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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0 14:05:14
Name 글곰
Subject [일반]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의 장남이 결혼해 살아간다는 것
  아내의 돌아가신 외할머님께서는 생전 아직 나이어린 아내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절대 장남에게 시집가진 말거라.”

  그리고 결혼하기 전 아내는 장모님의 반대 때문에 대판 싸웠답니다. 장모님은 말씀하셨다지요. “그 집 제사 많다며? 안 돼.”

  저는 양반임을 자처하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집안의 종손인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가문의 방계의 방계쯤 됩니다. 그나마 교과서에서 조상의 이름 석 자라도 찾아보려면 고려말까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겨우 나오는, 그런 알량하기 이를 데 없는 집안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할아버지는 국사 교과서가 아닌 국어 교과서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시조를 지으셨죠.)

  그러나 집안의 가풍은 조상을 잘 모시고 제사를 무척이나 중요시합니다. 이를테면 추석이나 설날에 시골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명절에는 친척이 수십 명씩 모이며 평일 제삿날에는 열 명이 넘게 모였는데도 작은할아버지께서 사람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차시는 그런 집이죠. 그러다 보니 연간 일곱 번의 제사와 차례가 있고 거기 참석하는 것도 나름 고역입니다. 특히 저희 아버지께서는 차남이신데도 장남 이상의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제사를 중시하시며, 할머니 연세가 내일모레면 아흔인지라 어머니께선 집안 제사를 도맡다시피 하고 계시네요.

  음. 그렇습니다. 생각건대 저와 결혼해 준 제 아내는 보살이었던 것입니다. 당장 저도 제 딸을 이런 집구석에다 시집보낼 생각 따윈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으니까요.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아내는 부가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이제 갓 오 개월이 넘은 딸로, 아빠를 닮아 그런지 귀엽고 사랑스럽고 건강하고 활달하며 머리통이 상당히 큽니다. 애당초 저는 아들보다 딸을 더 바랐으니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집안의 가풍상 온 집안 사람들이 죄다 아들을 원한다는 게 문제죠. 상황이 대강 눈에 보이실 겁니다. 벌써부터 작곡 아버지/작사 어머니/편곡  할머니의 올해의 대히트 예감곡 [둘째는 아들로]의 노랫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제가 욱하는 성질머리가 있는 걸 알고 계셔서 그런지 저한테는 일절 이야기하시지 않으시네요. 대신 와이프한테 압력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난감한 상황을 미리 예감했던 제 아내는 우리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작년 늦은 여름날 제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다지요. 슬픈 일입니다.

  아내는 둘째 생각이 없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아이 돌보기가 어려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둘째도 딸일 때 그 아이가 받을 취급’을 감당할 생각이 없습니다. 옛날도 아니고 21세기에 아이가 단지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 따윈 없잖아요. 저로서는 오히려 소위 말하는 ‘대가 끊어졌으면’(=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 제사를 중심으로 한 남아중심적인 고리타분한 삶의 방식을 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거든요.  이틀 전, 둘째 도령 운운하는 아버지의 문자를 받은 아내는 퇴근한 제게 삿대질을 해 가며 책임지라고 몰아세웠고, 저는 아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아내의 무자비한 공격이 몰아닥치는데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나서 혼자 펑~ 폭발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대신 친구에게 전화해 신세 한탄을 했죠. 에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술이 엄청나게 땅겼던 하루였습니다.

  손자를 간절히 바라마지않는 부모님의 마음을 반푼 정도 이해를 하나 절대 납득은 가지 않고, 대책을 세우라며 저를 몰아붙이는 아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친구녀석은 ‘우리가 남자인 게 잘못이다!’ 라고 명쾌하게 대답해 주더군요.

  예전에 결혼하기 전, 아내가 물었습니다. 항상 내편이 되어주겠느냐고. 저는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친애하는 전임 대통령께서는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나'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셨고 사실 결혼 전에 무슨 약속을 하지 못하겠습니까만은, 적어도 제 대답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반대를 뚫고 제게  온 아내니까요.

  다음 달에 어버이날 기념으로 집에 내려가서 좀 떽떽거리고 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떽떽거리더라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흐음. 휴가를 하루 내고 비뇨기과에 가서 한 20만 원쯤 내면 씨 없는 수박을 한 통 살 수 있더라고요? 까짓거 한 통 사서 친가에다 나눠 드리죠. 부모님 혈압은 조금 높으셔도 아직 고혈압을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니 설마 뒷목잡고 쓰러지시기야 하겠습니까.

