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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07 22:02:30
Name 럭스
Subject [일반] 혹시 앞으로 임상에서 근무하게 되실 예비 물리치료사 및 작업치료사를 위한 글
오늘 병원의 자그마한(사실 피곤한) 행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메일함을 열어보니 뭔가 개인한테도 온듯한 메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목은 "안녕하세요. XX대 물리치료학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였고 메일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XX대 물리치료학과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요
혹시 예전에 해외저널 번역해서 PPT로 발표하신 내용 갖고 계신가요?
갖고 계신다면 저널 파일이랑 PPT파일 혹시 보내주실수 있으신가요?



이 내용을 보면서 저는 한숨이 나오더군요. 저는 이 메일에 이런 답변을 보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임상 1년차. 즉 이제 입사한지 3달 정도밖에 안된 작업치료사 인턴입니다.



보내드리는것은 어렵지 않으나 왜 필요하신지가 궁금하네요.
단순히 실습병원에서의 발표때문이라면 사양합니다.
전 현재 작업치료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계열이다 보니까 그렇게 쉽게 보내드릴수는 없네요.
자신이 평소에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드렸겠지만 그런것도 없이 단순히 외국논문 번역본과 원본을 요구하신것을
보면 아무래도 제 생각이 맞을듯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단순히 실습기간동안에 나온주제 혹은 학교에서의 발표때문이라면 좀더 자신이 노력을 하셔야 얻는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이나 치료사선생님이 괜히 선생님께 그런 과제를 내주셨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제 인턴으로 들어갔지만 지금조차도 환자들을 보면서 보고 느끼는게 많고 단순히 직업으로 생각하고 환자의 치료보다 자신의 여가 및 환자를 치료 대상이라기보다
직업적으로 단순히 상대한다는 생각을 하는듯한 동기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선생님이 만약 단순히 실습병원에서 혹은 학교에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생각이시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한번
번역을 해보고 논문에서 나온 치료방법이 왜 좋은지 혹은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살펴보는게 우선이 되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논문을 보라고 하는 것은 물론 단순한 과제적인 성격을 가진것도 많지만 선생님이 앞으로 임상에 나갔을때 외국의 최신논문을 보지 않으면
그만큼 뒤떨어진 치료를 하게 되고 그것은 곧 선생님의 치료를 받게될 환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일입니다.
차라리 직업적인 마음을 갔겠다면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셔서 최소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할수 있는 선생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 긴 장문의 답문을 보낸것은 앞으로 환자를 대해야할 선생님의 마음가짐을 위해서이고 이 메일을 보시고 뭔가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건 앞부분의 내용을 빼놓고 말하자면 물리작업치료과를 다니는 학생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PGR에도 많은 물리치료사(혹은 작업치료사)가 계신것으로 압니다. 혹은 이 분야를 지원하는 학생분도 계시겠지요. 이제 임상1년차.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개월차인
저조차 위와 같이 느낀것은 정말 임상에 나가면 환자를 위해서 공부해야겠단 생각. 혹은 적어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공부해야겠단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댓가는 임상에서 반드시 돌아옵니다. 저조차 근육을 제대로 안외웠던게
지금 환자에게 엄청 죄스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치료를 하면서도 '여기에 그 근육이 어떻게 붙어 있길래, 혹은 어떻게
근긴장의 편향이 있기에 이런 자세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또 '왜 이 환자는 이부분에 통증을 느끼는걸까? 단순히 근육의
짧아짐때문인가? 아니면 이 환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문제는 아닐까? 혹은 인지가 떨어지셔서 다른 감각을 통증이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죠. 제가 알면 이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이유를 더 정답에 근접하게 추리할수 있고 저는 지금 그게 안되서 너무나 답답
하고 제가 공부를 안한게 이렇게 돌아오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물론 이론과 실전은 다릅니다만, 정말 어려운 환자가 왔을때 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것은 나의 지식과 환자를 위한 마음(이것은 결국 환자를 더 알기 위한 공부로 이어지게 됩니다.)입니다.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 병원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박봉의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합니다. 처음 들어가서 첫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이거 벌려고 이렇게 고생을 해서 공부를 하고 국시를 봤나 합니다.  적어도 물리작업치료사의 길을 가겠다면 쉽게 쉽게 하겠단 생각은
되도록이면 잠시 접어두세요. 여러분이 학교에서 힘들게 배운것들은 나중에 선생님의 지식이 되고  다른 지식을 쌓기위한 기반지식이 됩니다.
물론 지금 안하셔도 되요. 하지만 나중에 다시 그 기반을 다지려면 몇배의 시간이 걸릴수가 있습니다. 얇은 지식은 없는거만 못할때도 있는
법입니다. 지금의 노력이 나중에 선생님이 환자들을 치료할때 1차적으로 그 환자에게 잘못된 치료를 하게 되어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환자의 일생을 선생님의 손이 만들어 낼수도 있다는것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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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7 22: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저 같은 경우 목 뒤에 조금만 무리하면 두통으로 직결되는 통증이 있어서 한동안 물리치료를 받았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더라구요.
통증 클리닉가서 뒤통수에 주사한대 맞으니까 좀 낫던데, 그 이후로 스트레스 조절하니 통증이 없어지더군요.

