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반오십화네요. 주인공 나이대의 횟수입니다. 감회가 새롭군요. 연재 날짜도 한 달 이상이 됐습니다.
필력이 모자람을 요즘 더 절실히 느낌이다. 생각없이 쓰던 초반부가 차라리 맘이 편한 것 같기도하고..
그래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편은 연주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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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래.”
내 옆으로 지나가며 밝게 인사하는 신입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리고 귀엽기만 한 후배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면 이곳이 학교임을 실감한다. 이틀 동안 안 나왔을 뿐인데 금요일과 주말 간 참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간만에 학교에 나온 느낌이다.
“형! 왔어요?”
정자에 앉아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던 현중이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상하게 저 녀석은 참 눈에도 잘 띤다. 하루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다.
“오냐 왔다.”
“형 귀 좀 대보세요.”
내가 다가서자 현중이는 주변을 살피더니 내가 소곤거렸다.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특급 정보라고요!”
이거 또 소식통이 발동된 모양이다. 오피셜이라도 건진 걸까? 녀석이 가끔씩 말해주는 과내 소식들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두 개 있는데, 신입생 재학생 건으로. 뭐부터 들으실래요?”
“기왕이면 신입생부터?”
현중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다민이 아시죠?”
“어.”
주다민. 면식도 있지만, 일전에 현중이에게서 들었던 이름이다. 과내에서 효신이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고 했던가?
“그 다민이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는데, 그게 형네 학번 선배라네요?”
꽤나 흥미로운 얘기였다.
“그래서?”
“사실로 확인된 건 그것뿐이에요. 단지 제 예상에는 두 명으로 좁혀진다고 봐요.”
어차피 나와는 술자리에서 대작을 한 적도 없고, 오며가며 가볍게 인사한 게 전부니까 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주찬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지도 모른다.
“함주찬?”
“예리하신데요? 그래서 제가 형한테 말씀드리고 있는 거지만.”
확실히 인정하기 싫지만 함주찬 그 녀석 잘생기고 키도 크고 유머러스하다. 여자한테 엄청 인기 있을 상이지.
“또 다른 한 명은?”
“유한 선배 알죠?”
끄덕.
당연히 안다. 내 동기니까. 꽤 깔끔하고 귀공자 같은 타입이었지 아마. 집도 잘 사는 것 같던데. 사실 동기지만 그렇게 많은 친분은 없었다.
“뭐 일리 있는 추측이네. 두 명 다 잘생겼고, 여자들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그래도 한 명이라면 아마 주찬이 형이 아닐까 생각해요. 얼마 전에 다민이랑 친구들 밥 사주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거든요.”
문득 은성이가 떠올랐다. 밝고 씩씩한 표정으로 잘도 웃는 녀석인데 주찬이 같은 녀석을 좋아해버려서 아마 끝에는 상처받지 않을까?
“듣고 있어요?”
“아 응. 아마 선배로서 그냥 졸라대니까 밥 한 번 사준거겠지.”
“그래도 그만큼 다민이랑 주찬이 형이 접점이 있었다는 거죠. 어쩌면 그때 다민이가 주찬이 형한테 반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다음 정보는?”
“연주에 관한 정보에요.”
연주? 설마 연주가 누굴 좋아하기라도 하는 걸까? 어쩐지 소녀 같은 모습의 연주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연주가 여기 저기 꽤 인기 많은 건 알고 있죠?”
“응.”
솔직히 나는 체감이 잘 안되지만, 주변 얘기로는 그렇다. 특히 신입생 사이에서는 엄청 인기 있는 누나라던데.
“신입생들 몇 명이 사실 연주한테 고백했었다나 봐요.”
과연.
“그래서?”
“글쎄요. 어떻게 됐을까요? 어쩌면 오늘이 사귄지 며칠 되는 날일지도 모르죠.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 다 말했으니까 전 갑니다! 수업이 있어서.”
조잘조잘 얘기하던 현중이는 말을 마치고 휙 사라져버렸다.