  딸 가진 부모분들 모두 힘내세요.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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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0 14:10
수정 아이콘
전 장남은 아닙니다만 여러가지로 비슷하네요. 딸 둘이라는거 빼고.
정말 쥐뿔도 없는 집안이 제사 챙기는거 보면 미쳐버리겠습니다. 요즘은 그냥 와이프는 내비두고 저 혼자만 다녀오고 있지요.
제사시간 12시 30분에서 2시간 당겼다고, 5년간 본가를 방문 안하시다가 5년만에 온 5촌 아저씨의 개꼬장 피우는것도 봤고, 여튼 저도 험한꼴 많이 봅니다만
가급적이면 와이프를 노출 안시킬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제가 커버 못하는 부분들이 있더군요. 특히 해가 지날수록 동서간의 문제가 가장 어렵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전 어른들은 신경 안쓰는데 가장 신경쓰이는 존재가 형수더군요. 여튼 힘내십시오.
13/04/10 14:36
수정 아이콘
음 형수... 저는 이제 곧 형수를 맞이합니다.
저희 집안도 나름 이야기하면 재미있는 집안인지라... --;
그 형수와 결혼도 하기 전에 제 아내와 전화로 한 판 붙었지요.
결혼식을 갈까말까하는 아내의 말에 제가 할 말은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말 밖에 없었네요.
형이 전화해서 형수와 더불어 아내가 전화로 어떻게 손윗동서에게 그렇게 전화를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에 저야 미안하다고 했지요.
뭐 까딱하다간 저도 매년 명절에 혼자 내려가야 할 상황이 올 것이 벌써 예견되니...
새로운 식구 들이는게 쉬운 건 아니지만 벌써 결혼생활 10년차인 아내가 새로운 손윗동서를 맞이한다는 거 그냥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새로운 압박이겠지요.
물론 이걸 계기로 시댁으로의 발길을 뚝 끊을 명분을 챙기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13/04/10 14:41
수정 아이콘
음 저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시겠네요. 나름 힘겨루기로 보입니다만..
사실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해봤자 결국 확대하면 부모-자식간의 갈등이거든요. 끝까지 들어가면 부모가 져 줄수 밖에 없지만.. 동서간의 갈등, 특히나 여자간의 갈등이 되면.. 형제가 의절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일 조심하는게 이쪽 문제의 사전 진화입니다. 우리 모친은 큰 신경도 안씁니다. 그래서 제사때도 모친 보단, 형수의 동서에 대한 accept 여부가 가장 민감한 상황입니다. 명절 제사때 언제 내려가고, 언제 올라오고 등등. 요즘 우리 형수는 전법을 바꿔서 저희 식구가 타고 내려갈 명절 KTX 티켓을 직접 티케팅해 줍니다. 나름 고단수긴 합니다만 아슬아슬 합니다. 크크..
13/04/10 14:43
수정 아이콘
뭐 의절까지 각오해야 되는 시대가 되긴 된 것 같아요.
제가 막내인지라 사실 형들이나 어머니 이야기에 강하게 반대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강하게 해야 될 듯 싶네요.
어쩔수 있나요? 이쁜 딸하고 같이 살려면 아내편이 되어줘야죠.
못하면 쫒겨날 분위기라... T.T
13/04/10 14:52
수정 아이콘
웃기게도 초등학교 삼학년이던 제 조카애도 울 와이프 처음 제사때 선임 노릇을 하더군요. 숙모! 고기에 밀가루를 더 묻혀야 되요. 앞뒤를 잘 뒤집어야 해요.. 숙모는 처음이라 잘 모를텐데 하며... 이런거 볼때 마다 조마조마합니다. 크크 긴장관리는 남북만이 하는게 아니더군요.
13/04/10 14:54
수정 아이콘
제게는 여동생밖에 없어서 다행이네요. 어쨌거나 새언니-아가씨 간의 사이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어쩌다 보니 제 매부와 아내의 직장이 같은데(아내가 선배입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 어디서든 삐걱이는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저희는 평생 그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흐흐.
13/04/10 15:2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시누이 보다는 동서가 낫죠 크크크
13/04/10 15:26
수정 아이콘
흐흐 저도 사실 이 댓글을 달고 싶었습니다.
저한테 여자 형제가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위기 관리 자체가 안되요
13/04/10 15:31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누님도 한 분 계신데 이분도 결혼한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어머니 옆에 살고 계십니다.
대놓고 뭐라 그러는 법은 전혀 없어서 사실 다행이다 싶긴 합니다.
남자형제야 뭐 받아칠수도 있는데 누님이 그러면 진짜 방법이 없긴 할 듯 싶네요. --;
13/04/10 15:41
수정 아이콘
으캬캬 무서워라. 왜 이 말이 안나오나 했습니다.
저글링아빠
13/04/10 15:4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스트릭랜드
13/04/10 14:1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홧팅입니다~!!!
DogSound-_-*
13/04/10 14:1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그래서는 아이는 무조건 아들 이라고 노래를 부르면은
'낳고 말고와 낳는거는 제 아내와 제 선택이니까 참견하지 마세요 자꾸 참견하시면 뭐라 하시던 간에 제사에 안내려올껍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려줍니다.
딸이고 아들이고 뭐 어떻습니까 잘키우면되지 ㅡㅡ
Blooming
13/04/10 14:15
수정 아이콘
정말 쥐뿔도 없는 집안이 제사 챙기는거 보면 미쳐버리겠습니다. 요즘은 그냥 와이프는 내비두고 저 혼자만 다녀오고 있지요. (2)
Waldstein
13/04/10 14:16
수정 아이콘
시부모님이 아내에게 그런말 한다면 당연히 님에게 불똥이 튀는건 당연하죠. 님은 시부모님의 대리인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부모님에게 가서 내 아내에게 이런 압력(?)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야죠. 님이 아내에게 화낼 자격은 없는듯 보입니다. 전적으로 시댁의 잘못이니까요.
13/04/10 14:1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내분 챙기시는게 멋지네요. 부모님을 챙기는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유교적 가풍은 글쎄요.. 그것때문에 화목을 잃느니 걍 버리는게 낫지 싶습니다.
13/04/10 14:22
수정 아이콘
사실 유교는 종교가 맞습니다. 제사 열심히 챙기는 분들에게는. 상식으로 상당히 접근하기 힘든 구석이 있어요. 묘자리 옮기는걸로 싸움나고, 밤새 몰래 시신을 옮겨서 100리를 리어커에 실어서 자손들 잘되라고 이장한 할아버지가 있고, 그래서 잘된게 '너다' 이런 이야기 나오면 정말 진절머리 납니다. 논리고 상식이고 안통해요. 우리형님도 술만 먹으면 교회가버린다고 하지만, 저희 집안 대략 50여명 식구중에 개신교 신자는 한명도 없다는게 그 지난함을 말해주는거기도 하지요.
13/04/10 14:26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이렇게 공감가는 댓글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맞아요. 유교는 종교입니다. 심하게 열성적인 기독교인들이 주말에 교회 안 나가면 하늘에서 천둥벼락이 몰아치는 걸로 아는 것처럼, 심하게 열성적인 유교인들은 제사 안 지내면 리히터규모 9짜리 지진이 나는 걸로 생각합니다. 양자간에 본질적인 차이는 전혀 없겠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교로서의 유교는 그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젊은 신도의 유입이 전무하다시피하니까요.
13/04/10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집에선 형하고 솔직하게 30년만 버티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대에서 종지부를 찍자고.
13/04/10 14:39
수정 아이콘
나이대가 꽤 되시는데 30년을 버텨야 하는군요. 저는 아마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끝날 듯 싶은데...
13/04/10 14:42
수정 아이콘
예 저보다 한 5살-15살 더 먹은 강성 오촌 아저씨 그룹들이 있습니다 크크. 나이는 고만고만한데 주사파 저리가라의 교조적인 분들이라서.. 저희 어머니는 맏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오히려 컨트롤이 안되는 지경이지요.
13/04/10 14:56
수정 아이콘
Zel님 분수님 두분이 공감가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공유해 주셔서 참 좋네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심도 되고요. 동지를 만난 기분이랄까요. 흐흐흐. 감사합니다.
그리드세이버
13/04/10 14:21
수정 아이콘
다행히 저희집은 부모님이 나중에라도 제사는 하지말고 추모일 정도만 하자고 하시고..아들강요도 안할 거라고하셔서 안심이지만 막상 저에게 여자가 없어서 안심이 안되네요..
13/04/10 14:22
수정 아이콘
부모님과 싸우세요..저는 싸워서 이겨냈습니다.
어땟든 제가 지켜내야 할것은 우리 가정이죠.
물론 전략적으로 싸우긴 했지만, 부모님 선물이나 용돈은 두둑히 드렸습니다.

그런데 장모님댁은 어쩔 수 없더군요..우리 와이프가 싸우지 않는한은..
tortured soul
13/04/10 14:28
수정 아이콘
유교의 본질이 과연 저런 것이었나 생각하게 되네요.

