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어 관련 학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거기서 한 교수님이 영어 욕과 관련된 발표를 하셨는데 그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그 자료를 잠깐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 있어서 욕은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에 있어서도 비록 제도권 교육에서는 결코 다루어지지 않지만 그게 해당 외국어에는 욕이 전혀 없기 때문은 아니지요.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욕을 잘 이해하고 특정한 욕의 뉘앙스나 허용도 혹은 사용 맥락 등을 제대로 아는 것은 해당 언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노출이 많이 되고 있고 또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외국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영어의 욕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나름 필요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영어 욕을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사용이 되고 어떤 욕은 용인이 될 수 있으나 절대 용인되기 어려운 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이곳 피지알에는 엄연히 욕설과 관련한 규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욕설은 당연히 써서는 안 되고 우회욕설도 금지이지요. 하지만 지금의 이 글은 특정 인물을 모욕하거나 피지알 회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보 공유의 측면에서 쓰고자 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영어 욕을 필터링 하지 않고 그대로 쓰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운영진들께서는 이 점을 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처분은 전적으로 운영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McEnery (2006)에 따르면 영어 욕설의 강도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자료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을 기준으로 한 것 같습니다.


아주 약한 욕설
bird, bloody, crap, damn, god, hell, hussy, idiot, pig, pillock, sod, son-of-bitch, tart

약한 욕설
arse, balls, bitch, bugger, christ, cow, dickhead, git, jesus, jew, moron, pissed off, screw, shit, slag, slut, sod, tit, tits, tosser

보통 욕설
arsehole, bastard, bollocks, gay, nigger, piss, paki, poofter, prick, shag, spastic, twart, wanker, whore

강한 욕설
fuck

아주 강한 욕설
cunt, motherfucker


BBC에서 2013년에 청취자들에게 어떤 욕을 가장 심한 욕이라고 생각하는 지 순위를 1위부터 9위까지 순위를 매겨달라고 한 조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보면...

1위: cunt
2위: motherfucker
3위: fuck
4위: wanker
5위: nigger
6위: bastard
7위: prick
8위: bollock
9위: asshole

Fagersten (2007)에 따르면

1위: nigger
2위: cunt
3위: motherfucker
4위: fuck
5위: bastard
6위: bitch
7위: asshole
8위: dick
9위: ass

의 순으로 조사가 되었으며 Schippers (2013)의 조사에서는

1위: cunt
2위: fuck
3위: piss
4위: cocksucker
5위: motherfucker
6위: piss

였으며 Dewaele (2015)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1위: cunt
2위: slut
3위: fucking hell
4위: bitch
5위: prick
6위: asshole
7위: bastard
8위: wanker
9위: shit

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잘 모르는 cunt라는 욕이 굉장히 센 욕이라는 걸 알 수 있고 기본적으로 fuck 계열의 욕들이 shit 계열이나 ass 계열의 욕들보다 더 심한 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ass나 asshole은 생각보다 낮은 강도의 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즐겨 사용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오해 금지!!!...--;;)

이 발표를 하신 교수님이 80년대와 2010년대 영어권 영화들을 가지고도 욕의 유형과 강도를 비교하신 자료도 제시하셨는데 80년대만 해도 영화 속에서 shit이 사용 빈도가 높았던 반면 2010년도에는 fuck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즉,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도 적어도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욕의 강도가 과거에 비해 세졌다는 걸 알 수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shit이 하던 기능(?)을 fuck이 대체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뭐 우리 입장에서 영어권 국가에 나갔을 때 굳이 욕을 쓸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괜히 우리 입장에서 친근감의 표시나 격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상황에 맞지 않거나 수용도가 전혀 의도한 바와 다른 욕을 잘못해서 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 "가는 말이 고야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만고 불변의 진리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회에 여러 번 참석해 봤지만 오늘 처럼 발표 시간에 찰진 욕을 많이 듣기도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발표하셨던 교수님은 여자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