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1/16 03:25:04
Name 차근차근
Subject [일반] 오늘은 어머니 생신입니다.
공무원 시험 필기 결과를 확인하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했습니다.
은퇴하신 아버지께서 바둑 두고 계시는 걸 잠깐 양해를 구하고, '당연히 필기는 붙었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어라, 떨어졌네"

제 입에서 나온 말에 아버지께서 더 충격을 받으셨는지 담배를 피러 옥상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하아, 이렇게 또 불효자가 되버렸습니다. 못난 놈.

.

운동을 끝내고 돌아온 저녁 즈음 어머니께서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옛날부터 고생하시며 저를 키워 어머니 볼 낯이 없지만, 방구낀 놈이 화낸다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합니다.

"두 문제만 더 맞췄어도,, "

의미없는 말인걸 알기에 괜히 입을 놀린 자신이 부끄러워 집니다.

그 후 많은 얘기를 나눴고, 또 서로 가슴 속에 응어리 진 말들을 게워내며 서럽게 우는 유치한 장면까지 연출하고 나서야
좀 맘이 풀립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들은 아들이고, 어머니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 같습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께서는 바보같이 울지 말고 강하게 살라고 성질내며 말씀 하십니다.
  
가족이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열심히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어제 저녁에 케잌이 식탁 위에 놓인 걸 보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지금 확인해 보니 아버지가 벌써 반 넘게 드셨네요.

아침에 하나 더 사러 가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호느님
17/11/16 08:54
수정 아이콘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부모님만큼 언제든지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절대 없더라구요.
계실 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도 효도라고 할만큼 잘해드리지 못한 제 모습을 반성하게됩니다..
17/11/16 10:41
수정 아이콘
어머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차근차근님의 멀지않을 합격도 미리 축하드립니다.
무언가
17/11/16 13:06
수정 아이콘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늘 면접 망하고 와서 정말 기분이 BAD 였는데....
저의 어무이께도 전화한통 드려야겠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624 [일반] 전병헌 정무수석 사의표명 [117] 그러지말자20626 17/11/16 20626 0
74623 [일반] 서울교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2] 초코궁디8988 17/11/16 8988 0
74622 [일반] (속보)오늘 오전 9시경 포항 북쪽 3.8규모의 여진이 발생했습니다 [135] Julia19942 17/11/16 19942 11
74621 [일반] [짤평] <저스티스 리그> - 닦이냐 아니냐? [79] 마스터충달12513 17/11/16 12513 7
74620 [일반] 오늘은 어머니 생신입니다. [3] 차근차근4480 17/11/16 4480 13
74619 [일반] [뉴스 모음] 그럼 당신이 사장 하든가 외 [26] The xian14101 17/11/16 14101 52
74618 [일반] 스포 듬뿍 넣어 적어보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 후기 [30] 은하관제8781 17/11/15 8781 7
74617 [일반] 이번 수능 연기로 떠올려보는 저의 대입 과정 [23] 삭제됨9165 17/11/15 9165 1
74616 [일반] 판타지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내용추가) [75] Nightwish13538 17/11/15 13538 34
74612 [일반] 포항 지진 여파에 수능 1주일 연기…23일로(속보) [428] 길갈26598 17/11/15 26598 4
74611 [일반] 11월 13일 열렸던 MBC방문진 이사회 진풍경(부제: 최강욱의 일도양단) [13] SwordMan.KT_T10870 17/11/15 10870 13
74610 [일반] (혐 주의) 이번 귀순한 북한 병사 몸에서 나온 기생충 [60] 라플비17029 17/11/15 17029 0
74609 [일반] 회사에서 찍힌 내부고발자의 생계 고민 이야기 [93] Julia22775 17/11/15 22775 110
74608 [일반] 호러물 이야기 (1): 필연에서 우연으로, 영웅에서 인간으로 [24] TheLasid6618 17/11/15 6618 13
74607 [일반] 공부법 책 몇 권을 읽고 [21] 삭제됨10912 17/11/15 10912 9
74606 [일반] 부친의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었군요. [63] minyuhee16486 17/11/15 16486 8
74603 [일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7km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307] 초코궁디21887 17/11/15 21887 0
74602 [일반] 안철수 지지율 20.8% [76] 장미자15694 17/11/15 15694 3
74601 [일반] 주주총회와 민주주의 [27] 염력 천만7336 17/11/15 7336 4
74600 [일반] 기다리던 불여우 Quantum 이 출시되었습니다. [40] Quantum2112845 17/11/15 12845 3
74599 [일반] 오늘 개봉하는, 간단한 < 저스티스 리그 > 후기. (스포일러 없음) [32] 산들바람10847 17/11/15 10847 0
74598 [일반] 나뭇잎마을 내인생 vs 황김빛 내인생 [24] 치열하게7955 17/11/15 7955 1
74597 [일반] [뉴스 모음] 누구나 있는 100만원으로 회사 하나 사기 외 [26] The xian18157 17/11/14 18157 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