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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23 19:03:37
Name Volha
Subject [일반] 90년대 미국 연방정부의 실패: 루비 능선 대치 사건
참고 자료:
https://www.britannica.com/event/Ruby-Ridge
https://en.wikipedia.org/wiki/Ruby_Ridge


루비 능선 대치 사건(Ruby Ridge standoff)은 1992년 8월 FBI 요원들과 연방 보안관들이 11일간 백인 분리주의자 랜디 위버(Randy Weaver)와 그의 가족, 그의 친구 케빈 헤리스를 상대로 아이다호 주의 외진 오두막에서 대치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위버의 아내 비키(Vicki), 14세의 아들 새미(Sammy), 그리고 연방 보안관 윌리엄 디건(William Degan)이 사망했습니다.

랜디 위버는 미군 공병으로 복무했던 전직 군인이었습니다. 그의 아내 비키 위버는 위버 가족의 정신적 기둥이었고, 비키는 종말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첫째아들 새미를 낳고 나서 위버 가족은 전기 없이 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83년, 위버 가족은 재산을 처분하고 캐나다 국경에서 65km 가량 떨어져있는 루비 능선(Ruby Ridge)에 있는 오두막으로 이사했습니다. 위버의 친구 케빈 해리스는 자주 오두막을 방문하고, 함께 오랜기간 지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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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가 설치한 감시카메라에 잡힌 위버 가족의 모습입니다.)

1980년대 후반, 랜디 위버는 아이다호의 헤이든 레이크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 Aryan Nations의 집회에 참여하면서 연방정부와 악연을 맺게 됩니다. 위버 자신은 Aryan Nations의 일원이 아니었으나, 해당 집단의 백인우월주의와 반정부적 견해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1989년 10월 랜디 위버는 Aryan Nations의 집회에서, ATF(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 요원과 사귀게 되고, 그에게 불법개조된 산탄총을 판매했습니다.

이 후 ATF 요원은 위버에게 ATF의 정보원이 되기를 요구했으나, 위버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러자 ATF 요원은 위버를 불법총기소지 혐의로 그를 고발합니다. 위버는 체포되었고 보호관찰 대상이 되어 석방됩니다. 이 후 1991년 2월 19일 재판이 예정되어 있으나, 재판 날짜는 2월 20일로 미루어집니다. 그러나 위버의 보호관찰사는 실수로 재판이 3월 20일로 연기되었다는 편지를 위버에게 보냈습니다. 위버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법원은 영장을 발행했습니다. 미국 연방 보안관(US Marshals Service)은 즉시 위버를 체포할 준비를 했습니다. 연방 보안관은 위버 가족이 영장집행에 완강히 저항하리라 예상하고, 비밀작전을 진행합니다.

1992년 8월 21일, 위버의 개가 오두막 근처에서 중무장한 연방 보안관 정찰팀을 발견하고 짖기 시작했습니다.  정찰팀은 개를 쏘아 죽였고, 직후 랜디 위버의 아들 새미 위버와의 총격전이 발생했습니다. 이 총격전에서 새미 위버는 등에 총을 맞아 사망했습니다. 케빈 해리스는 응사했고 이로 인해 보안관 윌리엄 디건이 사망했습니다.

총격전 이후, 연방보안관은 FBI의 지원을 요청했고, FBI는 인질구출팀을 루비 능선에 파견했습니다.

8월 22일, FBI 저격수 론 호리우치(Lon Horiuchi)는 루비 능선 오두막에서 183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잠복해있었습니다. 그는 위버와 해리스가 FBI의 헬기를 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랜디 위버를 쐈습니다. 첫번째 탄환은 랜디 위버의 팔을 맞췄습니다. 호리우치는 해리스에게 두번째 사격을 가했는데, 두번째 탄환은 해리스가 아닌, 오두막 앞에서 신생아 딸을 안고 있던 비키 위버의 안면을 맞추었습니다. 비키 위버는 얼마 후 사망했지만, 그 시신은 11일간 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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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가 설치한 감시카메라에 잡힌 비키 위버의 모습입니다. 비키 위버는 얼마안가 저격수가 쏜 탄환에 맞아 사망합니다.)

일주일 가량의 대치 끝에, 위버와 해리스는 각각 8월 31일, 8월 30일에 FBI 요원들에게 항복했습니다. 그들은 살인죄, 공모죄, 폭행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아이다호 배심원단은 해리스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위버에게는 불법총기소지 재판에 불출석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선고를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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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무리한 진압작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모습. 이 사건을 보고 많은 미국인이 연방정부의 행태에 분개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FBI가 영장집행 이전에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지 않은 점, 총격전 발생 전 오두막 거주자들에게 항복 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을 들어 FBI를 비판했습니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호리우치의 두번째 사격은 해리스와 위버가 도망가고 있을 때, 즉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때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오두막의 문을 향해 사격을 해 불필요하게 다른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무장관은 호리우치에 대한 기소는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다호 검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호리우치를 기소했습니다.  연방지방법원은 그가 공적 자격으로 임무 수행 중이였음을 근거로 기소를 기각했습니다. 상고법원 역시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을 유지했으나, 2차 전원합의체는 결정을 뒤집고 호리우치에게 재판을 받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3차 전원합의체 소집 직전에, 아이다호 주는 기소를 취하했고, 앞선 세개의 결정은 무효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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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의 합의금 지불을 알리는 뉴스기사)

1995년 위버 가족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2억 달러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연방정부는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랜디 위버에게 10만달러, 그의 세 딸에게 각각 1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했습니다.


루비 능선 사건은 웨이코 참사와 함께 90년대 미국 연방정부의 실패사건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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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그렌라간
20/02/23 19:22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라면??
쌍무지개
20/02/23 19:23
수정 아이콘
이 사건도 오클라호마 청사 폭탄테러에도 큰 영향을 미쳤겠네요
20/02/23 19:26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티모시 맥베이 스스로가 웨이코 참사와 함께 루비 능선 사건이 동기였다고 밝혔죠.
빙짬뽕
20/02/23 20:52
수정 아이콘
천조국의 공권력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20/02/23 21:04
수정 아이콘
저는 실시간 자연에산다를 찍는 미국인이 대단하다고 보는데요...전기도 없이 어케살아.. 산속에서 사는것도 하루이틀이죠. 하긴 티비가 저출산
의 시초라는 말을 들은적이있네요 .
실제상황입니다
20/02/23 21:09
수정 아이콘
저도 저건 천조국 공권력보다는 천조국민이 훨씬 더 쩌는 것 같습니다.
20/02/24 08:40
수정 아이콘
이런 일이 종종 있다보니 공권력에 대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동의하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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