시댁어른이란 감투로 한 가정에 폭력을 행사하고 계시는건 아닌지 아내분이 정말 안타깝네요.
글만 봐선 아직까진 아내를 위한 멋진 남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해결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아내분과 딸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변하지않는것
13/04/10 14:30
수정 아이콘
저는 장남의 장녀로 20여년간을 살아왔습니다. 심지어 동생도 여자입니다 크크
할머니네 집이 가기 싫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할머니께서 엄마에게 아들을 낳아야 할텐데, 아니면 어디서 데려오기라도 해야할텐데... 하는 얘기가 듣기 싫어서 였습니다.
저와 동생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거 같아서 정말정말 싫었죠.
덤으로 저의 아버지는 좀 방관모드셔서 저와 엄마의 편이 되어주시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양성 차별 얘기가 나오면 좀 발끈하는게... 어릴적 부터 받았던 스트레스 덕분(?)인거 같습니다 크크크
모쪼록 아내되시는 분에게도 남의 편이 되지마시고! 같은 편이 되어드리시고~ 따님도 저같은 상처 받지 않도록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네요.
메지션
13/04/10 15:00
수정 아이콘
장손인 저는 몰랐는데 누나는 할머니를 좋게 기억하지는 않더라구요.
할머니네 가면 저는 포동포동 살이 올라서 오고 누나는 말라서 왔다고 하고 크크크
유리별
13/04/12 11:12
수정 아이콘
저..저도 장남이자 외동아들의 장녀로 20..아니 이제 30여년간이구나... 심지어 동생도 여자입니다.. 흑흑
할머니네 집이 가기 싫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할머니께서 딸만 낳았다고 엄마님을 죽도록 시집살이 시키시는게 보기 싫어서 였습니다.
덤으로 저의 아버지는 그냥 저를 아들처럼 키우셔서, 실은 집안 제사때도 제가 서서 하고 있습니다.. 흑흑흑 제사음식 준비해서 제사까지 다 지내요.
가족 아무도 없이 달랑 넷이 하는 제사를 끝까지 해야겠다고 고집피우시는 아빠님이 더 싫어요.. 흑흑
저글링아빠
13/04/10 14:35
수정 아이콘
하하 옛날 생각 나네요. 저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 어차피 낳을 생각이었던 둘째가 아들이어서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갔습니다만.
참 시대가 빨리 바뀌면서 제사라는 것도 재미있는 풍습이 되었습니다.
친가는 나름 열심히 옛 방식을 고수하는 상황이고, 외가는 뒤늦게 큰 교회의 안수집사님이 되신 큰외삼촌이 일방적으로 추모예배로 변경을 해버렸습니다만,
어느 쪽이나 나름의 문제는 또 있게 마련이고 어떨 때는 대체 왜 저러고 있나 싶긴 하죠.

그래도 저거라도 있으니 가끔 친척들 얼굴도 보고 근황도 듣고 하게 되어 전 감사하게는 생각합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형수(및 숙모님)들한테 항상 제일 미안하죠..
흰코뿔소
13/04/10 14:36
수정 아이콘
유교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혹은 유교가 변형된 풍습이랄까 사회통념이랄까 같습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유교의 근본사상은 '仁'과 '禮'인데 자손들에게 시대에 맞지 않는 힘든 일을 강요하는 것은 仁도 禮도 아니죠.
13/04/10 16:04
수정 아이콘
앞에 한 글자씩 붙이면 되겠네요. 不과 虛요.
결국 오랜 세월동안 곁가지만 인습으로 남게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젊은아빠
13/04/10 14:52
수정 아이콘
저희 아내 집은 안동쪽 종가집이고 저희집은 뭐 말 그대로 듣보잡 집입니다만...
없는 집이 챙기는건 더 심하죠 --;
메지션
13/04/10 14:5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없는 집일 수록 저 챙기는 거죠. 우리가 못챙길 정도로 없는 집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되니깐요.
반대로 진짜 있는 집은 말 안해도 서로 챙기겠다고 싸우죠. 범 삼성가처럼.
이쥴레이
13/04/10 14:55
수정 아이콘
제사를 안지내는 집이라 와이프보고 참 행복하겠다.
거기다가 시어머니도 안계셔서 너 힘들거나 불편하지도 않겠다.
울 아버지도 쿨하셔서 집에 오는거나 명절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간섭 안하니 너 진짜 좋겠다.


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나도 시어머니랑 같이 여행이나 아니면 이야기도 하면서 잘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제사는 모르겠다.
아버님이 쿨하셔서 좋은데 그럼 친정으로 가자


에잇.. ㅠ_ㅠ


뭐 그래도 장모님이 아내를 돌봐줘서(?) 참 다행입니다.
나중에 아기 낳으면 자신이 맡아서 봐주겠다는 말씀이 얼마나 고마운지.. ㅠ_ㅠ
13/04/10 14:59
수정 아이콘
저희도 장모님께서 아이를 봐 주십니다.
아이 낳은 후 봐주시는 장모님이라는 존재는 단언하건데
신(神)입니다. 위대하고 전지전능한 존재이시며 이 하잘것 없는 사위는 그저 넙죽 엎드려 오체투지하며 감읍해야 할 따름입니다.
절대 과장이 없는 진실입니다.
13/04/10 15:07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장모님은 천사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ㅠㅠ
절름발이이리
13/04/10 15:09
수정 아이콘
쿨한 집에서 태어나서 기쁘군요. 핫한 집에서 태어났더라도 제 맘대로 살았겠지만..
설하보이리뉴
13/04/10 15:12
수정 아이콘
저도 기쁘네요.
제사를 자주 지낸다는건 제 집에서 하는 것도 싫은데 말이죠.
절름발이이리
13/04/10 15:31
수정 아이콘
?!
Paul Peel
13/04/10 15:38
수정 아이콘
??!!
13/04/10 15:40
수정 아이콘
??? ...... !!
srwmania
13/04/10 15:55
수정 아이콘
읭?
레지엔
13/04/10 16:08
수정 아이콘
임자 만나셨네...
엘에스디
13/04/10 16:15
수정 아이콘
두둥...
13/04/10 16:32
수정 아이콘
이쯤되면 친목의 극이군요.


..... 이런 친목질이라면 나도 하고 싶다 엉엉엉
커피소년
13/04/10 15:40
수정 아이콘
저도 쿨한 집인듯하네요
일년에 설날 추석 딱 2번만 제사를 지내니까요.
Paul Peel
13/04/10 15:10
수정 아이콘
정말 마음 고생이 심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저도 제사가 일년에 열 번이 넘는 집안의 아들입니다. 제사가 많은 이유는 후손에 좋은 일 생긴다고 남의 제사를 가져오기도 했고,
작은 할아버지들이 생존하시기에 고조할아버지, 할머니 제사까지 지내야 하고..
또 예전에는 처가 여럿이었잖습니까.. 고조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할머니가 한 분이 아니십니다..

