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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2 16:27:10
Name 아발로키타
Subject [일반] 불교에 관한 잡설

1. 다섯가지 무더기 오온.

부처님 재세시 수행자나 재가불자들이 '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부처님은 언제나 '나는 다섯가지 무더기(오온)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다섯가지 무더기란 바로 색수상행식인데

색은 물질 또는 몸이라 하고,

수受는 감각작용, 느낌 등이고 상想은 생각이며, 행行은 의도작용, 식識은 분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5가지가 마치 나무 가지들이 서로서로 지탱했을 때 서있을 수 있는 것처럼,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작용하는 것 이것이 곧 '나'라고 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포인트라면 '나'를 분석해보면 이 5가지 작용만 있을 뿐 '나'라는 어떤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즉 우리가 개념적으로 '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실제는 이 5가지 무더기의 서로서로의 작용일 뿐 어느 하나도 단독적으로 '나'라고 불릴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즉 우리는 '5가지 무더기' 의  작용을 완전히 깨닫지 못했고, 오온의 복잡다단한 작용을 생각으로 따라가지 못하기에 임시로 '나'라는 허구적인 개념을 성립시킨 것일 뿐, 실제로 '나'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2. 12처

"이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있습니까?" 에 대한 대답입니다.

12처란 6근과 6계인데, 6근이란 6가지 감각기관 눈,귀,코,혀,몸, 뜻 이며, 6계란 6가지 대상인, 색상,소리,향기,맛,감촉 그리고 개념입니다.

즉, 세계란 너가 6가지 의 감각기관과 그에 맞는 6가지 바깥경계의 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세계는 너를 떠나 어디에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너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세계이다라는 뜻입니다.


3. 법法 dharma

위에 서술된 내용처럼 부처님은 개념을 해체해서 보라고 하셨습니다. 막연히 '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해체해서 보면 5가지 무더기가 나오고,

세계를 해체해보면 '12처'가  나오는 것처럼요. 이러한 기조 위에 불교이론은 주체나 객체를 말하지 않고, "법"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법은 '진리'라는 뜻도 있지만, '구성요소'라는 뜻도 있습니다.

부파불교나 대승불교는 자기 나름대로 구성요소를 카테고리화 합니다.

예를 들면 설일체유부같은 학파는 5위 75법(5가지 카테고리, 75가지 구성요소)로, 대승의 유식학파 같은 경우는 5위 100법으로 말이죠.

이런 법을 주체로 삼아 법의 생멸을 통해, 윤회의 원리, 해탈의 원리, 해탈의 과정, 선악업을 쌓는 과정 등을 설명합니다.


4. 공 空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각각의 부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불교이론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법이라는 구성요소 개념으로 말이죠. 근데 법을 가지고 이론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법'은 궁극적인 곳에서도 정말  생멸(작용)하는 가 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사과라는 한 대상을 볼 떄 이 사과는 단단해 보이고 쉽게 흩어질 것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치만 원소로 나누고 미시세계로 해체하고 해체해 나갈 때, 그 구성요소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과는 실제로 "단단"한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보일 뿐 입니다.

이렇듯 과연' 법이 생멸한다'가 사실이 되려면 궁극적인 자리에서도 실제로 생멸해야 할 것 입니다.

여기서 설일체유부 같은 부파는 법이 실존한다고 인정합니다. 즉 '나'라는 것은 없지만, 구성요소로써의 법은 실재한다고 봅니다.

대승불교의 공사상은 궁극적인 자리에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논거로 보통 그 궁극적인 자리의 '법' 이 실재해서 공간을 점유한다면, 그 공간을 다시 해체하고 더욱 미세한 구성요소로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또한 제일 미세한 시간인 찰나 또한 그 간격이 있다면, 결국 그 간격 또한 해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자리에서 보면 법은 실재하지 않는다. 다만 실재해보일 뿐이다.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부정은 결국 아예 없음으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자리에서 실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이 현상이 실재해보이는 것'이 부정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인 자리에서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좀 다르게 말하면 궁극적인 자리는 없고,

마음이 얼마나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그에 해당하는 경계 또한 무한히 성립되기 때문입니다.(성립되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공한다해서 우리가 아프다는 느낌이 아예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프다는 느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라고해야 정확합니다.

