌르거나, 혹은 조롱과 비웃음이 감춰진 힘없는 위로로 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필사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중요한 것들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다들 주제와 자격없이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억압하고, 억제하고, 서로에게 엄격함을 요구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영원히 외로워하고, 영원히 타인으로 남습니다. 왜냐면, 자격이 없는 '나'는 누구와도 섞여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찾는걸지도 모릅니다. 그 모든 것들이 지워진 나와 너의 뒤섞임을 원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오늘 혼자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어떤 자격없이도 이야기를 했을때 받아들여지는 게시판에 글을 쓰지요. 전화번호부에 있는 수백개의 전화를 뒤져봐도, 완전히 솔직하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는 없었을 테니까요. 저는 그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혹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패닉 노래 숨은그림찾기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가면을 쓴 우리들, 그러나 가면을 쓰지 않으면 이야기 할 수 없는 우리들.


자격 없이 인간은 맺어질 수 없는걸까요.
방바닥에 갈수록 침잠해 갑니다.
머릿속에는 구해달라는 비명과, 웃으라는 조소와, 그만하라는 체념이 뒤섞여 웅성거립니다.
그러나 이 무엇도 어디에 전할수는 없었지요.
형광등 불빛만, 소리없이 내려와 앉습니다.


완전히 자유롭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조롱과 조소없이 나를 대할때까지 얻어야 할 자격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쌓여있는걸까요?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선, 인간이기에 인간으로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아달라고 하기위한 수 많은 자격없이는
영원히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러야 겠지요.


취기에 두서가 없습니다.
행복한 일요일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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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line
10/11/27 23:15
수정 아이콘
많이 와닿아서 오랜만에 pgr와서 정독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몽키.D.루피
10/11/27 23:21
수정 아이콘
일종의 보상심리랄까, 아니면 로또심리랄까... 내가 도달한 자격에 대한 보상심리, 혹은 내 자격보다 더 높은 자격을 쉽게 얻으려는 로또심리..
요즘 저도 느끼는 답답함과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시는 듯합니다. 하긴, 요즘 젊은이 치고 이런 답답함 안 느끼는 사람이 어딨을까요. 물론, 전 연애에 관한 건 아닙니다만....
10/11/27 23: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잠이 안와서 다시 컴퓨터를 켰는데... 더 잠이 안올거 같네요.
10/11/27 23:2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온라인이 좋은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초라한 이름 몇자만이 나를 밝히는 전부(라고는 하지만 신상털면 뭐든지 다 나오는, 분명 이곳에도 나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다는건 확실한데, 제발 살려주세요...) 인 곳이요.
10/11/27 23:4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자격이라..

언제쯤 제 자신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요?
맥주귀신
10/11/28 00: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간소외에 따르는 외로움을 치유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죠. 싸이월드나 트위터를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냥 혼자 술마시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도박이나 여자 술 게임 취미생활....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취미 그 자체의 취미라기 보다는 관계맺음에 더 신경을 쓰는 경우의 말이에요. 물론 저도 포함됩니다만......
이제는 남들에게 '나의 내면을 봐줘'라는 울부짖음을 의식적으로라도 하지 않은 지도 꽤 된 것 같습니다. 이젠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나 또한 남들의 '진정성'또한 일부러 안보려고 하는 것 같네요. 그냥, 보여지는 모습만 보는게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합니다.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 건가요? 그런데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깊은 밤에 혼자 외로움을 토로할 수 있는 동네 구석에 박혀 있는 bar를 찾아 두리번거리곤 한답니다.
마젤란
10/11/28 00:18
수정 아이콘
댓글이 삭제가 안되는군요..

자고 나서 일어나보니 후회할 걸 왜 썼는지......

나이를 헛으로 먹었나 봅니다.

제글로 인해 상처줘서 정말 미안합니다.

저도 온전한 인간이 아니기에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분히 공격적으로 댓글을 달았던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북극봄
10/11/28 00:29
수정 아이콘
제가 이해능력이 많이 떨어졌나봐요.. 두세번 읽었는데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흑흑
(본문의 자격이 타인과 소통을 할때 요구되는 특정한 능력, 상황등으로 가정하고 글을 씁니다.)


상대방을 이해 또는 공감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 자격 아닐까요.