“야! 말하던 건 다 말하고 가야지. 중간에 끊는 게 어디 있어?”
현중이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친다. 안 들리는 건지 아니면 들리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녀석은 다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치사한 자식! 말할 거면 좀 끝까지 다 말을 하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 마치 화장실에 갔다 와서 뒤처리를 제대로 안한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다.
“또 무슨 일 있어요? 선배?”
“하. 방금 얘기가 나와서 그런가? 헛것이 들리네.”
연주 얘기를 해서 그런가. 현중이가 사라진 곳을 망연하게 바라보던 때 연주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휴 잡생각은 그만하고 수업이나 들어가야지.
“선배?”
“어?” 설마? 나는 슥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바로 뒤에 연주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헉!”
순간 귀신이라는 본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 발소리도 안 들리는데 어느새 뒤에 온 걸까.
“둘이서 내 욕이라도 했어요? 왜 이렇게 놀라요?”
놀라는 내 모습에 연주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욕을 한 건 아니지만, 당사자 없는 곳에서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얘기한 것이 괜히 찔렸다.
“욕이라니. 내가 왜? 그럴 리가 없잖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태연스럽게 대답한다. 하지만 머리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수상한데... 뭐 됐어요. 선배나 현중이가 제 욕을 했을 리는 없겠죠. 그나저나 선배 시험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다행히 그냥 넘어가는구나. 주말 동안 너무 소희랑 만나서 그런 것인지 괜히 여자라면 다 경계부터하고 날이 바짝 선다. 그래, 이게 보통 여자들이야. 평정심을 되찾자. 연주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작게 심호흡한다.
“뭐 이제부터 준비할까 생각 중?”
“어휴. 선배 4학년 아니에요?”
“응.”
“4학년이면 4학년답게 미리 시험 준비 좀 하시라고요.”
연주의 일침이 날카롭게 가슴을 후벼 팠다. 그래 나 4학년이었지. 공부는 미리 해야 하는데. 그녀를 만나는 데 너무 들떠있었다.
“오늘 좀 도서관이라도 가볼까.”
내 대답에 연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늦었어요. 도서관은 안타깝게도 꽉 찼답니다.”
“하. 거 참. 그거 막상 열람실에 들어가 보면 텅텅 비었을 텐데.”
안 봐도 비디오다. 기계에는 빈자리가 없겠지만, 막상 실제로는 텅텅 비어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죠. 계속 한 사람이 자리 맡고 시험기간까지 쓰는 걸.”
젠장. 이놈의 이해할 수 없는 도서관 정책은 바뀌질 않는다. 아쉬우면 먼저 자리를 매점매석하라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럼 어디서 공부하지. 집에서는 솔직히 자신 없는데.”
시험기간에는 뉴스마저 재미있다는 사실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시험기간 동안은 과실 개방해준데요. 공부방처럼 자리도 꽤 놔주고. 아마 열 댓 명은 앉아서 공부할 수 있을걸요? 괜찮으시면 여기에서라도 같이 하실래요?” 연주의 제안은 확실히 구미가 당겼다. 학교만큼 맘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곳도 없지. “나쁘지 않네.”
“그럼 이따 봐요.”
“응.”
회장 그 녀석 꽤 괜찮은 일을 했구나 싶다. 과실을 공부방으로 오픈하다니. 괜찮은 아이디어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들어 주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왜?
“역시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너 도서관 자리 잡아놨냐?”
-- 어떨 것 같냐?
나는 속으로 번지는 웃음을 꾹 참는다. 네 녀석이 자리를 잡았을 리 없지.
“역시군. 공부할 데 없지? 집에서 할 거냐?”
-- 음 글쎄.
고민에 빠진 주찬이에게 떡밥을 던진다.
“과실 공부방으로 시험기간 동안 운영한다는데. 콜?
-- 그래? 콜!
어쩐지 이번 시험 기간은 재밌을 것 같다. 그래도 연주가 있으니까 마냥 놀지만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전화를 끊고 강의실로 향했다.
26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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