이런 집에서 자랐기에 유교라고 하면 학을 떼고, 또 반드시 고생할 미래의 아내 생각에 결혼 생각도 접었습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때문에 결혼 포기가 힘들긴 했지만 남의 집 귀한 딸자식 고생시키느니 제가 모든 제사에 일찍 참여하여
어머니 한 손 거들어드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저에게 유교란 정말 쓰잘데기 없는 종교일뿐입니다..
대니얼
13/04/10 15:29
수정 아이콘
종교나 사상이라는게 처음에는 좋은의미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고, 변질되더군요.
화이팅 하시고... 나중에 우리때에는 쓸데없는 것들 없애는게 좋을꺼 같아요.
Paul Peel
13/04/10 15:3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는 오히려 종교는 계속 변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대의 상황에 맞도록요.. 물론 좋은 쪽으로!
메지션
13/04/10 15:10
수정 아이콘
삼촌은 4명인데 남자사촌은 3명 거기에 한명은 몸이 않좋고 2명은 나이차 15살 이상인 장손인데요.
아 저걸 어떻게 다 물려 받나라는 생각에 짜증이 나는데
그냥 제가 성공해서 거뜬하게 물려받을 수 있어도 시대가 변했으니 이제 그만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할 사람은 제 대에는 저 밖에 없어보이는데 제가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면 참 답답해요.
13/04/10 15:20
수정 아이콘
저는 제 대에서 제사를 접어버린 후, 혹시 작은집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드... 드리겠습니다!"라고 할 예정입니다. 제사 지내고 싶은 사람이 가져가면 되지요.
물론 그렇다면 "필요없어!"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긴 하네요. 역시 김화백은 위대합니다?
메지션
13/04/10 15:32
수정 아이콘
그렇죠. 크크크 작은 집에서는 당연히 군말이 없을텐데
살아계신 아버지 포함 윗대 어르신분들이 문제라.... 제 대에 접을려면 저도 어르신이 되어야 된다는게 함정이네요. 엉엉
13/04/10 15:39
수정 아이콘
이 문제를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잘 접는 건 외국에 나가는겁니다. 두번째는 개신교를 믿는거겠죠. 물론 이건 전쟁선포입니다만.
아니면 적당히 하면서 어르신들 늙을때 까지 기다리는겁니다. 제일 불만족 스럽지만 연착륙하는 방법이겠죠.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4/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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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도 15년 정도전까진 이랬는데 집안 어른들이 하나둘 돌아가시고 사촌들과 젊은 오촌들이 제사에 철저히 무관심하며 친척들 끼리 종교도 다양해지고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최근 몇년전 부터는 벌초만 가끔 하는 정도로 까지 됐네요.
DarkSide
13/04/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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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결혼 안 하고 연애도 안 하고 홀로 독신으로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

( 제가 대표적인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의 장남" 입니다 ... )

남녀 칠세 부동석, 3대 금기악 ( 술, 담배, 여자 ) 이런 것들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지켜야 했던 유교적 가풍이자 가훈이기도 했고 ...

특히나 할아버지 친가쪽이 유교적 영향이 정말 강력했습니다 ... 7살 때는 청학동 가서 훈장님께 매 맞아가면서 배우기도 했고 ;; 허허 ...


여담으로, 20살 때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설날이었나 추석이었나 명절 때 할아버지 두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희들은 현모양처 어른 말씀 잘 듣는 처자 색시 만나서 결혼해서 아들 낳아서 대를 이어서 자손 대대로 집안 혈통을 유지해야 한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 제가 결혼 안 하고 혼자 독신으로 살겠다고 말하고 대판 싸워서 한 번은 초상집 분위기까지 갔었습니다.
王天君
13/04/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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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저도 읽다가 빡쳤네요(?) 힘내세요. 저희 집도 친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 상당한 고부 갈등이 있어서 저 어릴 적에도 제사 문제 가지고 엄청 부딪히고 그러셨죠. 전 다행히도 어머니 아버지가 워낙 학을 떼셔서 제 대부터는 저런 부담이 없을 듯 해요...
13/04/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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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셋인데, 위부터 딸 둘 딸 하나 딸 둘..........
졸지에 막내이신 저희 아버지의 장남인 제가 제사를 이어받게 생겼지요.......... 꺼이꺼이
할아버지 생전엔 다른 사촌 누나 여동생들 앞에서도 저를 그렇게 대놓고 이뻐하셔서 어머니께서 참 눈치가 보였다고 하십니다..
켈로그김
13/04/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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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 생전에는 글곰님네와 분위기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제사는 1년에 최소 세 번.
통성명시에는 김수로왕의 칠십몇대 손 부사공파 김아무개올시다~ 라고 하는 센스는 기본이오..
거기에 할아버지는 뭐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활동시에 무려 '갓'을 쓰고 다니셨고..
아부지는 부산고-서울대 법대 테크를 탄 자칭 엘리트.. 이자 실질적 장남.
(형님 두 분께서 월남전에서 돌아가셨다고..)

제가 울 어무이였다면, 머리에 총을 맞지 않고서야 시집 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겁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중매결혼이었고... 두 번인가 도망치려다 잡혔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에 한화이글스급 페이스로 하는 일마다 똥망크리를 맞고,
거기에 더해 개개인의 허영과 아집, 부도덕함이 조화를 이루어 확실하게 콩가루집안으로 변했습니다.
폭망이라는게 무엇인지 저희 큰집처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경우를 저는 아마 죽는 날까지 다시는 못 볼 것 같습니다.
(지금 울산광역시 남구청 위치 근처에 땅이 좀 있었습니다. 그 전에 농사 짓던 땅.. 그것도 다 날려먹은걸로..)