예를 들어 부자는 빈민을 이해 못 하죠. 아니 못 하기 보다는 힘든 정도 일겁니다.
저들은 왜 저기에 사는거지? 그냥 나가서 돈을 벌면 안되나?
어떤 부자는 진정으로 빈민에 대해 공감하고 자선을 베풀지만 안 그런 사람이 많을겁니다. 못생긴 사람이 잘생긴 사람과 만나는것보다
잘생긴사람이 잘생긴사람과 만나는게 더 많은 것 처럼요. 솔로는 안생겨요를 외칠수있지만, 커플들은 안생겨요를 외칠 필요가 없죠.
그들은 솔로가 아니니까요.

동물은 자신과 다르게 생긴 생물에 대해 위화감을 느낍니다. 조금은 두려워하고 신기해보이기도 합니다.
인간도 별반 다를 것 없습니다. 자신과 좀 더 비슷하고, 나를 좀 더 이해하고, 내가 가진 문제들에 공감해주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겠죠. (미지의 낯선 땅에 뚝 떨어졌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하루만에 저녁에 술 한잔 걸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이방인들을 아무런 의심없이 반기는 사람들은 그리 흔하지않을테니까 제외하고요.)

어떤 사람이 자격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기 보다는,
그저 그 어떤사람이 그 다른사람과 다르기때문에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거겠죠.
같은 상황, 같은 처지에 놓일수록 그사람과 닮아가고,
닮아갈수록 동질성을 띄게되니까요.
동질성을 띄게된다면 그사람을 이해할수있고.
이해할수있고 공감할수있다면 그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분명 글쓴분의 시각으로 보면 (이 글은 조금 극단적으로 보이네요. ^^;)
누군가와 완전소통을 원한다면 '자격'이 요구됩니다.
그 자격없이는 진실한 마음의 대화를 할수가없죠.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자격은 어쩔 수 없는, 그러니까
나와 다르게 생긴 생물에 대한 단순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두려움은 없으면 안될뿐더러 완전히 없앨수도 없습니다. 인류가 태어난 그 순간 판도라의 상자에서 뛰쳐나온거니까요.



어우 글 한 번 쓰기 힘드네요.
저도 주저리주저리 쓴거같아요 흑흑 저는 술도 안마셨는데 두서가 없네요.
10/11/28 00:33
수정 아이콘
nickyo님은 글을 잘쓰고 싶은건지 잘 읽히게 쓰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자라면 제가평가를 내리기에 그릇이 너무 작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후자라면 좀 읽기 어렵습니다.
Ms. Anscombe
10/11/28 00:41
수정 아이콘
level 10은 자격이 없죠.
지금만나러갑니다
10/11/28 00:55
수정 아이콘
nickyo님의 글은 어렵네요.
그리고 윗 댓글 장난이신지.. 댓글이 좀 그렇네요;;
물론 그에 대응하는 마젤란님의 댓글도....
10/11/28 01:12
수정 아이콘
거 자기 모난 성미 드러내 놓고 술 핑계 대지 맙시다. 자유게시판에 글 쓰는데 왠 취객에게 구미에 안 맞는다는 비난 들을 이유가 어디 있나요?
10/11/28 01:15
수정 아이콘
사람은 지닌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것입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다 같이 사는 세상이기에 그렇습니다
많은 정보들이 있어 그 것들을 선택하게 되었을 때 각자의 기준이 있습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사람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 사람과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을지 정합니다
그 것이 여기서 말하는 "자격"이겠구요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성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되면 될런지 모르겠네요

죄송하지만 위의 글은 그냥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평으로 밖에 안들리네요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없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지 모르겠네요
DavidVilla
10/11/28 02:0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제목 보고 패스했다가, 닉네임 보고 들어왔는데,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저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기술도 부족하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관계로 사실 영양가 있는 댓글을 거의 못 다는 편이지만, 그냥.. 공감이 간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resgestae
10/11/28 10:57
수정 아이콘
글쓴분이 23세시군요

물론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않지만

더 슬픈건 나이가 더 올라갈수록 자격에 따라 더 확실하게 사람들이 갈라진다는 것이죠.

인생살기 참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사는것이 진리일까요?
파란별빛
10/11/28 11:04
수정 아이콘
마젤란 님// 댓글이 참 공격적이네요...
그냥 남에 안드시면 안든다고 생각하고 백스페이스 한번 누르시면 될것을 굳이 안좋은 말을
쓸 필요가 있는지...
10/11/28 11:14
수정 아이콘
본문에 공감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m]
마젤란
10/11/28 15:08
수정 아이콘
파란별빛 님// 글쎄 말입니다.
백스페이스 누르고 패스하면 되었을 걸 가지고 왜 그랬는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후회할 일을....

조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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