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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10/11/02 19:05:11 |
Name |
가나다랄 |
Subject |
[일반] 굿바이~ 스타2 (스타2 결제에서 그만 두기까지) |
난 대학교 4학년 공대생으로서 하루하루 마음 불편한 인생을 살 고 있다.
나의 취미이자 특기는 재미있게 노는 것이 아닌, 불편하게 노는 것이다.
무슨 말 인고 하니, 내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중요한 일을 제쳐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이 시험인데 pc방을 가거나, 지금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술을 먹으러 가거나 등등...
현재 취업의 문을 앞두고 일생에서 가장 불편하게 놀며 나의 장기를 한 껏 내뿜고 있다.
그러던 중 가을 하늘이 화창한 어느날의 오후에 불편한 마음을 이겨 내기 위해 취업공부!
가 아닌 스타크래프트2 디지털 결제를 하고 만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의 절제력을 녹인 건 아니다.
왜냐 하면 내방은 창문이 없고 게다가 형광등이 고장났고, 또한 난방마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나의 특기인 '불편하게 놀기' 위해서이다.
어쨋든 우연한 기회에 만든 신용카드로 쿨 하게 일시불로 결제를 한.....
것이 아닌 69000원짜리를 6개월 할부로 찌질하게 결제하는 위엄을 뽐내며 스타2를 인스톨 하였다.
오픈베타때 이미 잠깐 스타2를 경험해 보았기에 색다른 경험은 없을 것으로 예상 되었다.
하지만 돈주고 산 게임의 포스는 나의 상상을 초월 하였다. 다음은 그때 당시의 나의 기분을 표현한 '한글'이다.
"아아아 오오 히히히히힉 흐르르륵 훌쩍 흑흑 히히히힉 으으으으 훌쩍 아.....된장 히히히히 하하하하!!"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챘을 지도 모르지만 '흑흑' '훌쩍' '된장' 등은 취업 준비생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단어이다.
'스타2에 빠지면 안돼, 1대1래더는 절대 하지말아야지, 켐페인이나 팀플만 한번씩 하는거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스타2를 실행했다.
왜 1대1을 하면 안되느냐?...........때는 2002년 겨울로 돌아간다.
예전 고등학교를 다닐때 나는 반에서 스타를 좀 잘하는 편 이었다. 나는 빌드도 없었다. 그냥 손이 빠르니 이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졸업후 2002년 겨울 우연한 기회에 '12드론 앞마당 해처리'를 알게되면서 스타에 빠지게 되었다.
판타지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슷하 였던 것 같은 그런 기분......
난 식음을 전패하고 스타방송을 챙겨 보며 두 달동안 스타에 '빠지게' 되었다.
당시 나의 상황은 스타에 빠졌다 라는 수식어 말고는 더이상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때 당시 나의 실력을 표현해 보겠다.
보통 7승0패 이런식으로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난 달랐다...7시간 0패!
이 말은 어떤 평범한 하루 중 공방에서 7시간동안 플레이했지만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조루이다.
두 달뒤에는 스타를 끊었기 때문이다. 어떤 길드에 프로게이머랑 연습하는, 스타를 매우 잘하는 그런 형이 있었다.
이 분과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6시간 전패.......이 날 이후로 스타를 손에 대지 않았다는 모두가 아는 그런 슬픈 전설이 있다.
어쨋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이 때처럼 두달간 스타에 빠질 용기가 없었다. 취업준비생이기에.....
그냥 쉬엄 쉬엄 켐페인하며 팀플을 즐길 뿐 이었다.
어느덧 캠페인 앤딩을 보고 무료한 어느날..... 잠깐 졸리는 사이에 눈을 떠보니 1대1 대전 검색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아차! 하는 순간, 대전상대가 결정되고 나의손은 빨라 지기 시작했다.
격전의 첫판을 끝내고, 차분한 마음으로 진정시킨 뒤 나의 마음과 협상을 시작했다.
나의 최대 장기인 불편하게 놀기 프로젝트에 들어 가기 위해서 이다.
"그래!!!! 이왕 노는거 화끈하게 한번 놀아보자. 오픈배타 때, 배치게임 이후 몇 판 놀아서 지금 플레티넘인데, 다이아 까지만 가보자!!!"
몇일이면 되겠지..라며 시작하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나의 계급은 다이아 80등 이었다.
다음은 이 때 나의 기분을 '한글'로 표현 한 것이다.
"오~예~후르륵 찝찝 음.......냠냠...그렇군.....끈쩍끈쩍......뒤뚱뒤뚱..."
좋은 감정은 0.1초 뿐 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내가 한때 스타좀 날렸는데...왜 점수 900점에 다이아 80등 밖에 안되지???"
단지 이것이다.
다시 목표가 생겼다. 기사도 연승전 신청조건은 상위 1000위 안에 드는 것이다. 기사도 연승전 신청을 목표로 하고 한번만 더 달려보자.
1000위 안에 드려면 1700점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 방송 보고, 스타 하고, 밥 먹고, 스타 하고, 오줌 누고, 스타 꿈 꾸고...이런 하루를 보내다 보니 다음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스타 보고, 스타 하고, 스타 먹고, 스타 누고, 스타 자고.......
빠른 시일내에 1700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 되었다.
벤쉬에 휘둘려 퀸을 이동시키는 찰나에도 후속타를 대비해 일꾼과 저글링 맹독충을 적절하게 뽑아 주는
한번에 세가지를 생각하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니 어느새 1300점! 좋아 조금만 더 달리면 고지가 눈앞이다...............
이 날은 아침 햇살이 참 좋았다. 오전 10시 30분, 새침때기 알바가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하나 사고 돌아 오는 길에 결의를 다졌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주변을 정리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어??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오버로드 정찰을 보내기가 싫다. 택도 없는 전략을 쓰고는 그냥 지게 된다. 뭐지?? 왜자꾸 지는 걸까?
혹자는 ELL이 높아져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 하겠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한 바 있다.
그건 아니다. 단지 내가 못 할 뿐이다. 이상하다 계속 해보자.
어느덧 10연패
(나는 조루이다. 크고(스타2 실력이) 단단(빌드가) 하지만 매우 빠르다.)
이런......낭패다. 때가 왔구나... 여기서 스타를 접어야 한다..............이것은 신의 계시다.
필시 담배를 사러가는 동안 따사로운 햇살이 나의 대뇌피질에 전달되는 신경을 데우면서 부피가 늘어났을 게야.
그러면서 스타를 하는 동안 굵어진 신경으로 다른 생각이 들어간 것이다.
미묘한 것 이기에 그것이 무슨 생각인지 내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이것은 필시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영역일 것이다.
프로이트가 창출한 무의식의 세계! 바로 그것이다. 그 무의식이 나의 오버로드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난 스타2를 언인스톨 하고 몇 일 후 이 글을 쓰면서 불편하게 잘 놀고 있다.
이 글을 마치며, 점수올리는데 많은 도움을주신 '휴식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에필로그
위의 사실은 어느 피지알러 일상의 단편을 그대로 기술 한 것이며,
재미있는 사실은 스타2 결제에서 그만두기까지 모두가 5일만에 일어난 것이다.
"나는 조루이다. 크고 단단하지만 매우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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