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서 촉발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은 완전 난리가 났습니다. 초기대응에 실패하여 감염자 수는 증폭하였고, 공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 중앙 정부는 전례가 없는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치만 거론해보자면,

- 후베이 성 18개 도시 봉쇄 (약 5천6백만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습니다)
- 상하이, 베이징 시외버스 전면 중단
- 중국 전역 주요 관광지 임시 휴업
- 중국 전역 극장 및 대규모 시설 임시 휴업
- 국내/국외 단체여행 임시 금지

이와 같은 초강수는 역사상 그 어느 나라도 시행해보지 못한 강력한 조치입니다. 역시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라고도 하며, 한편으로는 역시 중국이기 때문에 사태가 이렇게 커졌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강력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한시 당국은 최초 감염자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를 은폐하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금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의 향후 정치적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경제적 영향:  중국 춘절은 주지하다시피 중국 최고의 명절기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소비활동은 대폭 증가하고, 백화점, 극장, 식당, 일반가게, 운송업자 등 대부분의 업자들이 큰 특수를 누립니다. 그런데 전면적 봉쇄조치로 이 특수를 전부 포기해야 합니다. 특히 경제가 점점 침체하고 있는 와중 이와 같은 조치는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입니다. 이는 미중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2) 정치적 영향: 우한폐렴 사태가 커지게 된 배경에는 우한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정치체제 특유의 결함 때문입니다. 중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거대한 국가를 행정적으로 완전히 통치하기란 불가능하고, 실제 일상 통치는 각 지방관리들에게 거의 일임합니다. 그런데 지방관리 입장에서 보면 자기 임기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승진 길이 완전히 막히고 심한 경우 신변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관리들은 문제를 축소하고 성과를 과장해야 할 인센티브가 충분합니다. 중앙정부가 뒤늦게 나섰지만,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고 중앙정부는 당연히 지방정부 책임자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인들도 이러한 시스템적 모순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태가 한개 성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문제로 비화되면, 결국 비난의 화살이 지방당국에서 점점 중앙당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 지도부에게 심각한 고민거리를 남길 것입니다.

(3) 사회적 영향: 춘절은 중국 최고의 명절입니다. 수많은 농민공 입장에서 보면 춘절은 1년 중 자기 자녀나, 부모 그리고 다른 가족들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간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중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죠. 가족의 의미가 우리나라 못지 않게 또는 더욱 중요한 중국인들 입장에서 봉쇄조치로 인해 가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춘절을 앞두고 이동을 전면적으로 막은 것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며 이는 수많은 중국인들을 대단히 분노케하는 일입니다. 이들의 분노가 중앙당국을 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4) 기술적 영향: 일부 중국인들은 자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그리고 강력한 사이버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대의 CCTV, 인공지능을 동원한 감시 시스템. 그런데 이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대단하고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감염자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고. 이는 중국 지도부에 또 다른 중대한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일부 정치범이나 강력범죄자들을 상대로 가동했던 시스템을 수만, 수십만명을 상대로 가동했을 때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이냐. 감염자를 모두 식별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감염자들을 격리시키고 통제할 인력이 있는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중국은 진정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최첨단 IT 제국이 될 것이며, 그게 아니라면 지도부를 지지하는 관료나 인텔리들도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금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시진핑이 집권한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무역분쟁도, 북한 핵문제도, 신장위구르 문제도, 티베트문제도 그 어떤 문제도 지금과 같은 위기에 비견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외교문제도, 내부일부 지역 문제도 아닌 전체 중국인민들 앞에서 - 특히 그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 시진핑의 지도력이 효과를 발휘하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시진핑 정권의 미래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체르노빌이 될 것이냐 아니면 중국을 구한 시진핑 정권의 치적이 될 것이냐... 중국 13억 인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공산당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