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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6 14:47
자유주의고 뭐고 합의하에 결혼을 하면 뭔상관이겠습니까만, 엄연히 동의하지 않고 엮인 피해자가 있는데 자유로운 영혼인 척 하는 것들은 진짜 혼나야돼요. 결혼 다 해놓고나서 자기는 구속 받는 거 싫다는 둥 자유롭게 살거라는둥 친구가 너보다 소중하다는 둥 떠들어대는 사람이 남녀를 떠나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인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인데 저런 사람들 작품은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서정주는 진짜 악마의 재능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가 훌륭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읽으면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아마 제가 문학을 해석할때 작품은 작가의 영혼이라는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18/10/16 17:25
저는 그래서 서정주의 시를 읽을 때 더 신묘한 기분이 듭니다. 한 인간의 자기모순, 그런 모순의 자기긍정 뭐 그런 솔직함이 느껴진달까요. 어떤 의미로는 진정 진실하게 느껴집니다. 작품이 작가의 영혼이긴 하겠지만 깨끗한 영혼이라야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겠죠. 윤동주 부끄러움의 발견자 마광수가 윤동주를 높이 평가했던 건 윤동주가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부조리한 자기 내면 들여다봤다는 데에 있을 겁니다. 단지 윤동주는 거기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선호되는 거겠고 서정주는 자기 긍정 같은 걸 해버리는 바람에 위화감이 뒤따르는 것이겠죠. 저는 서정주의 시를, 아니 그의 영혼을 들여다보면서 그런 위화감을 느끼는 것도 문학적으로 중요한 감수성이라고 봅니다. 문학은 불온하다고 하니까요. 문학의 불온함이야 김수영의 말이지만, 이를 체제 저항적인 의미로만 수용하는 게 외려 기만적 태도라 봅니다.
18/10/16 17:30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작품을 그런 식으로 해석할 용의도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안나님께서 말씀하신 감상의 방향성과 그러함으로서 작품을 즐기시는 것이 틀린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해석에 대한 관점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18/10/16 17:39
저는 고등학교 시절에 자화상을 처음 읽었을 때, 서정주가 말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쓴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새파랗게 젊었던 시절에 쓴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좀 더 이후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전후에 따라 이 시를 받아들이는 저의 관점이 상당히 달라지더라고요.
결국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켰죠. 끝내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으며 영욕으로 점철된 삶을 마무리했으니까요. 그런 그의 선택이, 제가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시어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어떤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은 감각을 저는 느낍니다. 어쩌면 생각안나 님의 느낌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요.
18/10/17 00:27
네 저는 위화감이라 표현했고 글곰님은 어떤 미묘한 화학작용이라 표현한 것이 저도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종류의 예술 엔터테인먼트는 즐거움이라고 하는 문자그대로의 감정적 충족이 아니라 외려 한편으로는 불쾌하고 한편으로는 혐오스럽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매우 불편한 종류의 오락성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적 허영 같은 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훨씬 원초적인 것이랄까요.
음...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이쪽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같은 것?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18/10/16 15:22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의 불륜은 나쁜게 맞는데..
그러면 전처와 이혼하고 연애하고 여행다녔으면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전처와 열렬히 사랑하고 동거했는데 혼인신고만 안한상태였다면 괜찮았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현명하지 못한 결혼 생활 2년은 남은 인생을 모두 저당잡는 행위가 되는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18/10/17 10:13
결혼만 했으면 그-나마 모르겠는데
아이를 낳았다면 남은 인생은 모두 저당잡혀야죠. 그럴거면 애를 낳질 말던가.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18/10/17 12:23
아이에겐 저당잡히는 게 맞고, 저같아도 왠만하면 계속 가정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그렇게 하라고는 못하겠네요.. 애초에 다른 여자한테 틈을 주면 안되는 건데 말이죠.
18/10/16 15:51
갑자기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는데...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요... 만약 제가 아무생각 없이 싼 똥이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높은 가격이 메겨지고 누구나 보고싶어하고 누구나 가치있어하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한다면...심지어 제가 싸는 똥마다 그렇다면 어떨까요?크크 제가 별생각 없이 싼 똥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예술...
18/10/16 18:51
저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정말 인류문화에서 최악의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유지의 목적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고 제한하거든요. 사실 자식만 없으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진작에 파탄났을껍니다.
18/10/16 19:26
불만있는 사람이 최대한 적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간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면서 가문대 가문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이 증인이 되는 앞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합의에 가깝죠. 내 자유를 제한할테니 너희의 자유도 제한하자 우리 모두의 자유도 제한하자. 그렇게 다른 방법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이행된다는 전제만 있다면야 남자입장에서는 확신없음에 따라오는 불안감에 떨 필요도 없죠. 그래도 이걸 최소 수천년 최대 만년단위가 넘어가도록 해왔으니 그 본성도 사실 이전에 비하면 많이 죽은 본성일겁니다.
18/10/16 20:19
근데 요즘에는 별로 맞는게 아닌거 같아요. 인류가 탄생한 300만년 전부터 바로전 300년 이전까지보다, 요근래 300년이 인류역사적으로 더 많이 변화된것처럼 이제는 가치관도 변화될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국가적으로는 필요한데 현대사회와 같이 개인의 자유가 중요해지고 놀이문화가 발전하고 굳이 유전정보를 전달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때에 말이죠.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죽었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억눌려져 있을뿐. 제약이 없어진다면 원래의 본성을 찾지 않을까요? 물론 사회를 혼란시키는 방향이 아닌, 개개인에게 위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의 도덕적인 교육은 이미 되어있다는 과정하라면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18/10/16 23:34
잘 읽었습니다.
에일리언: 커버넌트에서 저 시를 바이런이 썼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에게 셀리의 시라고 정정해주는 월터의 모습이, 돌연변이와 창조성에 대한 메타포로 등장하죠. 카라얀을 들을 대마다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요. 어떤 레퍼토리들에서는 정말 마술적인 솜씨들을 발휘하거든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상의 맥락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혹은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그 테크닉이나 예술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기만에 빠지는 것이겠죠. 이것들 흔들림없이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은 참 어려운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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