그 후로.. 지구엔 평화가 찾아왔고..
저희 마누라는 "시월드가 뭐임? 먹는거임?" 하고 누워서 배 뚜드리면서 속편히 살고 있지요.
저도 이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딱 한가지 걱정이라면,
어무이가 심심했는지 주역(사주팔자쪽 이론?)을 공부하면서 점점 도인이 되어가는게 불안하다는거..
장모님은 합창에 심취하면서부터 부록으로 종교에 빠져드시면서 교인이 되어가는데..
이거 사돈간에 전쟁나는건 아닌지..
13/04/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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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야 뭐...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장손)께서 사업을 하시다가 집안 재산을 아주 완벽하게 날리셨기 때문에 재산 가지고 싸울 일은 없네요. 시골 집과 밭뙈기 다 합쳐봤자 억대는켜녕 겨우 몇백 이야기나 나올 것 같습니다. 다행인가요. 흐흐.
커피소년
13/04/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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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분 챙기시는게 멋지네요(2)
그냥 다른거 제치고 저도 님처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사는 모습이 좋아보이네요
정말 제대로된 뭔가가 문제 있는 아내가 아닌이상 위의 글에 나와있는 가정의 문제면 아내편 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설득 잘해보시고 안되면 정말 안되면 수박을 사시길 바랍니다.
설하보이리뉴
13/04/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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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가 쪽이 서울 사시던 큰아버지네를 제외하고는 아들이 제 동생 포함 셋이고 나머지는 다 딸들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대놓고 아들들만 챙기고 아들들만 제사고 가족모임이고 용돈 막 얹어주고 그랬죠.
딸들은 제사고 명절이고 오라고 하면서 온갖 잡일은 다 시키면서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없고 아들들은 어디가서 놀고먹던 말던 좋다고 돈 더 주고 그러느라 정말 제사든 명절이든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은 고향 떠나 다른 지방에서 살다보니 안가게 되서 정말 좋네요.
아들 아들만 하시느라 친가 쪽엔 딸만 있는 집이 없답니다. 딸만 있는 집이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암담하네요.
초코다이
13/04/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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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제사 지내지만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제사 최대한 간단히 할 예정이고 이미 부모님께 말씀도 드렸네요. 형식은 간략하지만 본질은 유지하는 쪽으로 가는게 제 생각이네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학 전공자라는 것은 함정...
13/04/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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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1세기 사람들이 지탱할 수 없는 형태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조상을 기린다.. 정도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수준의 제사를 모실 수 있나요. 조상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잘못 모시면 내가 다친다 정도의 '종교심'이 있지 않으면야.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죠. 정작 공자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고 했건만은.. 어찌보면 본래의 뜻으로 돌아가는 거니 유학전공자로서 옳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네요.
초코다이
13/04/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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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문화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하는 것이 맞죠. 만약 지금 제사가 지금 시대에 맞지 않으면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낳아주고 자신을 있게 한 사람에 대한 감사? 추모?와 같은 질은 변하면 안되겠죠.
알리스타
13/04/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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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사의 형태는 중국 사회 질서를 가문 중심으로 하고자 한 주자의 사상이 바탕이 된 것인지라 공자의 뜻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요.
유리멘탈
13/04/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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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하시네요; 혹시 임씨 성을 가지셨나요?
13/04/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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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1대 본좌가 아니라 2대 본좌와 같은 성씨입니다.
옵티머스LTE2
13/04/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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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심각하지만 글을 재밌게 잘 쓰셨네요.
힘내세요. 강도가 훨씬 약하긴 하지만 저도 비슷한 처지라 잘 읽었습니다.
13/04/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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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꾸준히 제 주장을 해놔서 다행입니다
글쓴이분도 힘내세요
아내도 글쓴이도 멋있네요
안동섭
13/04/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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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죠.
다행히 저희 아버지는 작은아들인데다 집안의 뭐시기엔 전혀 관심이 없으셔서 저도 할아버지나 큰아버지의 관심권 밖에서 살고 있답니다.
큰아버지의 아들, 즉 제 사촌동생이자 집안의 장손은 좀 불쌍하게 됐지만요 ^^;
하지만 저 본인이 유학전공자라는 것이 함정;;;;;
부스터온
13/04/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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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쥐뿔도 없고 입에 거미줄 치던 집이 명절이나 제사때만 되면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서 제사 지내는거 신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그나마 요즘 몇년은 누나들도 죄다 시집가고, 직장다니느라 형식만 갖추자는 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긴한데
몇년째 어머니랑 같이 장 보고 부침개 지지고 있으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휴
아직 취직은 엄두도 못내는데 벌써 미리부터 결혼 얘기 꺼내시니 막 부담스럽고...
참 장남으로 살기 힘드네요.
커피와텔레비젼
13/04/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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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pgr에서도 조선시대 글이 올라오면 자주 등장하시는 분의 직계자손입니다. 뼈대있는 편인 양반집안이지요.
게다가 저희 큰집(즉 아버지의 형님)은 파의 종가입니다.
저희 집은 명절 전날과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낼땐 두루막과 갓을 씁니다. 전 30대 중반인대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예외이지만,
저보다 어린(그러나 결혼은 한) 제 동생도 두루막과 갓을 씁니다. 혼례를 했다는것은 관례를 이미 한 것이니 어른으로 인정되는 것이니깐요.
명절때가 아닌 평상시 제사때도 제주(祭主)를 보시는 분만은 두루막과 갓을 차려입지요.

그러나 저희는 글곰님이나 댓글 다신 분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인것 같네요.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해왔던, 혹은 대한민국의 전통적 의식.. 그런것은 지켜나가는게 옳다 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긴 하지만,
저희 집안 어른들은 시대의 변화와 현실적 어려움도 역시 인정을 해 주시고 있습니다.
추석때 거진 15군데 정도 성묘를 하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고3이 있으면 오지말고 공부하라고 합니다.
직장에 업무가 있으면 무리해서 빼지말라 합니다. 자영업을 하는데 맡길사람이 없거나 하면 가게문 닫지말고 영업하라 하십니다.
제사도 마찬가지로, 큰집과 가까이 살면 모르되 아니라면 한번씩 참석해 준다면 기쁘고 반갑지만,
먼곳에서 일부러 올 필요는 없다 하십니다. 물론 저의 아버지대분들은 간간이 제사참석을 하십니다.

명절이나 제사때의 음식도 손을 별로 타지 않는 것들입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는 지키면서도 과일류와 명태포,
삶은 계란, 쇠고기 삶은거 살짝에다가 설이면 떡국 정도입니다. 송편빗는 모습은 티브이로만 봤지 살면서 평생 한번도 직접 본일이 없습니다.
명절에 전도 안부치고, 평상시 먹는거에서 양만 좀 많이 준비할 뿐입니다.
된장찌게에 고추장 열무 넣고 밥 비벼서 슥슥. 오랜만에 사람들 모였으니 남자들은 고기나 좀 굽고..
제가 당사자가 아닌지라 확답은 못하겠습니다만, 아마 저희 집안으로 시집오신 분들은 명절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듯 하네요.
다만, 집안사람들 가족들, 어르신분들이 한번에 모이는거 자체만으로도 심력이 소모되는건 어쩔수 없는 일일테지요.

어르신들, 아쉽고 서운한 감이야 당연히 있으시지요.
지금 계신 분들이 다 가시고 나면 지켜지고 있던 많은 모습들 풍습들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시면서요.
어느정도 나이먹고 나니 집안 어른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가면 기존 풍습들도 변해가는건 당연하다구요.
자기들도 더 이전과 비교하면 바뀐부분이 많을거라구요. 다만, 최소한의 마음만은 지켜주길 바란다 하십니다.
저희는 명절이면 사당에 제를 지냅니다. 평시에도 기일이면 제사를 지냅니다. 그러나 이러한건 제사라는 그 행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한 어버이(또는 어버이의 어버이의 어버이..)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과 예의 표현이라는 것.
당연히 모든 조상에 대해 할 수는 없으니 5대조까지 제사를 모시고, 그 외의 분들은 명절에나 사당에서 한번에 제를 올린다는 것.
전통적으로 해오던게 5대조 까지고 제사를 지낼수 있는 여력이 있으니 그정도 하는건 그저 그리움과 감사함과 예(禮) 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우리대가 그러한 것들을 지켜나가길 원하시는지 명절때 모이면 어느정도의 지식은 전해주십니다.
제사에 대한건 이미 자라오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있으니 그런것들이 아니라, 구전되어 오던 집안의 대소사들을 말입니다.
좋았던것, 자랑스러운것들도 있지만 안좋았던 일, 부끄러워할 일도 알려주십니다. 그러한 것들이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는 거라구요.
과거를 알고 마음이 이어져 간다면 다음세대들인 너희들이 행하는게 우리나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가는게 아니냐. 그러면 된거다.
제사 등을 비롯한 것들이 다 연유가 있어서 생겨난 것이겠지만, 변화라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 발생하는거니
마음이 이어질 수만 있다면 형에 대한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는것이다 라고 하십니다.