==================================================

글이 너무 딱딱하네요.

제가 글 써놓고도 돌덩이 씹는 맛인데, 남들이 읽으면 어떨까 싶네요.

아직 공부가 제대로 정립이 안된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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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02 16:38
수정 아이콘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무상고무아의 법을 들었을때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아서 충공깽이었습니다...저는 불교가 이 세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윤회하는 원인인 12연기는 이해못하고 있지만 @_@
홍승식
17/11/02 17:20
수정 아이콘
어떤 인터넷에서 본 바로는 윤회를 한 우주에서의 윤회가 아니라 닫힌우주에서의 윤회라고 하더라구요.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면서 우주가 점점 확장되다가 임계점이 넘어가면 우주는 다시 축소되다가 다시 빅뱅으로 확장하다 다시 축소의 무한한 반복인데 그 와중에 사람도 계속 윤회한다는 거죠.
당연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솔깃 했습니다. 크크크크
17/11/02 18:29
수정 아이콘
사실 윤회는 인간의 인식으로는 관찰이 안되는 부분이라...겉핥기로 배우는 저로선 답답한데 불교에서 윤회와 연기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이 정립된 얘긴 거 같더라고요...이럴때 일단 믿는 마음이 있음 좋은데 저는 의심이 많아서...틀렸...
시노부
17/11/02 16:44
수정 아이콘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색성향미촉법 무안이비설신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반야심경이 생각나네요 () () ()
17/11/02 17:00
수정 아이콘
저도 신병교육대에서 그거 외우면서 시간 보냈는데

