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끌었던 정윤희(1954년생), 장미희(1956년생), 유지인(1956년생) 이후, 90년대 영화계와 방송계 역시 김희선(1977년생), 심은하(1972년생), 전도연(1973년생), 김혜수(1970년생), 심혜진(1967년생), 이미연(1971년생), 고현정(1971년생) 등의 20대 배우가 장악한다.

마지막 20대 여배우의 전성시대는 2000년대 초반? 하지원(1978년생)이 색즉시공, 폰,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뽐낸다. 손예진(1982년생) 역시 연애소설, 여름향기, 클래식, 내 머리속의 지우개, 작업의 정석, 외출, 연애시대를 그녀의 20대에 쏟아내며 그녀의 이름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1981년생), 가을동화와 풀하우스의 송혜교(1982년생),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ing, 장화 홍련의 임수정(1979년생) 역시 스크린에 영사된 수 많은 자신의 얼굴들 중 우리에게 남겨질 뚜렷한 스틸샷을 그네들의 20대로 못박아 두었다.

김하늘, 최지우, 김정은, 신은경, 장나라 등 다 말하지 못한 이름들마저 사소하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줌마렐라 신드롬과 연하남 캐릭터의 정형화는 아이돌 캐스팅과 겹치면서 거의 예외적이기까지 한 문근영(1987년생)이외에는 묵직한 필모를 가지는 20대 원톱 여배우를 찾기가 어렵다. 찬란한 유산과 동이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지만 압도적인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는 한효주로부터, 스스로도 자신의 위치를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이는 듯 그저 이 흐름의 빈 자리에 서 있는듯한 배수지까지, 2010년대의 여배우들은 예전처럼 해마다 계절마다 우리에게 있지도 않았던 첫사랑의 아름다운 거짓 추억을 비현실적인 슬픈 눈으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의 박보영, 공주의 남자와 활의 문채원, 커피프린스와 보고싶다의 윤은혜가 과연 우리에게 마음을 아리게 하는 한 칸의 액자 속 사진을 보내어 올 것인지. 혹은 주춤했던 윤아나 수지 등의 아이돌이 자신의 무대를 스크린 앞까지 확장해 나갈 것인지. 과거란 항상 쌉싸름한 듯 익숙한 덧칠과 같아 오늘을 쉽게 긍정해주지 못한다지만, 허전함을 들어찬 고픈 추억의 가슴이 꼬르륵대는 소리가 도통 잦아들 품이 아닌 듯 하다.




덧. 자게가 요즘 너무 무거워 보이네요. 좀 더 즐거운 일들이 있기를 바랍니다만, 어디 제 맘대로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