경전이 있고 제(祭)가 있고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면이 있으니 종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제가 겪어 보기엔 유교는, 아니 유학은 철학이며 학문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겠느냐 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하하하..

크리스트교에 사랑이 있고 불교에 자비가 있다면 유학의 흐름엔 예(禮)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상호존중입니다.
흔히들 "유교적 논리" 같은 표현이 쓰여진 글을 보면, 차별이라든가 강요에 관한 글일 가능성이 높더군요.
유교의 화두는 예-상호존중입니다. 옛날 선비들은 부인과도 서로 공대했으며, 부리던 사람에게도 "자네" 등으로 호칭했습니다.
포지셔닝에 따른 역할과 대우의 차이는 있었겠습니다만, 최소한의 상호존중은 하려했습니다. 그게 유학을 배운자들의 몸가짐이었습니다.
뭐, 유학을 핑계로 이득 또는 권리를 챙기려는 자들 또한 많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만, 그러한 것들이 오랜시간동안 쌓이고 쌓인 원인때문인지
현대에 이르러서는 예라는 유학의 본질이 많이 가려지게되어 전통적 차별, 가풍적 강요 등에 "유교적" 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사용되어지는게 참으로 가슴아픕니다. 더해서 장손 혹은 어떠한 집안, 종가 등에 비쳐지는 시선에도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밥잘먹는남자
13/04/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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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희 집안으로 시집오신 분들은 명절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듯 하네요. 란 부분을 읽고 생긴 궁금증입니다.
그럼 그 평상시에 먹는것에서 양만 좀 많이 준비한다면, 그 음식은 남,녀 가리지 않고 함께 준비하시나요?
저희는 제사지낼때 빠지는것 없이 다 준비하지만 전을 부치거나 제기,과일,밤 등을 다듬는 일은 남자가 하고, 국과 나물같이 손맛(?)이 필요한 음식은 여자가 하는것으로 나눠하고 있지만 그것도 나름 스트레스인지라 드리는 질문입니다..흑
커피와텔레비젼
13/04/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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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아니라 확답은 못드립니다..라고 전재했었습니다만; 밥&찌게는 여성쪽에서 주로 하고 고기굽고 나물무치고 생선 배따서 매운탕 끓이고 하는건 남자가 하네요.. 근데 이런건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그러나 제가 쓴글의 의미는 [명절음식]에 있었습니다. 일반가정에서 평상시에 먹는 간단한 식사.. 즉 된장찌게에 고추장에 밥 비벼서 슥슥..그런식으로 먹어서요. 명절이라고 해서 전, 만두, 송편, 꼬치 등등등 그런걸 아에 안합니다 저흰. 원래 15년전 쯤 할아버지 살아계실때가지만 해도 전은 했던것 같은데 저희 큰아버지께서 그런거 다 없앴습니다. 번거롭게 왜 하냐고. 앞으로 지금애들 자라면 그런거때문에라도 명절때 가족들이 모이기 힘들거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위에도 써 두었듯이 "다만, 집안사람들 가족들, 어르신분들이 한번에 모이는거 자체만으로도 심력이 소모되는건 어쩔수 없는 일일테지요." <- 이 부분만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있는데 명절에 조차 서로 외면하면 더더욱 멀어져가게 되지 않을까요. 만나야 조금씩이나마 가까워 질 가능성이라도 있으니.. 제대로 크게 갈라질 사건이 있지 않은 담에야 서로 감안하고 명절만이라도 모여야 하지않을까 싶어요
13/04/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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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본질일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안그렇다는게 문제겠죠. 유교는 뿌리가 깊은만큼 그만큼 많이 변질되어 있는것 또한 사실이구요. 기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도 요즘처럼 욕을 많이 먹는 적이 없지만 본질은 그렇지않죠. 이상과 현실은 분명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13/04/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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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선 차례도 제사도 지내고 저도 그런 풍습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할머니와 큰아버지 때문에 하는 강제적인 느낌과 필요 이상의 준비를 할 때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뭐랄까.. 리플에서 느껴지는 제사의 분위기는 제가 딱 원하는 그런 것이네요.

저는 제사를 하는 이유는 딱히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그것이 하나의 전통과 문화이고 또 행하고 유지함으로써 유교에서 바라는 예와 존중을 기억하며,
600년넘게 이어진 문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행하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서 합니다.
정작 전 카톨릭 신자임에도 말이죠.

제사는 그 준비과정과 강압성 때문에 의미없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비난을 좀 강하게 받는데,
사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석가탄신일의 연등 등도 따지고 보면 쓸데 없는 짓이고,
인간이 하는 모든 상징적 행위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쓸데없는 짓일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제사는 충분히 쓸데 있는 일이며,
다만 주객이 전도되는 식의 강압성과 과도한 준비, 그리고 부가적인 문제점들은 분명 문제가 있기에,
이 선을 잘 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역시 쉽진 않겠죠..

그나저나 명정말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는 건 진짜 멋지네요.
저도 하나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더라구요.
외갓집에 돌아가진 외할아버지 것이 있을 수도 있다기에 담에 내려가면 외갓집을 좀 뒤져볼 생각입니다 크크
13/04/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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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 쪽은 집안 자체가 콩가루 난지라 저를 마지막으로 대가 끊기거나 제가 가문의 새로운 시조가 될꺼 같습니다.
모계 쪽도 손자가 없어서, 사촌여동생들밖에 없으니 아마 다음대가 끝일테구요.
친족 관계에 있어 저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라서 편한게 사실입니다만, 한편으론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자유인의 상황이란게 약간 두렵네요.
Grow랜서
13/04/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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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래서 저희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대놓고 저에게 이런 시덥잖은짓은 당신과 내대에서 끝내자고 하시더군요... 제사도 안지냅니다 설 추석때 고향가서 절하고 오는게 다네요 그나마도 어무이는 가지도 않아요..
13/04/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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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완전히 제사와 빠이빠이 했습죠..

