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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6 22:30
김영사가 참 전혀 애들같지 않은 애들 책을 잘 내죠. 만화가들도 유명한 분들 모셔오니 내용은 물론 그림체 역시도 빠질 게 없어요.
서울대 인문고전 50선과(요새는 뒤이어 더 나오고 있더군요. 51권이 푸코였던가....) 제대로 된 세계대역사 시리즈는 좀 오버해서 아동만화의 정점을 찍은 명품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역사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항상 추천하는 계몽사 역사만화 시리즈까지. 빼먹었는데 과학쪽은 역시 앗! 시리즈가 최고입니다. 어설픈 입문서보다 훨씬 낫죠. 그리고 저도 말씀하시는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고전 한 권을 읽으려면 거쳐야 할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과정 다 빼고 그냥 목록 하나 달랑 내놓는 건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방기한거죠. 아예 대학 커리큘럼처럼 고전 한 권을 읽기 위해 그에 앞서서 단계별로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해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흐흐.
17/07/17 00:56
사실 뭔가 책광고 하는거 같아서 약간 꺼려지긴 했는데 서울대 인문고전 50선 진짜 미운놈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꿀아이템 같습니다. 원서 번역본 읽다가 저거 읽으니까 진작 이거부터 읽을걸 이런 후회가 많이 들었습니다.
17/07/16 23:14
역사와 철학을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본다는 말에 책좀 읽을 신 분이구먼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경제에 대한 벽을 느껴 경제쪽 서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걸 읽다보니 세계경제가 정치와 엄청나게 얽혀있단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정치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정치철학이 있단걸 알게 되었고 정치란것이 인간심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다게 되었죠. 결국 제나름대로 세계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굴러간다는 결과를 내는데 까지 이르렀네요.
대학때 읽었던 이야기 세계사를 며칠전 부터 다시 읽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갖고 싶어서요. 하하하
17/07/16 23:17
독서의 시작은 쉬운 책이 아니라, 보통은 재밌는 책부터죠. 책 종류에 굳이 신분을 따질 필요는 없고, 만화책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독서의 끝을 어디라고 설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인문학자, 교수, 지식소매업자가 될 필요는 없죠. 밥벌이로 이용되지 않은 독서가 무가치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겁니다. 책이란 자신을 즐겁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재밌는 책이 쉽기 마련이죠. 어떤 책이 읽기 어렵다는 것은 느리게 읽힌다는 겁니다. 즉, 재미없는 책과 어려운 책은 사실 같은 말입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재밌다고 말한 사람도 있죠. 연구자이자 번역하신 김종건 교수야 그렇다 쳐도 음란물 판결 담당 판사(유명한 미국 판결인데 해당책에 부록으로 보통 실림)도 그런 말을 했죠. 그 재미없는 걸 판결을 위해 어떻게든 빨리 읽겠다는 일념으로 독서한 결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재밌는 걸 안 거죠. 그렇다면 본문과 같은 의견일 수도 있겠네요. 실상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보통은 어떻게 독서가 이루어지는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단발성 독서가 아니라 이어지는, 습관성 독서는 재밌는 책부터 시작되며, 첫 시작의 책에서 확장돼 나가는 방향은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죠. 물론 같은 주제인 경우도 많지만 보통의 저자는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쓰며 그것은 대개 같은 주제, 카테고리죠. 아다치의 H2를 읽으면 터치도 보고 러프도 읽는 거죠. 플라톤 향연을 읽으면 국가도 읽고 싶은 거죠. 재밌다면 말이죠. 재미없으면 독서는 확장되지 않습니다.
17/07/17 01:02
맞는 말씀입니다. 보리차 마시듯이 걸그룹 뮤직비디오 보듯이 독서가 생활에 녹아 있는게 제일 좋은것 같습니다. 이공계는 철학에, 인문계는 수학, 과학에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다보니 도움이 될까해서 제 경험을 써봤습니다.