자대가니까 그런 거 외울 시간이 없더라구요
고타마 싯다르타
17/11/02 17:03
수정 아이콘
부처가 이글을 좋아합니다.
나이스데이
17/11/02 17:06
수정 아이콘
불교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상당히 이과스러운 느낌을 많이 받네요. 이 글을 통해 불교를 느끼다보면 세계관이 아날로그(연속적)보다 상당히 디지털(불연속)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개념을 소개하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 연관지어 주시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7/11/02 17:1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때 그게 이어져 있다고 보지않고 실제로는 엄청빠르게 생멸하고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1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봅니다 불교는...@_@
kartagra
17/11/02 18:16
수정 아이콘
실제로 이 순간에도 인체의 세포는 분열과 생장을 하고 있죠. 1초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다르다는건 이과스럽게 봐도(?) 맞는 얘기긴 합니다 크크 불교가 재밌는게 분명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부분이 강한데 형이하학적인 부분과도 충돌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거죠.
17/11/02 18:26
수정 아이콘
사실 불교의 관점이라기보다 철저한 관찰의 결과라 보는게 더 적확할 듯 싶습니다. 과학이 발전해서 실증되는 것도 있고요. 3천년 전쯤의 붓다는 인류를 통털어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먼치킨이었던것 같아요...절로 존경의 마음이 생김...
홍승식
17/11/02 17:17
수정 아이콘
불교의 핵심 철학은 진짜 모든 종교 중에 가장 오묘한 거 같아요.
17/11/02 17:19
수정 아이콘
질문드립니다 '궁극적인 곳에서의 생멸'에서 궁극적인 곳이 뭡니까?
아발로키타
17/11/02 17:50
수정 아이콘
예를 들어 사과가 존재한다가 참이려면 궁극적인 자리에서 사과는 그 모습이 변하면 안됩니다. 쪼개져서도 안되고 분해되어서도 안되는 것이죠, 만약 쪼개진다면 '사과'는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일 뿐이고, '사과'라는 개념은 허상에 불과하며, 실제는 그 보다 작은 구성물과 여러가지 조건들이 결합물인 것이기 떄문입니다.
신의와배신
17/11/02 18:17
수정 아이콘
사과 대신 원자라는 말을 써도 성립하는 명제로군요
-안군-
17/11/02 17:52
수정 아이콘
불교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종교라기 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일단 창시자인 싯다르타 자체가 자신을 신봉하는 것을 거부했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점도 그렇고,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나와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아발로키타
17/11/02 18:02
수정 아이콘
선정과 사고를 벗어난 지혜를 추구하는 점에서 철학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17/11/02 18:35
수정 아이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게...들어보면 말장난인게 부처가 된다는 건 제가 한예슬하고 결혼하는 것 따위는 손바닥 뒤집기 수준의 난이도입니다....
-안군-
17/11/02 18:51
수정 아이콘
그야 당연히...;; 싯다르타가 겪었던 고행을 다 감당하라고 하면 누가 그걸...;;
17/11/02 18:59
수정 아이콘
싯타르타 한생에서의 고행이면 다행입니다. 셀수없는 시간동안 윤회하며 중생을 구제하고자 애써야 보살이 됩니다...;;
진격의거세
17/11/02 18:59
수정 아이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가 아니고 누구나 다 부처다 라는겁니다. 이미 부처인데 스스로 그걸 깨닫고 행하면 그게 성불하는 것이다 라는게 부처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법화경의 핵심이죠.
근데 그걸 깨닫고 행하지 못하는게 중생인지라 이러고 있지요ㅡ0ㅡ
17/11/02 19:01
수정 아이콘
그 깨닫고 행하는 수준이...넘모 어려운 것...
홍승식
17/11/02 19:20
수정 아이콘
어째 칼뱅의 예정론과 비스무리한데요?
소린이
17/11/02 20:10
수정 아이콘
셀 수 없는 억겁의 공덕을 쌓아야 부처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작은 공덕으로부터도 부처를 향한 길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예로 '강변에서 모래로 탑을 지었던 어느 꼬마도 벌써 부처를 이루고 마쳤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아지다하카
17/11/02 18:10
수정 아이콘
엘론머스크가 얘기한 가상현실론에 대해 이미 깨달음을 얻은 선지자들이 있었고 부처님도 그런분들 중 한분이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피카츄백만볼트
17/11/02 18:36
수정 아이콘
종교중에 가장 무슨 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인것 같아요.
17/11/02 19:50
수정 아이콘
걸그룹이야말로 여자친구없는 pgr중생들을 구제해주므로 진정한 보살들이라 할수 있지요
Essential Blue
17/11/02 21:29
수정 아이콘
닉언일치좀 해주세요..중생들은 이해가..ㅜㅜ
17/11/02 22:04
수정 아이콘
우와 재미있네요.
공원소년
17/11/03 12:54
수정 아이콘
저는 불교의 교리는 매우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 세상에 지옥도 천국도 없다. 걍 그건 삶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환상이고, 도피에 불과하다.
그냥 니가 죽으면 다시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뿐이다. 물론 이 태어난다는게 진짜 환생은 아니다. 걍 살덩어리가 썩어 나무가 되고, 짐승의 날개가 되는거지.
그러니까 니가 이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든 솔직히 별로 상관은 없다.
딱히 그걸 가지고 위대한 존재가 심판을 내린다거나, 진짜 현실이 짜쟌, 세상에 정말이란 없군요 이런거 없다.
헌데 기왕에 사는거 좀 좀 욕망만 추구하면서 살기 보다는 좀 세상에 도움이 되게 건전하게 좀 살자.
그러면 니가 다시 태어나도 지옥이 아니라, 좀 살만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겠냐?
딱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후마니무스
17/11/03 14:49
수정 아이콘

"다시태어나도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을 살 수 있기에 착하게 살라"기보다는,

"다시태어나서 착하게 살겠다는 아집마저 버려라"가 맞지 않을까 하네요.

윤회설을 불교를 이해하려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지만, 윤회설로도 불교를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후마니무스
17/11/03 14:53
수정 아이콘
지금 여기 내가 봄으로써 일어나는 나의 생각과 정념의 일어남을 보라.

그 정념과 생각은 나와 네가 다르지 않으니,
너는 나를 보지말고 너자신을 보라. 그럼 나도 너도 아닌 그자체의 일어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삼라만상의 괴로움은 쾌와 불쾌, 호와 불호를 이루는 생의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나니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삶을 바라는 욕망마저 버려라.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다.

부처는 가장 존귀한 존재이며 신의 섭리마저 깨달은 자이니, 신을 알며, 신의 뜻에 좌우되지 않는 자이다.
꺄르르뭥미
17/11/08 02: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불교 철학 글 더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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