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의 아버지는 보행중에 길막을 당하면 지팡이를 휘젓는 못된 습성이 있다고 한다.
대략 상정이 되는 시나리오는 길막을 당한 아버지가 지팡이로 엉덩이를 찌르거나 했겠지.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이 파출소로 데려갔을 테고.
내가 도게좌 좀 하면 해결될 가능성은 높다. 아니어도 기소유예를 예상한다.
아버지는 뇌경색을 입어 반신불구에 언어능력을 거의 상실했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의 표현만 가능하다.
열쇠를 사용할 수는 없으나 화장실은 혼자 이용하고, 산책을 할 수 있다.  
지능은 모르겠다. 투표를 하고, 시외버스를 이용할 정도면 지능이 유지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보리차 물로
식탁을 닦는 집착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 지능의 퇴행이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침에 산보를 나가 오후 불규칙적인 시간에 들어오는데 그 동안 밖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때떄로 과일이나 빵을 사들고 오기도 하고, 어디선가 받아온 몇천원의 동전을 내놓기도 한다. 때로는 이천원을 요구하여 어디선가
소비하고 온다.
뇌경색이 재발하면 사망 혹은 전신불구자가 될 테니, 산보를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

사용가능한 반신쪽은 장애의 급부로 일반인과 비등한 힘을 쓸 수 있으므로, 피해자가 성추행을 주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번 일의 경우 나와 어머니는 도게좌할 생각이지만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재판까지 가게 되면 여론전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식탁영상이면 충분할 테다, 만약 막대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반신불구 장애인과 부딧친 것을 기회삼아 성추행범으로 몰아
금전을 요구하는 사건으로 내세울 수밖에. 언어능력이 없는 아버지가 사과표명 같은 건 불가능하고.
아버지가 징역을 산다면 나와 어머니는 유쾌할 것이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다.  
집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냉장고안의 봉인된 독병과도 같은 존재이다. 평소엔 냉장고 공간을 차지할 뿐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손톱을 깎아달라는 것, 목욕을 시켜달라는 것, 옷소매를 접어달라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 3번 대변을 싸고 돌아와 아파트 입구까지 청소하러 나가긴 했으나 그 정도는 2시간이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독병을 어디선가 가져간다면 나는 기뻐하겠지만 그 독병이 깨져서 독극물이 흐르면 상황이 다르다.
산보중에 뛰어든 어린이에 놀란 아버지가 지팡이를 휘둘렀고 그 지팡이에 맞은 어린이가 부상 이상을 입는다면?
1.5 미터의 놀이기구에서 탄성기준 통과한 바닥으로 떨어진 어린이가 의식상실의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