아버지와 아내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어느 여름..
전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당신은 그 어떤 우리집안의 (경)조사, 특히 제사는 아무 신경 쓰지마라. 전화도 하지마라. 내가 알아서 한다"

명절에 안내려간지 7~8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이전에도 명절에 혼자 가서 집중 포화 다 견디고 역습까지 감행해서 골까지 넣고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아내와의 관계가 너무 편합니다
집안일에 대한 대화가 없으니 싸울일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집안과 저와의 지리한 싸움은 어쩔 수 없지만, 한 이불 덮고 자는 마누라와 싸우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다.

유도리가 있어야지.. 원.. 틈이 없습니다. 이놈의 제사는요..
Neandertal
13/04/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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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라고 하는 문화은 앞으로 길게 봐야 20~30년 안에 다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점점 핵가족화 되가고 친척들간의 교류도 예전보다는 덜해지면서 직계 가족의 의미만 남는 것 같은 추세라서요...
지금 엄청 예를 따지는 집안이라고 하더라도 부모 묘 옆에서 3년 시묘살이 안하는 것처럼...
예법이라는 것도 시대에 맞춰서 계속 변해 왔지요...
제사도 그렇게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13/04/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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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아버지는 무조건 딸!!! 아들따위 필요없어!!를 시전하셨는데 다행이 딸이 나왔다는..
저희집 친척이 모이면 이건뭐...남탕입니다...
아들만 한 20명쯤?? 딸은 2명...
아들따위 줘도 필요없어!!하는집안이라서 -_-;;
저희아버지는 아들만 셋인데 막내아들이 이제 중3이거든요(막둥이)
술마시고 집에만 오시면 어머님께 딸을낳았어야 한다면서 이렇게된거 딸입양하자고 -_-
아버지 고마워요....
니가팽귄
13/04/10 17:39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에도 집안 특히 아버지가 이런것에 민감하시고 신경을 더쓰시는분이라 일년에 명절포함 6번정도 하는듯합니다.
저는 솔직히 제사 물려받을 생각이 없구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게 기본적으로 제사라는게 조상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런 생각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게 절 키우셨거든요.
친가쪽에서 키운게 아버지이고 외가에서 키운게 어머니인데 솔직히 감사한마음 없습니다. 절 아무생각없이 낳았고 키웠다는 사실을 제가 깨닫고 난 이후부턴 집안이고 부모님이고 그냥 저와 별개의 느낌이 난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렇네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냉면과열무
13/04/10 17:54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 읽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흐흐흐흐

저희집도, 아부지도 종손이고 저도 여동생 하나 있는지라.. 제사를 많이 지냈는데 imf로 가세가 많이 기울고.. 집안 분위기도 굉장히 안좋아져서 명절때만 약식으로 지내곤 합니다... 친척들은 시골에 모여살고 저희만 서울에서 사는데... 친척들 본지가 거의 10년 된 것 같네요. 아버지께서 너는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흐흠...
루크레티아
13/04/10 18:25
수정 아이콘
버티셔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둘째가 아들이던 딸이던 전혀 글쓴분 가정에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힘들어도 버티세요. 만약 낳게 된다면 글쓴분과 아내분은 둘째 치더라도 아이가 아들이던 딸이던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확률이 100%입니다.
13/04/10 18:40
수정 아이콘
<이틀 전, 둘째 도령 운운하는 아버지의 문자를 받은 아내는 퇴근한 제게 삿대질을 해 가며 책임지라고 몰아세웠고, 저는 아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아내의 무자비한 공격에 나름 화가 나서 폭발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는 조금 위험하군요. 이건 남자쪽에서 폭발해도 되는 그런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Go_TheMarine
13/04/10 19:35
수정 아이콘
친가 (아버지)- 8남매
외가(어머니)-8남매 중 1분 돌아가셔서 현재 7남매.... 인데요...
뭐 별 상관 없겠죠? ㅠㅠ
할아버지-할머니 제사하면 8남매가 거의 다 오시는데....쩝...
13/04/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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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상황이면 두가지 말을 할 거 같아요.
1.지구상 생명체는 모두 한 가족이다
2.제사도 사람이 만든거다(사람이 없애도 된다)
Jealousy
13/04/1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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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집안이라좋은게 제사가 없다는거..
Colossus
13/04/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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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도 나름 제사 열심히 지내던 집안이었는데 기독교인 어머니가 장남인 아버지와 결혼하시더니 싹 바꿔버렸죠. 그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다는게 참 기적같습니다. 그렇다고 제사를 아예 안하는건 아니고 기독교식으로 바꿔서 간소하게 하지요. 저 자신은 교회 안나간지 꽤 됐지만 이런건 좋아요 크크
13/04/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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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도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요.

할아버지가 3분 계셨는데, 한 분은 어릴 적 돌아가시고, 한 분은 한국전쟁 때 돌아가시고,
그리고 할아버지 한 분 남으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요.
그리고 그 유일한 할아버지 밑에 큰아버지와 저희 아버지가 있고요.

저희집이 장남을 정말 엄청 챙기는 집이라 얼마되지 않은 유산도 큰아버지와 사촌형에게 다 갔습니다.
그런데 큰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인 저희 사촌형이 딸만 2명인게 문제라면 문제죠.
글쓴분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다행이도 두 조카들이 할머니와 큰아버지에게 아주 사랑을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사촌형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는데... 사촌 형도 형수님도 엄청 곤욕을 치루는 거 같더라구요.

여하튼 그래도 부인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참 멋지고,
순간적으로 짜증도 나고 욱하기도 하겠지만, 이 여자의 유일한 편은 나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잘 해주세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쭈구리
13/04/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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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집안이라 제사가 없어서 편하지만(예수 믿으라는 압박은 있지만) 제사를 지냈다고 해도 거부했을 것 같네요. 저에게 제사도 종교적 의식이나 다를바 없거든요. 사후세계도 안믿는데 조상의 가호가 다 뭐랍니까.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가부장적인 제사문화의 폐해도 제가 거부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요.
아무튼 글쓴분께 위로와 응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13/04/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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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종갓집 종손인데
기독교 3대입니다 ^^
그 흔한 제사 하나 안 지냅니다.
물론 7살때까진 했었는데 그 후에 산 사람이 일단 살아야지라는 어른들의 의견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안 지냅니다.
13/04/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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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화가 나서 폭발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

