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남 아산에 살고, 천안에 개원해서 출퇴근합니다.

우한 교민 격리가 2020.1.28에는 천안 두 군데 시설이 예정이었는데,
2020.1.29 뉴스를 보니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바뀌었더군요.

저는 하루의 절반은 천안에 있고, 절반은 아산에 있고 동선도 집-의원-집-의원이 거의 전부라 그야말로 거기서 거기입니다.
(물론 아이가 아산에 생활하니 아빠로서 무게감은 차이가 있습니다!)

김포공항-아산 경찰인재개발원까지 동선은 통제가 될 것이고, 격리도 별문제 없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우한 교민들이 어디든 잘 격리되어 생활하셔야 하고, 저는 의사로서 아래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론 그것이 우리 마을이더라도 말입니다.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님의 의견>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한 뒤 동선을 줄이고, 단독 수용하면 바람직하지만, 수용 규모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곳을 격리 수용시설로 정했을 것”, “수용이 끝난 뒤 소독ㆍ방역을 철저히 한다면 감염학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하지만 선정과정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현재 아산ㆍ진천 시민들 반응이 단순 NIMBY가 아님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작성합니다. (뉴스에서 트랙터로 시설 진입로를 막고 시위하는 장면을 보고 상당한 비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1.28일 정부는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에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오후 6시쯤 박성식 정부합동지원단장이 우정공무원교육원 인근 주민과 면담을 가졌고, "천안으로 오면 몸으로 막겠다”는 현장 분위기를 접한 후 아산ㆍ진천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과정이 하루 만에 뚝딱 이루어졌고, 이미 차선책으로 내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전 교감이나 원칙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현재 아산ㆍ진천 모두 트랙터를 동원한 길막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 박성식 단장이 또 면담하러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고생하십니다).

네이버지도에 경찰인재개발원을 검색해보면 바로 인근에는 인가가 없고, 평소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며 시설도 1인실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주 좋은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산시 선별진료소가 아산충무병원이고, 국가지정격리병원은 천안에 있는 단국대학교병원이라 의심환자가 두 군데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아산충무병원이 충실하게 대응 가능할지 의문도 있고, 아산시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하기 어려우면 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김포공항 근처에 격리할 만한 시설이 없었다면 적어도 유증상자를 선별진료 및 격리치료가 가능한 단일 병원 근처에 두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민반발도 있고, 여러 의견이 있으니 의심환자는 아산 충무병원에 안 들리고, 바로 단국대학교병원으로 가는 방침이 세워질 수도 있겠습니다(네이버지도 기준 28km, 30분 소요).

저는 찜찜할 뿐 위험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며, 불미스러운 사고(진입로에서 시민들이 연행된다든지, 그 과정에서 격리가 잠시 풀린다든지) 없이 이 시국을 잘 타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아산ㆍ진천 시민들에게 다른 지역 다른 시설이 아니라 여기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비합리적 반대 의견을 접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비난 받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 같이 힘을 모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들 모두 최선의 의무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