제 친구중에 물리치료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정말 힘들어하더라구요.
병원에 환자도 많고 무엇보다 육체노동이나 다름이 없어서 손목 허리가 너무 안좋더군요.
그래도 그만둘 순 없고.. 누군가를 치료하고 보살펴주는 직업 자체가 다른 일보다 더욱 더 굳은 의지와 열정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가끔 물리치료 받으러 가면 막 마사지 해주실 떄 왠지 시원하면서도 미안한 느낌이 들더라는.. 크크
좋은 물리치료사가 되실 거 같네요!
13/05/07 22:19
수정 아이콘
전 작업치료사입니다. 물리치료와 많이 비슷한 면이 많긴 하지만요.
13/05/07 22:20
수정 아이콘
잘 모르는 직업이라 이 참에 찾아봤네요. 재활 쪽에 좀 더 중점을 두는 직업이네요. 덕분에 많은 걸 알아갑니다 ^^
13/05/07 22:25
수정 아이콘
물리치료사도 재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운동치료실의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이 치료하는 모습을 보시면 잘 아실수 있을 거에요. 세느님은 아마도 의원에서 통증치료 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보신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Hypnosis
13/05/07 22:26
수정 아이콘
꼭 물리치료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찾지못해서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분들이 한번쯤 읽어줬으면 하는 내용이네요.
뭐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젊은이들이란 쯔쯔" 가 꼭 맞는말은 아니더라도 다 틀린말은 아니라서요.
무엇인가 이루려고 하는 노력은 거짓말 안한다고 봅니다.
힙합아부지
13/05/07 22:29
수정 아이콘
제 와이프도 작업치료사입니다.
사실 와이프를 만나기 전에는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노인 복지 요양시설에 있다보니, 어르신을 치료하고 보살펴 드리는데는 보람을 느끼나
얼마 남지않은 노인분들을 상대하다 보니, 치료를 함에도 "낫게 한다"는 것 보다"천천히 진행되게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힘든일(보내드려야 하는)도 많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힘들만도 한데 잘 버티고 하는거 보면 대단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치료해 주고 보살펴 준다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늘 힘내라고 말합니다.
글쓴이 분도 이제 시작이시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마시고 열심히 하셔서 멋진 작업치료사 되시길 바랍니다.
Love.of.Tears.
13/05/07 22:32
수정 아이콘
럭스님 OT하시는군요 고생많으세요^^
최종병기캐리어
13/05/08 02:54
수정 아이콘
형이 재활의학과 전문의라 가끔 결리거나 아파서 물어보면 항상 하는 말...

'운동부족이야. 운동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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