17/07/16 23:33
좋은 독서법이네요. 이지성작가가 쓴 개소리보다 훨씬 더 좋은 내용입니다.
저는 역사,철학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시작은 가벼운 단편소설로 해도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유명작가들의 단편을 찾아서 읽으면 글이 짧게 구성되어있어서 읽기도 편하고 한권을 독파하기도 쉽죠. 김영하소설가의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 같은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이죠. 문,사,철이라고 하니 당연히 역사나 철학도 결국 비중이 올라갈거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도 시작은 xx학생도 읽는~ 시리즈가 좋다고 봐요. 심지어 고등학생들용으로 제작된 책들도 꽤나 깊이가 있어서 독서내공이 없으신분에게는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독서는 습관이 아니죠. 쾌락입니다. -알쓸신잡의 정재승의 말처럼, 독서자체가 즐거워야 결국 습관화 된다고 봅니다. 우선은 취향껏, 그리고 되도록 '사서' 읽으면서 책에대한 애착을 키우는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7/07/17 01:04
저도 중학교때 삼국지나 영웅문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책과 가까워 졌던것 같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몇일전에 채식주의자 읽었는데 순문학적인 정취가 좋더군요. 앞으로 한국문학 좀 더 관심가지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17/07/17 00:32
한 때, 우리는 know(what) 이 아닌 know-how를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시대가 왔었고, 지금의 인터넷 시대라는 것은 know-where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 해마에 지식을 저장해 둘 필요가 아주 많이 필요없고, 상세한 내용은 인터넷 구글에 맡기면 되는, 우리는 그 내용의 '지표'만을 잡고 있으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17/07/17 01:17
저도 생각이 비슷했습니다. 최근에 책을 좀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식이 좀 쌓이면 야학 같은데서 학생들 한번 가르쳐 보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전공과 관련해 강연같은것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구요. 그런데 지식이라는 것이 정말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에는 두뇌 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경우처럼 검색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는 경우는 실제 사회생활에서 많지 않더군요. 회사의 명운이 걸린 협상 순간, 강연장에서 뜻밖의 질문을 받았을때, 인사 청문회에서 잘못을 질책받을때, 소개팅중에 재치있는 농담을 하고 싶을때... 핸드폰을 꺼내서 검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진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은 그냥 머리에서 툭 튀어나오는 숙련되고 체득된 지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17/07/17 11:19
맞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많습니다.
뭐... 씁슬하지만, '많이 아는 사람' 이랑 '아는체 하는 사람' 이랑 차이로 구분되겠죠. 그럴 때에, 굿윌헌팅처럼, 또는 어린왕자에서 터반 쓴 천문학자가 겪은 것처럼, 그 사람의 어깨에 붙은 명칭으로 그 사람을 견주어 판단하려는 경향이 어쩌면 더 심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17/07/17 10:34
전혀 모르는 내용을 검색으로 알고 이해하게되긴 힘드니까 기초체력은 여전히 중요하죠
다만 옛날보다 좋은건 옛날엔 알았던거라도 까먹으면 없어져서 처음부터 몰랐던것처럼 되기 쉽지만 지금은 차근차근 잘 이해했던 내용은 혹시 까먹더라도 10초 검색으로 빠른 리콜 가능하다는 차이
17/07/17 14:59
최근에 본 글 중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책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고 그렇게 쌓인 책이 많습니다만 이게 공간을 차지해서 좀 그렇더라구요. 이사할 때도 무겁고.. 다시 보지 않을 책들을 정리하는 것도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네요.
17/07/17 15:55
그냥 도서관가서 책장 사이 이리저리 걸어다니다가 왠지 끌리는 책이 있으면 뽑아서 잠깐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다른 책 찾고.. 이러는게 처음 관심유발에는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만화방에서 만화책 고르는거랑 똑같죠 크크 그러다가 관심있는 분야가 생기면 인터넷 서점에서 사서보면 되죠
여담으로 러셀저 서양철학사는 중간중간 나오는 러셀옹의 개드립(?)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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