애초에 시아버지가 문자를 하고 며느리에게 압박을 주는 상황 까지 오게 만든 것만해도 남편분이 무책임한데
무슨 자격으로 폭발을 하시는지요??
오히려 아들한테는 둘째 얘기를 하더라도 며느리한테는 일절 말을 못 꺼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본인한테 갈 압박까지 부인 분께서 몇곱절로 받고 계신 것 같은데
상당히 잘 못 하고 계신 것 같네요.
13/04/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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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수도 있군요... 저도 결혼하면 주의해야겠네요.
13/04/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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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는 하는데 압박이 심하진 않은거 같아요.
종교가 있는 고모도 그냥 가족들 보러 잠시 들르는 느낌?
13/04/1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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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 많이 달아주시니 기쁘네요. 여러 집안의 상황들을 살짝살짝 살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몇몇 분들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읽은 부분이 있어서 일곱번째 문단에 약간 손을 대서 수정했습니다. 더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자니 중언부언 사족이 될 것 같고요.
수정한 부분과도 관련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지금 아내에게 원죄가 있는 제게 잘못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럴지라도 게시판에서 대놓고 너는 잘못하고 있다고 훈계를 듣다 보니 야밤에 댓글 보다 말고 혼자서 욱해버렸습니다. 흐흐. 하지만 저도 비슷하게 게시판에서 얼굴도 모르는 다른 분에게 대놓고 훈계를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아 반성도 하게 되네요.
13/04/11 09:32
수정 아이콘
야밤에 알딸딸한 상태에서 게다가 부인분 쪽에 몰입해서 읽게 되는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욱했나봅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아들 낳으란 압박은 아들 입장에서 느끼는 것과 며느리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비교 불가, 넘사벽이죠...
며느리들은 바로 아들 못낳아준 죄인이 되는 건데요.. 지금 이 시대에도 말이죠...

처가와 문제가 생기면 부인이 가운데서 방패막이가 되어 줘야 하고
시댁과 문제가 생기면 남편이 가운데서 방패막이가 되어 줘야 하잖아요
부모님이 다시는 부인에게 압박하지 못하시게 나서서 잘 해결해 주세요
부인분 생각보다 상처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첫아이 때에도 딸인걸 알고 우셨다는데 생각만해도 숨이 막히네요...
13/04/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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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도 이해가 가는 면도 있습니다. 와이프도 중요하지만, 부모도 무시 못하는게 사실이니깐요. 아니 부모도 사랑하죠.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남자라는 존재가 힘들 뿐. 세상 어디에나 와이프에 잘하라는 훈계나 이야기는 쉽게 나오고, 사실 와이프에 잘하는게 본인도 편하고 쉬워요. 하지만 부모에게 잘하라는 이야기는 참 듣기 힘든 세상이니깐요. 그게 왜곡됬던 안됬던 뭐라뭐라해도 강요된 효도가 아닌 내 부모에게도 잘하고 싶은 마음을 참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데오늬
13/04/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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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잘 해야 하는 건 결혼하기 전이나 후나 다를 바가 없잖아요.
멀리 산다면 전화 자주 드리고 부모님에게 관심을 가지고 요즘 어디가 편찮은건 아닌지 물어보고
같이 산다면 하다못해 어머니랑 쇼핑가고 아버지하고 목욕탕 가고 운동 같이 하고 그렇게 잘 하면 될텐데
이런 건 잘 안 하면서 부모가 나에게(내 아내에게) 원하는 걸 들어줘서(십중팔구는 아내가 들어주거나 아내와 같이 들어주거나) 효도한다고 해요.
장가가기 전에 효도 열심히 하면 장가가고 나서 아내 편좀 든다고 뭐라할 부모 없을 텐데요.
13/04/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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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효도 안하고 와이프에게만 효도를 강요하는 부당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저도 그걸 옹호하는게 아니에요.
문제는 상당수의 트러블이 와이프와 부모간의 상반되는 견해, 내지 상충되는 이익이라고나 할까요. 그 사이에서 남편 처신의 힘듬을 토로한 내용입니다. 말로야 윈윈이라고 하지만, 세상 살면서 윈윈이라는게 얼마나 가능하겠습니까.
데오늬
13/04/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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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도 사이에 낀 사람의 어려움은 이해합니다. 중재자가 제일 어려운 거죠.
다만 저는 처신이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 중에 '평소에 효도 안해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흐흐.
비소:D
13/04/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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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낳으면 나아질까해서 아들 나면 첫째딸은 더욱 .... 아주 잘생각하신거같습니다... 읽기만해도 숨막히네요 힘내세요
고딩어참치
13/04/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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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친가, 외가가 다 안동에 있는 안동사람입니다. 일년에 무슨 제사가 그렇게도 많은지..
위 댓글 다신 분들 몇몇 코멘트를 빌리자면.. 참 쥐뿔도 없는 집안인데도 이러네요. 정말 쥐뿔도 없어요. 다들 먹고 살기 급급하신 분들이 뭐 그리 챙기고 체면치레 할건 많으신지

친가쪽만 해도 일년에 제사만 7~8차례 있는데다가 설날, 추석만 되면 무슨 차례를 지낼 집이 그리도 많은지 오전 7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나요.
어릴때부터 내 절을 받는 분은 도대체 어떤 어르신인가도 모른채 피곤에 쩔어서 질질 끌려다니던 명절때가 그렇게도 실었네요 -_-;

저희 어머니 얘기를 하자면 일절 제사 안가세요. 젊으실 적에는 가셨는데 조금 지나고부터는 아예 투쟁을 하셨답니다.
할머니께서 설득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아버지는 원래 유유부단한 성격이시라서 중간에서 어머니를 확실하게 커버쳐주지도 못하고 '그래도 가야지 그래도 가야지..' 이런 소리만 하는데 옆에서 보는 제가 다 답답하더라구요. 그래도 몇년 지나니 그냥 자연스럽게 안가시게 되셨습니다.
설때 저희 할아버지 차례 딱 한번만 지내고, 나머지 다른집들, 큰집제사, 성묘 일절 안가세요. 솔직히 설날때 우리집 오는 큰집 어른들한테 인사정도만 의례 하시고는 연을 아예 끊어버리신거죠. 저도 백번 잘하신거라 생각합니다. 제사때마다 모여서 묘자리가 어떠니 누구는 저런 자리를 쓰는데 손아래 어르신이 묘자리를 더 높은데 쓰면 어긋나는 거라느니.. 이해도 안되는 주제로 새벽 내내 토론하시는 분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저희 어머니가

저도 어머니를 닮았나봐요. 그런데에 반감이 많습니다. 고등학교때 제사를 또 아버지, 할머니 강요로 끌려가는데 제가 가기 싫다고 그렇게 악을 썼더랬지요.. 가뜩이나 시험도 바로 앞인데 말이죠. 하다하다 안되니까 집안 어른들 다 있는데서 '요새 양반들은 다 서울 강남 사는데 언제적 양반타령이냐고, 나 가기 싫으니까 맘대로하라' 라고 큰소리로 악을 써버렸던 기억도 있네요. 그날 제사는 빠졌더랬습니다 결국. -_-; 어린 맘에 버르장머리 없게 행동하긴 했지만 솔직히 틀린소리 한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달살이
13/04/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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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댓글들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나네요.

아예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저로써는.. 마눌님께 잘해줘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느끼고 갑니다.

혹시 씨없는 수박 공동구매 하실분? 크크;
4월이야기
13/04/11 18:18
수정 아이콘
공..공구가 있나요??
저두 해야되는데...서울입니다..으흐흐
유리별
13/04/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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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편이 되어주신다니,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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