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을 언택트톡으로, 개봉 전에 보고 왔습니다. 개봉 전인 만큼 최대한 스포 없이 써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이 영화는 '봉준호 맛'이 꽤 두드러지는 영화이면서, 그게 꽤 순한 맛으로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해요. 극단에 위치한 영화가 아마도 <마더> 정도라면, 풍자적 시선이나 그런 것들이 묘하게 톤 다운된 형태로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해요. SF, 서부극 등등 이런저런 장르적 잣대를 들이댔을 때, 대충 규격에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영화같기도 하구요. 가장 가까운 건 '봉준호식 군상극'이겠죠.
그런 점에 있어서, 영화는 '블록버스터', 'SF' 다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측면에서 영화는 많은 가능성과 이야기들을 탐색하되, 탐구하진 않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꽤 강렬한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영화가 이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탐구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독특하고 기발하되, 기괴하진 않았습니다. 처음에 시놉시스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상했던 독특함이나 기발함은 조금 감소된 느낌이긴 해요. 어찌보면, 철저하게 '우화'로 기획된 작품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톤 자체가 덜 직설적인 느낌이긴 하거든요. 다만,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셜'은 꽤 눈에 띕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은 이 인물만 관념적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 '관념성'이라는 측면이 어찌보면 앞선 두 영어 영화, <옥자>와 <설국열차>와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별개로, 저는 <설국열차>는 꽤 좋아합니다.) 우화이고, 영화의 시점을 철저하게 1인칭으로 유지한 덕분에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어 영화보다 덜 추상적이고, 덜 관념적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설명조'는 있지만, '설교조'는 좀 줄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구요.
영화에서 가장 중심적인 은유는 반복된 노동에 대한 풍자적 시선입니다. 그러니까, 연속해서 죽는 것에 대한 블랙 코미디이자, 풍자인 셈인데, 저는 묘하게 이상하게도 '시지프 신화'가 떠오르긴 하더라구요. 다만, 이런 저런 해석을 덧붙이기엔 주인공인 '미키'가 너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 좀 애매하긴 하네요. 여튼, 노동에 대한 풍자적 시선과 동시에, 계급적 코미디가 분명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서도 알아맞추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영화는 많이 탐색하고, 조금 탐구하되, 쉽게 패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원작이 있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완성된 흐름이 있는 영화로써, '봉준호스럽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은' 영화가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 같기도 합니다.
p.s. 로버트 패틴슨은 참 연기 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